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여정
>도시와 마을들이 하나둘 재건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요... 폐허가 온전한 건물이 되고, 인적 없던 곳에 사람들이 모여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 말이에요.
저요...? 제 소원은...
전 종이비행기들을 믿어요. 모든 동화를 믿고,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영원할 거라 믿어요...
하지만 이게 우리의 동화라면... 조금만 더 제멋대로 굴 수 있게... 조금만 더 욕심낼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
...의지와 아름다운 감정으로 보호막을 친, 퍼니싱에 저항하는 안식처야.
"수정구슬"의 모든 것은 진실에서 비롯됐어. 너희들이 그 안에서 함께 노력하는 매 순간은, 우리가 의식의 바다의 통증을 치료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가 있지...
계속 깨어나지 않으신다면... 실례 좀 하겠습니다, 이름 모를 각하!
지휘관은 은발 여성의 의식의 바닷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았다. 바닥에 발이 닿자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얼굴에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이 느껴졌다. 마치 비단 같은 깃털이 얼굴을 몇 번이고 쓸고 지나가는 듯했다.
지휘관이 코끝을 문지르며 몸을 일으키자 눈 덮인 숲이 펼쳐졌다. 짙은 얼음 안개 탓에 숲 깊은 곳은 보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이 의식의 바다의 주인인 리브가 보이지 않았다.
멍하니 있지 마세요! 붉은 마법사가 당신들을 발견했어요, 어서 공주님을 찾으러 가세요!
뒤에서 똑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휘관이 즉시 고개를 돌리자, 흑조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이며 부리를 달싹이고 있었다.
당연히 빛과 화로의 여인이자 생명의 친구, 꽃과 이야기로 만든 왕관을 쓴 공주, 모두에게 사랑받는 리브 님이죠!
이곳의 모든 것을 얼려 버리는 무시무시한 자예요! 쉿, 험담하면 그자가 들을지도 몰라요.
흑조는 지휘관을 향해 목을 숙이고 날개를 접으며 예를 갖추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각하. 저는 리브 님의 집사, 오델입니다. 지금은 이런 모습이라 따뜻한 차와 간식을 대접해 드릴 수 없군요.
어떻게 답례할지 고민하기도 전에 옆의 그림자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더니, 번개처럼 백조와 지휘관을 덮쳐왔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지휘관은 재빨리 앞으로 나서며 오델을 낚아채고 총을 뽑아 정신을 집중했다. 하지만 원래 있던 자리에 달려든 것은 뒤틀리며 수축하는 몇 줄기의 가시 돋친 창백한 가시덤불뿐이었다.
붉, 붉은 마법사의 부하예요, 어서 도망치세요!
가시가 갑자기 치솟자, 지휘관은 흑조를 안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달렸다.
그 가시의 형태는 예전에 리브의 의식의 바다를 휩쓸었던 과부하된 퍼니싱과 소름 끼치도록 흡사했다. 예상대로라면 이것이 지휘관이 이번 작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 적어도 그중 하나임이 분명했다.
지휘관님을 해치게 두지 않겠어요.
지휘관 주변의 공간에 희미한 빛이 번지며 일렁였다. 익숙한 허상이 채 실체화되기도 전에 날카로운 깃털검이 그녀의 손에서 휘둘러졌고, 거울 같은 빛이 연달아 번쩍이며 지휘관을 쫓던 가시를 모조리 베어버렸다.
[player name] 님, 괜찮으세요?
지휘관은 허상의 팔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실체에 닿지 않았고, 은발 여성의 목소리 또한 멀리서 들려오는 듯했다.
리브 역시 조금 망연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에 잠긴 듯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히포크라테스 교수님 말씀대로라면, 저희는 함께 제 의식의 바닷속 "수정구슬"로 뛰어들어야 했어요. 하지만 전 어느 궁전에서 깨어났고, 지휘관님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느껴질 뿐이에요.
지휘관님이 저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즉시 곁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더니, 정말로 이런... 투영을 만들어냈네요.
받았어요. 근데 일단 방 밖으로 쫓아내고 문을 잠가뒀어요.
위험하진 않으니, 걱정 마세요. 다만 처리하기가 좀 까다로워서 돌파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지휘관은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나뭇가지와 얼음 안개가 시야를 가로막고, 땅에 쌓인 눈이 모든 경로를 덮어버려 길 찾기와 위치 파악이 모두 어려워진 상태였다.
