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사히 도착했나...
응?
사람들에 의해 닫혔던 육중한 문이 열리는 소리에 소피아의 말이 끊겼고, 차량 내의 사람들은 일제히 그쪽을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격렬한 전투를 막 끝낸 두 여성의 모습, 그리고 그들 발밑에는 고철 덩어리가 된 대량의 침식체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루시아! 게다가 비앙카도... 그 기체는?
현 상황에 맞는 기체로 교체한 것뿐이야. 신경 쓰지 마.
자, 이제 저에게 지시를 내려주세요.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님.
죄송합니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합류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리의 신호는 이상없으니 무사할 거예요.
...당신이야 말로 공중 정원에서 거래를 위해 보낸 분이군요?
환영 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보시다시피 때가 좋지 않군요.
그래. 아무래도 좋지 않은 때에 온 것 같은데... 그런데 무슨 말을 하고 있었지? 계속해.
그 전에... 질문에 대답해줘.
공중 정원은 자밀라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어?
그건...
비앙카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차내의 사람들을 둘러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공중 정원은 아딜레의 거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전, 공중 정원으로의 이주는 결코 행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신.
비앙카는 마치 소녀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소피아의 황금색으로 빛나는 눈을 마주 보았다.
당신이라면, 더 좋은 제안을 할 수 있지 않나요?
더 좋은 제안, 나 말야?...
그런가...
아니,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물러서지 않을 거야. 나도 아딜레의 일원이야. 상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할 거야!
큰 결심을 한 듯한 소피아는 갑자기 권총을 꺼냈다——
모두가 경계하기도 전에 그녀는 권총을 바닥에 놓았다. 지금이라면 누구나 쉽게 빼앗을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나는 협상 같은 거 몰라. 그러니까 내 제안이 맘에 안 든다면, 내 말이 끝난 뒤에 이 총으로 나를 죽여. 그리고 계속 싸워.
이걸 전제로... 자밀라, 오슬란, 그리고 여기 있는 모든 사람. 귀족에게도, 평민에게도 거래를 제안하겠어!
어떤 거래 말이니?
아직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열차도, 공중 정원도 필요 없는 세상을 만들겠어.
웃기는군... 열차도, 공중 정원도 없다면 모두가 퍼니싱에 감염될 뿐이다...
아니.
이 망할 꼬마가! 적당히 대충 지껄이면 다냐!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반드시 해낼 거야. 어둡고 고요한 우주의 끝에 숨어 살고 싶지도 않고, 승격자가 되고 싶지도 않아.
나는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고 싶어. 이 아딜레의 모든 것을 말이야. 그러니까, 거래하자!
모두를 위한 진정한 종착점을 만들겠어. 죽을 때까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위선, 거짓이 아닌 진정한 종착점을.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자신의 힘으로 다시 지상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종착점을 만들 거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 재밌을 것 같은데?
기체 손상이 심해서 잠깐 어지러웠던 것뿐이야. 걱정하지 마.
소피아는 이런 녀석이지...
자밀라님, 공중 정원이 우리와의 거래에 응하기로 했으니 원래 계획대로...
초기 안대로 거래를 진행합시다. 이 꼬마의 헛소리는 그저...
소피아가 제안한 거래 상대는 개인이 아니라, 이 아딜레 전체예요. 결정권은 모두에게 있습니다. 누구든지 선택할 권리가 있어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죠? 누구의 의견을 지지하나요?
다... 당연히 소피아야!! 우리와 같은 출신이니, 분명 우리 상황을 이해하고 말하는 걸 거야!
공중 정원에 가면 끝날 이야기를, 이런 번거로운 거래 따위... 일개 구조체의 헛소리까지 신경 써야 하는가...
평민에게도 선택권이 있다면, 난 소피아를 선택하겠어! 그녀는 나를 구해준 적이 있어...
그러고 보면 사실 승격자도 100% 보장을 해주는 건 아니지... 보기에 선량해 보이지도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지상으로 돌아간다... 가능하다면, 그 이상 좋은 거래가 없지.
계속 도망칠 수는 없어! 다른 세력으로부터 보호받기를 구걸하는 것보다, 스스로 지켜내야 해!!
그 말도 맞네.... 저 녀석은 구조체지? 어쩌면 그만큼 강할지도 몰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귀족이고 평민이고...
소피아, 내가 한 말, 기억하고 있니? 거래할 때 더 큰 이익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더 위험한 쪽을 택한다.
그것이 나, 그리고 상인인 모두의 최종 결론이야.
...응!
결론이 난 것 같군요. 그럼, 공중 정원과 아딜레의 거래는 여기까지. 지금부터는... 구조체의 시간입니다.
열차 위에서는 파란 그림자가 침식체와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계단 방향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눈치챈 듯 그는 전투 속도를 냈다.
삐!!!
그리고 침식체를 걷어차 떨어뜨렸다.
누구 씨와 같은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너무 늦었네.
아래에서 중요한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요. 그런 상황은 거북하거든요.
한가한 틈을 타서 기체를 바꿨습니다.
——!!!!
무기가 없어서 시간을 많이 벌지는 못 하겠지만… 소피아, 총을 좀 빌려주지 않을래?
그래도 이건 내가 제안한 거래니까...
내 기억이 맞다면 ‘고속 연속 전투’가 가능한 지원형은 개발된 적이 없어. 일방적인 부탁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내가 ‘무료’로 한 번 도와줄게.
공짜만큼 무서운 건 없어. 그래도 고마워.
이걸로 모을 수 있는 전력은 다 모였어요. 거기에 비앙카의 지원까지 있고요. 지휘관님, 이번에야말로 적을 완전히 제거해야 해요.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