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의 일격은 전처럼 깔끔하지 않았다. 마치 어떤 감정을 품은 것처럼 루시아의 기체를 갈기갈기 찢어냈다.
윽!!!!
끊임없이 쏟아지는 공격과 함께 공포를 일으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알파는 칼을 거두는 동시에 루시아를 발로 차 바닥에 쓰러뜨렸다.
현장의 상황을 무시하고 뛰쳐나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엉망으로 망가진 기체를 받아냈다.
콜록...
받아냈지만 추락하는 충격이 여전히 엄청나 바닥의 먼지가 흩어졌다.
아, 지휘관님...
황급히 루시아의 상태를 살펴봤지만 예상대로 이미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몸 대부분이 공격에 파괴되고 정밀한 기계 섬유와 순환액도 막을 수 없는 볏짚처럼 여기저기 튀어나왔다.
적어도 아직 말할 수 있어요... 제 중요한 부분은 그래도 지켜냈어요.
하지만 지휘관님의 말에는 답해야...
루시아는 일어나는 것조차 불가능한 몸으로 힘겹게 고개를 들어 이쪽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지기 싫어하는 여자아이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네. 일단 루시아의 의식의 바다를 안정시키기만 한다면...
네. 지휘관님은 루시아와 리브를 데리고 우선 도망치세요. 전 바로 뒤쫓겠습니다!
루시아는 여기서 죽을 거야. 기회를 줄 생각은 없거든.
우리가 반드시 막겠어!
다음에 어떻게 움직일지는 이미 결정했지만, 알파의 능력은 지금 소대의 그 누구보다도 강해 포위를 돌파하는 건 쉽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래도...
언니, "그녀"를 보내줘.
다리 뒤에서 대기 중인 침식체 무리 속에서 알파와 비슷한 얼굴에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가 걸어 나왔다.
루나...
어느 루시아가 그 이름을 먼저 말한 지는 모르지만, 이 새하얀 소녀가 바로 승격자 진영의 리더라는 걸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자기소개는... 내가 해본 적이 있었나? 뭐, 아무리 쓸모없는 존재라고 해도 우리 "언니"를 보살펴준 적이 있으니까.
난 루나. 루시아의 여동생이자 롤랑과 다른 승격자의 "아가씨"기도 해.
그렇게 말한 루나는 이쪽을 향해 웃음기가 전혀 없는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새하얀 소녀는 마치 몽환처럼 우리의 눈앞에 섰다.
바로 그 앞에 실체가 있는데도 이곳의 그 어떤 것보다도 흐릿했다.
더 자세한 건... 이미 다양한 수단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조사해봤겠지.
루시아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점이 신경 쓰이는 거야? 아니면 내가 진짜 루시아의 여동생인지 궁금한 거야?
어느 쪽이든 상관없어. 두 쪽 다 맞으니까. 내가 바로... 루시아의 여동생이야.
그들이 자발적으로 한 일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
하지만 내가 지휘관에게 자기소개하게 될 줄은 몰랐네. 이건 정말...
무엇을 할 생각.... 이냐고?
설마 여기서 멈추라고 설득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건 불가능해. 네가 언니를 인질로 삼아도 내 답은 같아.
루나... 기억 속에 있는 여동생... 어째서, 어째서 승격자가 된 거야?
어째서일까. 내가 답을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언니는 이렇게 되어서도 소중한 것을 위해 계속 발버둥 치네.
그러니까 언니, "자신"을 놔주는 건 어때?
...루나, 난 이미 기회를 줬어.
나도 한번의 기회를 줄래. 언니가 본인 앞에서 죽어가는 건 보고 싶지 않아... 언니.
루나... 너...
복제품이라고 해도 너도 내 언니니까. 그러니 내가...
루나는 자비로운 하수인처럼 손을 들어 몸속에서 무언가 뽑아냈다. 그리고 손에서 응축해 작은 큐브를 만들어 냈다.
지휘관님, 저건 퍼니싱의 집합체에요!
도망칠 수 있을지...
본능적으로 그 큐브의 위험성을 느끼자 무의식적으로 권총을 쐈지만, 발사된 총알은 표적까지 닿지 못하고...
루나 앞에 멈췄다.
이 언니도 승격자로 만들자.
그만둬!
루나, 물러서!
루나가 다가선 순간 창들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믿을수 없을 만큼 가지런하게 전장을 갈라놓았다. 어딘가에서 들어 본 소리였지만 생각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창을 발사한 자도 창의 벽 맞은편에 도착했다는 걸 알았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 어서 루시아를 데리고 철수하세요. 이곳은 제가 맡겠습니다!
우리도 그쪽에게 상당히 많은 도움을 받은 자죠. 아무튼 빨리 움직이세요.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어서 가세요!
그럼 빨리 철수하죠, 지휘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