지휘관의 팔 아래 끼어 있던 흑조가 갑자기 고개를 살짝 들더니 맑은 눈동자로 허상 속의 리브를 바라보았다. 흑조의 몸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
방법이 있습니다. 공주님께서 소원을 빌기만 하면 눈밭 위에 길이 나타날 거예요.
리브는 그 호칭이 낯선 듯 잠시 침묵했다. 그녀는 머뭇거리며 손을 뻗어 흑조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잎새 끝에 맺힌 아침 이슬이 처음으로 햇빛을 머금듯, 리브의 눈동자와 기억 깊은 곳에서 빛이 조금씩 떠올랐다.
오델?
흑조는 작게 흐느끼더니, 재촉하듯 그녀의 손을 머리로 비볐다.
알겠어요.
그럼... 길이여, 지휘관님을 제 곁으로 데려다주세요.
소녀가 깍지를 끼고 두 손을 모으자, 장밋빛 시선이 지휘관의 눈길과 온전히 얽혀 들었다. 이윽고 하프 현을 어루만지는 바람결처럼 아름다운 영창이 울려 퍼졌다.
말이 끝나자, 눈밭 위로 아득히 굽이쳐 뻗어 나가는 비단길이 허공에서 피어났다. 금실과 은실로 촘촘히 짜인 그 길은 천국에서 흐르는 빛의 강물을 지상으로 끌어내려, 순백의 세계 한가운데에 더없이 선명한 이정표를 수놓았다.
성공한 것 같아요. 한 번 걸어보시겠어요?
조심스레 발을 내디디자, 의식 연결의 저편에서부터 전해진 포근한 온기가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뼛속까지 시리던 한기는 씻은 듯이 사라졌고, 은발 소녀의 기체 온도마저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네! 제가 장애물을 치워둘게요. 이따 봐요.
소녀의 잔상은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고는 사라졌다.
숨을 쉬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지휘관은 이 기적 같은 오솔길을 따라 내달리기 시작했다. 발걸음은 갈수록 가벼워졌다. 흑조 역시 바람을 타고 날개를 활짝 펼치며 앞장서 날아올랐다.
낮은 관목을 지나고, 적막에 잠긴 숲을 뚫고 나가 경계선을 벗어난 바로 그 순간, 시야가 탁 트였다.
얼음 호수는 거울처럼 몽롱한 하늘빛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호숫가에는 마치 달빛을 깎아 만든 듯한 궁전이 서 있었는데, 영롱한 첨탑과 가느다란 기둥, 공중 회랑이 서늘한 광택을 내뿜고 있었다.
비단길이 허공으로 솟구치며 지휘관을 궁전 앞 공중 다리까지 이끌었다.
[player name] 님, 고개를 들어서 위를 보세요.
위쪽 메인 탑 측면의 좁고 긴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이 갑자기 바깥을 향해 활짝 열리더니 곧이어...
마치 동화 속에서 나타난 듯한 소녀가 창틀에 기대어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옅은 붉은색 새벽빛이 그녀의 옷을 물들였고, 밤하늘의 그윽한 보랏빛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장식했다.
날아오르는 새처럼, 쏟아지는 유광처럼, 소녀는 발끝으로 창틀을 가볍게 딛고서 사뿐히 뛰어내렸다.
흩날리는 은발과 얇은 천이 바람결에 춤을 추고, 눈꽃과 광익이 꿈결처럼 나풀거렸다. 속세와 철저히 단절된 이 비좁은 공간 속에서, 오직 그녀만이 생동감 넘치는 유일한 색채였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지휘관의 품 안으로 가볍게 날아들었다.
찾았네요, 지휘관님.
소원을 향한 여정 Path of Unclouded Hearts
생명의 별 진료실
공중 정원
얼마 전
두 사람 너무 긴장하지 마. 내 앞에만 오면 이렇게 잔뜩 굳어있네. 오늘은 나쁜 소식을 전하려는 것도 아니고, 내가 두 사람을 상대로 짓궂은 장난을 칠 리도 없어.
지난번 윈치스 여행 때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도, 어린 리브가 말하다 말고 우물쭈물하길래 내가 더 안 캐물었잖아?
교수님... 그 얘긴 안 꺼내시기로...
장비를 조율하던 교수님이 한 손을 들어 흔들었다.
알았어, 알았어. 장비 세팅이 끝났으니 본론으로 넘어가지.
