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13 종언복음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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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자아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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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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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조 속 허상

…………………………

슈렉

사실 그날 널 찾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불평하고 싶었는데 그냥 참았어.

지금 기분은 어때?

적조 속 허상

...너무 추워...

...내 곁에 있어줘...슈렉...

슈렉

이게 바로 흙탕물속에 떨어진 과자 같은 건가? 벨라냥.

적조 속 허상

…………………………

슈렉

...내 말에 반박하는 네 모습이 이렇게 그리워질 줄은 몰랐어, 벨라.

넌 이제 네가 아니야.

잘가. 적조가 만들어낸 허상이여.

그는 손을 흔들다 벨라가 선물한 책을 베낭 안에 넣고는 떠날 준비를 했다.

적조 속 허상

슈렉...넌 분명...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미지를 탐색하는 임무는...나한테 맡겨줘.

슈렉

?!

적조 속 허상

...잘가.

슈렉

야...

그는 부르르 떨며 앞으로 걸어갔고 벨라와 흡사한 허상을 만지기 위해 손을 뻗었다.

비록 방호복 세트를 착용했지만 침식 증상이 슈렉의 손가락끝부터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슈렉

잘가, 벨라...

슈렉은 멍한 표정으로 손을 빼더니 뒤로 물러섰다.

슈렉

...잘가.

슈렉은 그 말을 조용히 삼키고 뒤로 물러서 적조 속 허상을 바라보았다.

슈렉

잘가...잘가...

그는 스스로를 설득하려는 듯 같은 말을 계속 반복했다. 다시 날이 어두워진 뒤에야 적조 속 허상은 썰물과 함께 지하로 돌아갔다.

벨라...

슈렉은 텅 빈 거리를 보며 사라져가는 적조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결국 힘없이 떨구었다.

………………

그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다가갔다. 돌아서 보니 벨라가 벽에 남긴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밟고 있는 지구는 이미 수많은 재난을 겪었다. 수많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어떤 재난도 가라앉게 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끝까지 버티며 희망을 가지고 내일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그 어떤 재난도 지나갈 거야.

그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깔끔한 표어 아래 또 다른 구절을 적었다.

"물론이다. 그런데 그때 당신은 어디에 있었는가?"

이 별에 끝나지 않은 겨울은 없었지. 얼음이 전부 녹고 따뜻한 봄이 되었는데 넌 이젠 이곳에 없구나.

그 말을 다 쓴 슈렉은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비수를 들어 "물론이다" 뒤의 말을 전부 지워버렸다.

그냥 이 말만 남겨두는 게 좋겠어. 그저 한낱 플라시보에 불과하다 해도 언젠가 누군가를 격려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슈렉은 스스로에게 혈청을 주사했고 무거운 베낭을 멘 채 혼자...여정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