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청소부들 사이에서 비밀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저, 저쪽 무인 폐허에 물, 물자가 많은 것 같던데요.
폐, 폐허를 재건하기 위해 조직들이 옮긴 것 같아요.
하지만 기습 당해서 계, 계획은 취소됐어요. 물, 물자는 전부 저쪽에 버렸어요.
청소부에게 "이 소식은 어디서 들었냐?"고 물어도 흐릿한 대답밖에 들을 수 없었다.
그, 그걸 누가 알겠어요? 그, 그 쪽이랑 친해지면 그때 알려 줄게요. 그쪽이 안 가면 내가 가서 볼 거라고요.
또는 더 엉망인 대답이겠죠.
로봇 날개가 달린 천사가 알려줬어요!
…………
벨라키, 이 정보를 믿어야 할까?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해! 내 이름은 벨라라고! 네가 보던 만화책에서나 나오는 호칭을 나한테 응용하지 마! 그리고 책에서도 그딴 호칭은 안 나오지 않나?
벨라찡, 그건 네가 읽은 책이 별로 없어서 모르는 거야.
윽...정말 짜증 나네.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이 근처에는 자원이 별로 없어 보여. 그래도 식량은 조금 남았으니까 한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럼 지금 바로 준비할게. 위험한 일이 생겨도 내가 가면 기사처럼 널 지켜줄게, 벨라초.
퉷! 슬라임! 또 그렇게 이상한 호칭으로 부르면 네 가방 안에 든 책을 전부 찢어버릴 줄 알아!
다른 사람이 네 이름을 잘못 부르는 건 질색하면서 너도 결국 똑같은 사람이네.
내 이름은 슈렉이야! 그리고 그 힐링 잡지야말로 찢어버려야 할 책이라고!
이건 신앙이야! 주변 환경이 힘들수록 사람들은 더더욱 희망을 믿어야 한다고.
강한 마음만 있다면 넘지 못할 시련은 없어.
그저 위로약 같은 물건일 뿐이야, 벨라고.
자신을 부르는 호칭을 들은 벨라는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더니 슈렉과 싸우기 시작했다.
주위의 청소부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부럽다...배부르고 힘이 남아도니까 저렇게 싸우는 거겠지.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벨라와 슈렉은 싸움실력이 출중하여 여기까지 오는 동안 거점을 장악하고 악당들을 여럿 혼내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모은 물자들을 훔쳐 높은 값으로 되팔았다.
두 사람 모두 책에 집착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더 많은 물자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전설 속의 폐허로 모험을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 책!!!
슈렉의 비참한 울음소리와 함께 그가 아끼는 책에서 한 페이지가 찢겨 나갔다.
젠장...이럴 줄 알았으면 물자를 팔아서 단말기라도 하나 장만할 걸 그랬어! 합성지가 이렇게 불편할 줄이야!
단말기? 그걸 살 돈이 있긴 해? 책만 안 샀어도 식량이 훨씬 더 많이 남았을 거야!
...어쨌든 얼른 폐허로 가자. 더 꾸물거리면 또 저녁 때가 될 거야.
슈렉은 비통한 표정으로 찢어진 책을 품에 꼭 안고는 비틀거리며 벨라를 따라 폐허로 들어갔다.
한참을 걸어 두 사람은 드디어 전설 속의 폐허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건 기이한 모습이었다.
...이게 뭐야?
탈진한 청소부들이 거리에 잔뜩 엎드려 있었고 지하에서 적색 액체가 용솟음치더니 청소부들도 그 속으로 사라졌다.
이 행성도 이미 피로 물들어 버렸다.
벨라는 슈렉의 환상에 가까운 말은 가볍게 무시하고 근처를 지나는 청소부를 잡더니 과자 하나를 보여주며 물었다.
저 적색 액체는 도대체 뭐지?
사람들은 저걸 천국이라고 부르지.
천국?
우리도 잘 몰라. 다들 저기에 뛰어들면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했어. 다시 적조 속에서 나타나 말도 할 수 있다고.
저승의 강인가?
내 친구들 중에 저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별로 없어. 그래도 다른 사람의 친구들이 다시 나타나는 건 몇 번 봤어.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힐끗 바라보았다. 청소부는 비록 허약해 보였지만 표정만큼은 담담한 것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최근 이곳에 왔던 사람들은 전부 저 강 속으로 뛰어들었어. 하지만 난 워낙 담이 작아서 아직도 고민 중이야.
하지만 다들 그러더라고. 음식도 없이 고통 속에서 살아갈 바에야 미지의 천국을 직접 느껴보는 게 나을 거라고.
거기다 저 안으로 뛰어들어갔던 사람들은 다 천국에서의 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했다고.
청소부는 벨라가 건넨 과자를 받아 들더니 두 사람을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고마워. 이 근처에 깡패들이 있는 것 같던데 괜히 가까이 가지 않는 게 좋을 거야.
………………
좋은 일 좀 할까? 간김에 물자도 구해오는 게 어때?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그전에 먼저 저자들의 실력부터 알아봐야 해.
우리가 사는 곳에는 이미 자원이 별로 없어. 여기서 물자를 보충해야 더 먼 곳으로 갈 수 있어.
네 말대로 하자, 벨라스.
벨라의 이마 위에 난 힘줄이 튀어나올 듯 팽창했다. 그녀는 화를 꾹 참으며 추억의 힐링 잡지를 꺼내 <화내지 마>라는 제목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 글을 듣던 슈렉은 마치 심한 공격을 당한 듯 고통스럽게 바닥에 쓰러졌다.
됐어, 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