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보고를 보니 사건은 일단락됐나 보군, 하산.
그래. 그레이 레이븐과 차징 팔콘 이 두 소대는 모두 뛰어난 활약을 보였지. 그들이 배에서 적과 어떻게 싸웠는지 알고 싶나?
난 결과만 들으면 돼.
그런가? 정말 아쉽군. 이런 주제에 관심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그보다 그 배는 지금 우리가 전에 탐측하지 못한 구역으로 향하고 있지?
자세한 사항은 모르지만 그 구역 또한 배처럼 "구룡"이라 불리는 것 같습니다.
니콜라가 질문하자 아시모프가 맞은편 입구에서 걸어 나와 니콜라의 질문에 답했다.
아시모프는 평소처럼 항상 같은 연구원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손은 뇌와 함께 계속 움직이며 계산 중이었다.
흠... 그럼 이어서 이야기하지. 그 "구룡"은 어느 정도 파악했지?
배에 관한 건 두 분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도시에 관해서는 좌표 외에도 이 모든 것을 통솔하는 조직의 이름을 알아냈습니다.
그 이름은...?
연합 공동체 "구룡"입니다.
전에는 상회였고, 이제는 또 공동체인가? 이 자들이 어디서 왔는지 파악한 건 있나?
자세한 건 모르지만 적어도 우리에게 지지 않은 큰 세력일 겁니다.
큰 세력이라... 제대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군.
자신을 숨기는 조직이 선할 리가 없지. 하산, 너무 순진한 거 아닌가?
지상의 대다수 조직은 우리에 대해 불필요한 적대심을 품고 있죠. 이번에도 사전 부대를 배치해 그 근처에서 그레이 레이븐과 차징 팔콘을 맞이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너흰 비관론자인가?
두 사람이 반대 의견을 내놓자 하산은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지만, 그에 반박하지 않았다. 그 또한 방금의 말이 환상일 뿐이라는 걸 알았다.
세계는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것은 퍼니싱의 재앙에 휘말려 뒤틀릴 거다.
그리고 자신은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미 이 심연 속에 빠져들었다.
공중 정원, 승격자, 망각자, 아딜레, 항로 연합, 구룡, 그리고 대지 곳곳에 남아 있는 다른 자들.
본래 하나였던 것이 찢어져 나가면서 각자의 의견과 주장을 가지게 됐다. 이 의견들은 때로는 타인을 해쳤으며, 자신조차도 집어 삼켜버리기도 했다.
대화를 나눠야 하므로 충분한 힘을 준비해야 하는 거야...
대화를 하려면 다른 건 몰라도 힘은 필요하지. 그래서 오늘 우리가 이곳에 모인 거다.
성과를 보고해, 아시모프.
그러네요. 그럼 새로운 모델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죠.
제가 원하는 건 아니었지만, 평가 후 그레이 레이븐의 루시아를 첫 번째 샘플로 삼아 기체를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루시아는... 안정적인 구조체가 아니었습니다.
불안정이야말로 최고의 상태라는 거죠. 그리고 이런 불안정성을 확대하기 위해 심지어 승격자의 개체 알파의 데이터까지 넣었습니다.
미친 건가...?
그 승격자의 힘은 세상이 다 알고 있으니 이번에 어느 정도 파악하면 앞으로의 전투에 도움이 될 겁니다.
또 다른 알파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겠지? 더 이상 그럼 위험은 부담할 수 없어.
적어도 기체 개발 범위에 그런 사항은 없습니다.
...하지만 루시아가 여기 없는데 누굴 이용해 기체를 테스트할 생각이지?
아무리 그녀라도 이 기체에는 바로 적응할 수 없더군요. 의식 모형의 적합성이 알파 데이터에 영향을 받아 함부로 사용하게 된다면 아마...
그래서 100% 복원되는 데이터 모형을 준비해봤습니다. 데이터 모형의 작동 기기를 통해 이 기체가 얼마나 우수한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럼 한 번 보여줘 봐. 그 신형 기계의 힘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