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층만 더 올라가면 정상에 도착하겠는걸? 그러고 보니 이 탑의 내부는 야항선의 내부와 정말 비슷하군...
야항선 내부가 이곳이랑 비슷한 거겠지. 우선순위를 확실해 해줬으면 하는데? 공중 정원.
계단에서 내려온 자는 곡이라는 여성이었다. 배를 조종하는 자와 같은 이름이지만 같은 사람은 아니었다. 왕의 위엄이 넘치는 그녀는 이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곳은 단순한 "탑"이 아닌 천문대야.
그래. 별을 더 잘 보기 위해 탑을 높이 쌓은 거야.
보고 싶다면 우주에 가서 보면 되잖아? 그럼 더 잘 보이지 않아?
그런 행위는 오만일 뿐이야.
여기서 우주의 별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지구"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건지 알 수 있는 거다.
우리는 이곳에 잡담이나 하러 온 게 아니다. 상황이 어떤지 잘 알고 있겠지?
응. 전황은 좋지 않고, 이곳에 잠입한 승격자도 있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화서를 지키는 거야. 절대 승격자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돼.
물론이지.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는 아직 오지 않았어. 어디로 간지도 모르겠고.
그러니까 지금은 일단 안전한 거라는 거지? 다행이다...
……
리브, 방금 전부터 왜 그래? 어디 불편한 곳이라도 있어?
아이라는 곡의 답을 듣자 한시름 놓았지만, 리브의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마치 자신을 부정하는 것처럼 손 위의 기기를 계속해서 만지작 거렸다.
왜 그래? 리브.
그 곡... 구룡의 통치자는 승격자에요...
그럴 리가 없어. 승격자가 이 도시를 통치하고 있다는 거야?
정말이에요. 이미 여러 번 확인했어요.
이미 여러 번 확인했어요. 정말이에요. 그녀는 전에 만난 알파와 롤랑과 같은 반응을 가지고 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인지... 그녀가 승격자라면 왜 이 전쟁이 일어난 거지? 설마 우리를 여기에 모이게 하기 위한 함정인가?
승격자 쪽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 나도 마찬가지고.
그렇다면... 그들과 동료가 아니라는 건가요?
승격자가 되면 반드시 그들의 동료가 돼야 한다는 법도 없고, 그리고 승격자라고 해서 사람의 도시를 통치하면 안 된다는 법도 없어.
내가 바로 그런 특별한 케이스지. 퍼니싱이 확산하지 않도록 나 자신을 이 천문대에 가두고, 이곳에서 오랫동안 구룡의 모든 것을 지배해왔어.
곡이 다가오자 아이라는 긴장하기 시작했다. 곡은 미소짓고 있었지만, 손에 든 무기를 놓지 않았다. 탑의 고요함은 무서운 분위기를 한층 더 조성했다.
연합 공동체 구룡의 목적은 이 지구를 가능한 한 보존하고, 가치 있는 모든 것을 보존하는 것이다.
모두가 소망을 실현할 수 있는 그릇이 되어 지구라는 이상을 가능한 한 보존하고 싶었을 뿐이야.
지구를 보존한다고요...?
공중 정원도 비슷한 일을 하지 않았나? 문물, 구시대와 관련된 데이터, 그리고 그와 관련된 모든 것...
우리 예술 협회가 하는 일 같은 건가?
하지만 우리와 비교하면 장난 수준이지.
장난이라니. 회장 그리고 나를 포함한 모두가 문화를 연구하고 부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언젠가 지구를 되찾는 날을 위해...
그런 날은 오지 않아.
뭐?
너희 공중 정원이 지구를 탈환하고 모두를 다시 이을 거라는 건 우스운 이야기일 뿐... 퍼니싱이 발발한 그 날, 지구의 역사는 이미 끝났어.
겨우 연명하는 거뿐이겠지. 이런 상황이 얼마나 더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퍼니싱도 역사의 일부로 받아들이겠다는 거군. 그럼, 넌 이 지구가 계속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어리석지만 너의 그 말속에는 무언가 특별한 걸 느낄 수 있네... 공중 정원의 지휘관, 너의 이름은?
[player name], 그 이름을 눈에 띄는 곳에 새겨두도록 하지. 작별 선물이라고 생각해줘.
작별?
생명은 언젠가 시들기 마련이고 기계도 언젠가 멈추기 마련이야. 이 세계에 영원함은 존재하지 않아. 그러기 때문에 난 가치 있는 것들을 보존해 이 지구의 모든 것을 구룡에 집약하는 거야.
지구의 불꽃이 사라져 모든 것이 어둠에 잠겨도 이곳은 빛을 내겠지... 수많은 세월이 지난 후 탐방자가 이곳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이정표가 되어 줄 거야.
그리고 그들은 이곳을 보게 되겠지. 공룡이 화석을 남기는 것처럼 그들에게 "사람"이 한때 이곳에 존재했다는 흔적을 알려주는 거야. [만세명]을 남기는 것, 그것이 바로 구룡의 목적이다.
[만세명]...
그러니 모든 발버둥은 무의미하다는 거야. 죽음을 아름답게 맞이하는 것이야말로 지구를 통치한 생물이 가져야 할 모습이다.
그리고 이 전쟁을 통해 난 드디어 깨달았지. [만세명]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이 세계에 진정한 종말을 가져다줘야 한다는 것을...
설마 우리를...
원래 승격자가 여기에 먼저 도달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래서 특별히 여기까지 맞이하러 온 건데... 뭐, 상관없겠지.
지구의 끝은 이미 정해진 결말이야. 누가 먼저 그 초석이 될지는 사소한 문제지.
그럼 내가 너희의 "역사"의 막을 내려주지.
——
여러분, 밑에서 수비병들이 나타났어요...
역시 매복인가?
지휘관님, 이곳은 우리가 지킬 테니 위쪽으로 도망치세요.
이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입니다... 위로 가면 후방의 정찰대가 구조 신호를 감지할지도 모르니까요.
맞아요. 하산 의장님이 분명 지원을 보낼 거예요!
뒤돌아보지 말고, 일단 뛰세요, 지휘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