윽...
아, 안 돼, 괴물이...
갑작스러운 충격에 구룡과 공중 정원의 병력이 모두 바닥에 쓰러졌는데, 마치 떨어진 낙엽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너희들을 위해 기도해 주마.
현장을 휩쓴 가브리엘은 이 "나뭇잎의 길"을 따라 나아갔다. 검은 옷 아래의 체구는 거대했지만, 발걸음은 더없이 가벼웠다.
발밑의 구조체들이 아직 의식을 잃지 않았다는 건 그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일격은 구조체들의 일부 신체 기능만 멈추게 했을 뿐이다. 쓰러진 구조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설 방법을 찾고 있었고, 가브리엘에게 복수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가브리엘은 가능한 한 살육을 피하려 했기 때문에 이런 공격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것은 개인적인 희망일 뿐, 그의 원칙보다 더 중요한 건 루나의 명령이었다.
가브리엘에게 있어 루나는 하나의 표식이자 모든 걸 대표하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그는 뭘 하든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광선속으로 만든 장벽이라...? 일종의 보호막이군.
장벽 앞에 멈춘 가브리엘은 통과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겉만 봤을 때 약해 보였지만 미지의 사물에 마주쳤을 때 아무래도 신중하게 대하는 게 상책이었다.
망할 침식체들!
——!
가브리엘을 따라 도시로 쳐들어온 침식체들은 후방에서 다른 부대와 엉켜서 싸우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대충 뿌리쳐봤자 계속 귀찮게 행동을 방해할 거라고 예상한 가브리엘은 시선을 돌려 자신을 노려보는 구조체를 바라보았다.
실례 좀 할게.
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이 괴물아!
외투 아래에서 기이한 형태의 팔이 뻗어져 나와 지상의 구조체를 잡았다. 가브리엘은 붙잡힌 자의 욕설을 무시했고, 장벽 근처를 곰곰이 살펴보며 위치를 확인한 후...
구조체를 쥔 채로 그 장벽을 향해 세차게 내리쳤다.
으아아아악!!!!
가브리엘은 마치 순진무구한 아이처럼 손에 든 구조체를 장난감 삼아 광선속 장벽에 계속 부딪쳤다.
그러던 과정에서 이 장벽의 본질을 꿰뚫었다.
이 거대한 장벽은 광선속으로 이루어진 역장이었고, 방어 자체도 일종의 공격 수단이었던 것이다. 가브리엘은 손에 쥐어진 구조체의 몸에 남겨진 용단 흔적과 그의 떨림은 이 추론의 결정적 증거가 돼주었다.
이런 물질이라면... 오히려 일이 쉽게 풀리겠는데? 더 강력한 에너지로 부딪쳐서 빈틈이 생기면...
내부에서 레이저를 생성하는 부분을 정지시키면 되겠네.
가브리엘은 쓸모가 없어진 구조체를 버리고 광선속 장벽을 향해 손을 들었다.
펑!!!
크롬 대장! 또 폭발 소리가 들렸어!
이번에는 코어 구역이야. 침식체가 광선속 장벽을 공격하고 있는 건가?
어서 코어 구역으로 이동해 확인하는 게 좋겠어!
그래. 최단 거리로 이동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