간단히 말해서 리브의 의식의 바다를 치료하는 연구가 좋은 진전을 보였어. 그래서 오늘 두 사람을 불러 새로운 치료 요법을 테스트해 보려고.
368호 보육 구역 작전의 데이터 기록을 바탕으로, 마침내 의식의 바다 내에 안전 구역을 구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거든.
멀지 않은 호수 위에 서 있던 리브가 지휘관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이 작은 공간이 생긴 것도 다 그 데이터 덕분이니까요.
히포크라테스는 조작 콘솔에서 홀로그램 투영을 띄워 진홍빛 입자의 바다를 구현한 뒤, 그 중심에서 은백색의 라이트볼을 들어 올렸다.
만약 이걸 어린 리브의 의식의 바다에 넘쳐나는 정보라고 가정했을 때, 거센 파도만 칠 뿐 쉴 곳은 하나도 없어. 안전 구역은 리브가 숨어서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해. 의지와 아름다운 감정으로 보호막을 펼쳐 퍼니싱에 저항하는 안식처지.
난 이걸 "수정구슬"이라고 부르고 싶어.
"파도"는 당연히 "수정구슬"을 공격하며 다시 집어삼키려 하겠지만, 당시 지휘관의 마인드 표식을 보호하기 위해 "수정구슬"은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해졌어.
"수정구슬"을 하나 만들 수 있다면, 두 개, 열 개, 아니 그 이상인들 왜 못 만들겠어? 우리가 지상에 보육 구역을 짓는 방식도 매한가지잖아. 점이 이어져 선이 되다 보면 언젠가는... 되지 않겠어?
지휘관은 무의식적으로 곁에 선 여성 구조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두 시선이 허공에서 조용히 마주쳤고, 리브는 지휘관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는요.
자, 여기 누워. 장비를 연결하면서 설명할게.
히포크라테스가 눈웃음을 지으며 단말기를 몇 번 두드리자 등 뒤에 있던 수면 캡슐과 흡사한 기기가 윙윙거리며 열렸고, 나란히 놓인 두 개의 좌석이 나타났다.
!!
이쪽으로 올래? 두 사람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야. 누워서 일하는 게 앉아서 하는 것보다 편하지 않겠어?
볼이 발그레해진 구조체 소녀는 우물쭈물하며 머리카락 한 가닥을 쓸어 넘기며,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지휘관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생각을 정리한 뒤, 리브와 나란히 기기 안에 누웠다. 그리고 히포크라테스가 몸에 장비 패치를 붙이게 내버려두었다.
잠시 후, 평소처럼 의식 연결부터 진행할 거야.
리브, 기기의 도움을 받으면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마인드 표식이 네 의식의 바닷속 기억과 환상, 꿈들을 흡수해, 그것들이 자연스럽게 하나의 "수정구슬" 세계를 구축하게 돼.
지휘관이 예전에 파편을 찾아 의식의 바다를 수리했던 것처럼, "수정구슬"의 모든 것은 진실에서 비롯돼. 너희들이 그 안에서 함께 노력하는 매 순간은 우리가 의식의 바다의 은통을 치료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어.
그 안으로 뛰어들어 두 사람만의 세계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온전하게 만들어. 그 아름다움이 어떤 고통의 침범도 막아낼 수 있을 만큼, 견고해질 때까지 말이야.
히포크라테스는 리브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비록 조금 막연하게 들리겠지만, 성공하는 순간 두 사람 모두 알게 될 거야.
교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물러났다.
리브가 고개를 돌리자, 목베개 위로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헝클어졌다. 촘촘한 속눈썹이 그림자를 드리웠고, 리브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시선을 들어 지휘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리브는 기기가 허용하는 좁은 공간 속에서 최대한 지휘관의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player name] 님...
기대감과 수줍음이 소녀의 장밋빛 눈동자에 번졌고, 리브는 손바닥을 뒤집어 지휘관의 손가락 사이로 자신의 손가락을 겹쳐 넣었다.
소녀의 눈동자 속에 담긴 희미한 빛이 깃털처럼 지휘관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새끼손가락에 힘을 준 리브가 지휘관의 손을 옆으로 끌어당기자, 지휘관도 다시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둘은 간신히 웃음을 참았다.
어떤 세계가 만들어질까요?
해치가 천천히 닫히자, 안도감이 스며들 만큼 익숙한 의식 연결의 감각이 전신을 감싸안았다.
두 사람 모두 신비로운 여행이 되길 바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