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13 종언복음 / Story
…………
머레이는 거리의 구석에 쭈그려앉아 단말기을 이용해 자신의 모습으로 위장한 미끼 프로그램을 조작하고 있었다.
한편, 바렐리아와 팔지는 이미 앞뒤로 그를 포위했고 그와 10m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도착했다.
뒤에 누군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는지 단말기를 조작하던 머레이의 손은 움직임을 멈추었고 미끼 프로그램도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돌렸다. 팔지와 바렐리아도 각각 오른쪽, 왼쪽으로 포위하면서 나왔다.
역시 "성갑충"이야.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라.
쩝, 게슈탈트에서 뭘 꺼냈든 상관없어. ...원 상태 그대로 토해내.
헛수작 부릴 생각하지 마.
내가 만약 거절한다면?
그럼 죽은 사람 손에서 빼앗을 수밖에 없겠지. 결과적으로 달라지는 건 없어.
그렇구나...너희가 받은 명령은 "미행", "획득"일 뿐, "제거"는 포함하지 않는 거였어.
그게 아니었다면 난 여기 서 있을 수 없었겠지, 아닌가?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너희들도 귀찮은 일을 떠맡고 싶지 않은 거잖아.
그건...우리에게 거래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말이지.
형체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팔지의 촉수가 머레이의 턱 끝까지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앞으로 나오지않고 주위를 맴돌 뿐이었다.
전보다 영리해졌네...하지만 경계할 필요 없어. 손님맞이 이벤트에 사용할 수단은 전부 써버렸으니까.
그럼 아까 화제로 돌아가자고.
머레이는 두 손을 들어 메모리가 탑재된 단말기를 바렐리아에게 보여주었다.
이 물건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알아?
관심없어. 네가 왜 죽어야하는지는 알려줄게. 우린 "극단적인 상황"이 두렵지 않아.
……
그렇구나. 너희들은 "흥미가 없어서" 묻지 않는 거였어. 지금 니콜라 사령관님에게는 너희들은 나보다 훨씬 더 유용한 도구인 건가.
그래서...내 능력을 인정한다고 하면서, 너희들까지 여기로 보냈구나.
아니지, 정말 내 실력을 인정하니까 그렇게 한 걸지도 모르지. 만약 그렇다면 너무 영광인데?
머레이는 예전과 같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더욱더 실망시켜드리면 안 되겠네.
말 다 끝났어?
넌 똑똑한 사람이니까 고분고분 협조하는 게 상책이라는 걸 알고 있겠지?
하지만...똑똑한 사람이라면 방문 기록을 지우는 걸 까먹지 않을 텐데. 아깝네.
말이 끝낸 바렐리아가 제스처를 하자, 팔지의 촉수가 머레이의 몸을 관통했다.
하지만——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건 몰랐지? 미끼가 곧 진짜고 진짜가 곧 미끼야.
촉수가 머레이의 환영을 관통하는 순간, 환영은 움직임을 멈추었다. 하지만 소리는 여전히 멈춰버린 환영의 입술을 통해 흘러나왔다.
협조해줘서 고마워.
말을 몇 마디 더 한 덕분에 침입 프로그램을 해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어.
미끼 프로그램 때문에 너희들의 얼굴을 확인하진 못했지만, 지금 잔뜩 실망한 표정은 아주 볼만하겠어.
멀리 "미끼 프로그램"의 주위에 파란색 데이터 흐름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이런! V! 잡아!
알았어!
바렐리아는 점차 사라지는 머레이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하지만 바렐리아의 손이 머레이에게 닿기 바로 전, 머레이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삐——]
팔지는 동양에서 사용하는 "인사말"을 내뱉고 미끼 프로그램에 꽂혀있던 촉수를 뽑았다.
그리자 미끼 프로그램은 팔지의 눈앞에서 폭발했다.
팔지, 무슨 일이야?
쩝...차단 연막탄...하급 데이터 무기야...
……
무슨 일이야?
그렇군... 구역 경보야.
그 자식이 남긴 수구나...
하급 데이터 무기는 그들에게 위협을 줄 수 없었다. 하지만 가상 공간 구역의 정리 프로그램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쯧, 정리 프로그램은 구역 내부에 정체불명의 ID를 가진 프로그램 로봇을 전부 제거할 생각이야. 당연히 우리도 포함했겠지.
여기를 떠나는 게...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네.
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