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히든 / EX05 미경각흔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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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05-11 낚시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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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베로스에게서 벗어난 뒤 롤랑은 곧장 마을을 떠나 산기슭의 폐허 근처로 갔다.

라미아 그 녀석...

그녀가 도망칠 것이란 건 예상된 일이었지만 롤랑 역시 타이밍이 너무 공교롭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케르베로스의 힘을 빌려 부두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입혀 쓰러뜨릴 수 있었고 자신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었다.

케르베로스의 친구들이 진실을 발견했을 때 너무 놀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가 웃었다.

하지만 어쨌든 너무 늦었어.

그는 황무지로 다시 돌아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목표가 있었다.

바로 그 때, 그 검은 옷의 소녀가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났다——

따라오세요.

하이디

여기입니다.

넌 누구야?

검은 옷의 소녀는 대답 대신 조용히 자신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어떠한 감정이나 호소가 없었다. 마치 옅은 안개 속에 가려진 깊은 호수 같았다.

——롤랑은 그런 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

대답이 없었다.

그러면서 롤랑은 앞으로 다가가 검은 옷의 소녀를 앞지르려 했다.

이것은 당신이 원했던 결과입니다.

——롤랑이 멈춰 섰다.

...네가 어떻게 알지? 아니...

집에서뿐만 아니라 더 일찍이 나를 미행하고 감시하고 있었구나. 그렇지?

하이디는 부정하지 않았다.

원하는 걸 말해. 일이 이미 이렇게 됐으니 더 이상 서로에 대한 불필요한 탐색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그것은 저의 임무가 아닙니다.

회색 옷의 소녀가 말없이 돌아서 출발했다.

...칫, 됐어.

하지만 롤랑은 순순히 따라갈 생각만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계획이 있었다.

롤랑은 말없이 하이디라는 회색 옷의 소녀를 따라 주변의 경치가 완전히 변하기까지 한참 동안 걸었다.

롤랑은 험난한 길을 걸으며 소녀를 따라 침식체와 인간의 무기에 파괴된 건물과 장벽이 있는 폐기된 작은 마을을 지나갔다.

다만 롤랑이 하이디라는 소녀에게 무언가 말을 걸어도 하이디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롤랑은 먼 곳에서 온 침식체가 하이디를 기습하려 하거나 길거리에 함정을 제작하려고 할 때——

쓸데없는 짓 하지 마세요.

회색 옷의 소녀가 이렇게 말했다.

‘결과가 심각할 것’이라는 직설적인 협박이라면 몰라도 이런 소리 없이 그 어떤 ‘요구’와 ‘제한’을 표현하지 않은 협박은 오히려 롤랑에게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

상대방의 진짜 실력을 모르는 상태에서 하이디의 표현을 보면 상대방이 갖고 있는 카드가 많아 보였다.

그렇다면—— 일단은 조용히 따라가는 게 좋겠어.

이런 판단을 가지고 롤랑은 계속해서 소녀를 따라갔다.

시작하죠.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지만 롤랑은 조금씩 길 위의 경치가 어떤 기묘한 규칙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큰 폐허 앞에 멈춰 선 하이디는 그녀의 명령에 따라 몇 개의 침식체가 무거운 건물 잔해를 힘겹게 헤쳐 나갔다.

——여기인가? 롤랑은 이렇게 생각했다.

도중에 자신이 구체적인 장소를 특정하지 못하도록 얼마를 돌아가든,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장소를 지나가든.

여기까지 왔으면 끝난 거겠지.

도중에 이미 저격수가 100번 이상 노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까지면 끝난 것과 다름없어.

"적어도 상대방은 자신이 이 마지막 장소까지 오고 싶어 했어" 롤랑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하이디를 따라 거대한 잔해 속으로 들어갔다.

잔해 속의 길은 넓었지만 하늘의 빛이 거의 차단되어 있었다.

조각처럼 투사된 곳에서만 하이디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하, 하이디뿐만이 아니야)

누군가 자신을 엿보고 있었다. 하나도 아니었고 두 자릿수도 아니었다.

(진짜 떠들썩하네...)

하지만 그것도 엿보기에 불과했다.

‘조준’이나 ‘기습 준비’라면 롤랑은 이미 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엿보기’는 이후의 행동을 짐작할 수 없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을 엿보는 눈길에서 익숙한 느낌이 느껴졌다—— 그 ‘부두’라는 녀석인가.

그녀라면 당장이라도 공격해 올 텐데——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제압당한 건가? 아니면 누군가 ‘공격 불허’ 명령을 내린 건가?

이 모든 것에 뒤에 누가 있든 간에 적어도 그는 개를 키우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것 같네.

이런 도발과 조롱에 가까운 말은 물론 롤랑이 일부러 한 말이었다.

화낼까? 롤랑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 엿보던 눈길은 여전히 있었고 하이디는 말없이 롤랑을 데리고 갔다.

(...칫.)

그리고 롤랑과 하이디 앞에 하늘의 빛이 가득 비친 공간이 나타났다.

거의 캄캄한 폐허의 공간에서 오직 그곳만이 하늘의 빛이 가득했다.

――굳이 말하자면 마치 무대 위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같았다.

그 커다란 빛 속에 검은 그림자가 서 있었다

본·네거트 님. 손님이 왔습니다.

그래요.

검은 모습이 돌아서더니 하이디와 롤랑 쪽으로 향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장을 잃은 ‘기사’. 롤랑.

저는 본·네거트라고 합니다.

당신이 순순히 여기까지 와 주셨기 때문에, 저도 명쾌하게 말할 수 있겠군요.

제 부하가 되면 그 소원을 제가 대신 들어 드리죠.

너도 알 텐데? 난 너 같은 녀석이랑 얽히기 싫어하는 걸 말이야.

단도직입적으로 갈까?

자신의 관점을 단도직입적으로 털어놓은 롤랑은 상대방에게 너무 매달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단지 상대방의 손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

당신이 원하는 걸 드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