...쯧.
카무는 폐허 도시의 무너진 건물 위에 서 있는 상태였다. 그의 아래쪽에서는 적조가 몰아쳤다.
성가시네. 아예 몸을 맡길 수도 없고.
카무는 멀리 우뚝 선 고층건물을 바라보며 빠르게 도시를 가로지를 방법이 없을까 고민에 빠졌다.
이때 건물 벽을 치던 적조가 갑자기 변화하더니 수많은 이합 생물들이 적조 속에서 생성되고 파열되었다. 이합 생물들은 투명한 알로 변하더니 빠르게 부화하여 결국 파열되었다.
더 완전한 형체를 가진 이합 생물이 찐득거리는 알 껍질을 뚫고 적조에 묻히기 일보 직전인 건물의 옥상으로 기어올라왔다. 그들은 사냥감을 찾는 듯한 모습으로 고개를 삐걱대며 주위를 배회했다.
지금 이 순간, 근처에서 유일하게 살아 숨쉬는 "생명체"는 건물 꼭대기에 서 있는 카무 뿐이었다.
적조로 인해 더 빨리 성장한 이합 생물들은 고막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더니 카무를 향해 돌진했다.
[삐——]...이게 도대체 뭐야!
쯧, 정말 짜증 나네.
짜증 나는 승격자만으로도 충분히 화가 치미는 상황이었는데 이건 롤랑 10명만큼 성가신 존재였다.
역겨워.
카무는 대검을 들어 벌떼처럼 몰려오는 이합 생물을 향해 휘둘렀다.
……
마지막 이합 생물을 처치하자 카무의 단말기에서 통신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절묘한 타이밍에 카무는 왠지 불편함을 느꼈다.
말해.
다른 한편에 있는 사람들은 카무의 불친절한 태도에 익숙한 듯 여전히 온화한 목소리로 정보를 전달했다. 하지만 카무는 그 목소리에 참을 수 없는 짜증을 느꼈다.
뭐? 그레이 레이븐 소대라고?
...알겠어.
통신을 꺼버린 카무는 상대방이 발송한 맵과 목적지들로 향하는 노선 표식들을 확인했다.
그중 가장 가까운 목적지는 지하 깊은 곳에 있었는데 카무의 현재 위치에서 2km도 되지 않았다.
……
쯧, 정말 마음을 못 놓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