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히든 / EX05 미경각흔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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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05-9 케이지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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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내게 너한테 보여주라 했던 것...

‘로키’가 보여줬어.

하지만 너에게는 그럴 가치가 없는 것 같네.

그럼 여기서 끝내자.

부두의 가면에는 불빛이 끊임없이 반짝이고 색깔이 변했다. 롤랑은 자기도 모르게 손에 든 무기를 움켜쥐었다.

만약... 네가... 살아남는... 다면...

다시... 판단...

아아아아... 아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부두의 차가운 목소리가 변조되어 다시 공포스러운 왜곡된 목소리로 변했다.

기껏해야 네 시체를 분해해서 그분 앞에 놓을 뿐이야!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약자는 살 가치가 없으니까!

한바탕 교전을 거치며 롤랑은 눈앞의 거대한 그림자가 때로는 냉정하고 때로는 실성한 모습이 서서히 익숙해졌다.

기껏해야? 그 얘기로 판단하자면... 나는 살아서 ‘그분’이라고 불리는 자 앞에 설 수 있을 것 같은데?

…………

이런... 하필이면... 이때... 네 허튼소리에 방어기제가 발동된 건가...?

으윽... 아...

‘로키’의 제어 불가 상태가 예측을 뛰어넘었어. 순환액 안의 억제 모의제 성분을 재조정하지 않으면...

...하지만 임무는 계속되어야 해.

‘롤랑’이라는 개체가 너를 테스트해 보는 게 내 임무야.

하지만 방금 상황으로 봤을 땐 더 시험할 가치는 없어 보여. 너의 전투력은 그분의 예측보다 훨씬 낮아.

그분의 말처럼 전투력 격차를 반전시킬 만한 지능도 보이지 않아.

...보니까 너희들 공부 많이 했구나.

그분은 뭐든지 다 알고 있지.

그러니 이제... 나는...

‘부두’가 손을 내민 뒤로 그녀의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몸의 색깔은 끊임없이 변하기 시작했다.

‘로’... 너... 이거... 배... 신...

배... 배... 배... PAN...

...그게 ...뭐? 자신을... 죽이려는 거야? 아니면... 실험대 위에서 네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주인공을 내 머릿속에 넣었기 때문에 나랑 분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야?

‘부두’, 아니... 연구원 인증코드 RIKD-042... 너 우리 관계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쯧쯧... 너희들 정체성 때문에 서로 난리 법석인데 나 먼저 가도 되나?

……

‘부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의 미사일 장치로 미사일을 조종해 다시 롤랑을 고정시켰다.

...네 생각엔?

시체 한 구? 한쪽 손? 아니면 네 머리만 가져갈까? 그분이 어떤 걸 좋아할까?

…몇 차례 서로 뒤얽힌 뒤 부두의 전면적인 공중 우세 앞에서 롤랑의 반격은 조금은 열세가 되었다.

롤랑의 체인 블레이드에 맞서며 부두는 한 번 또 한 번 날개와 미사일을 동원해 롤랑을 몰아붙였다.

궁지에 몰린 듯 보였던 롤랑은 체인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부두’라는 적의 공격을 또 한 번 격퇴했다.

양측의 거리가 총알이 닿을 정도로 좁혀진 순간 롤랑은 마지막 8발의 슬러그탄을 직접 부두의 가면을 향해 전부 발사했다.

부두의 머리가 세차게 뒤로 젖혀져 공중에서 반 바퀴를 돌았다. 몸체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감지한 기체는 장착된 자동 균형 장치를 작동시켰고 엔진은 미세 조정에 전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머리가 땅에 떨어지기 전 ‘부두’는 간신히 몸의 균형을 되찾았다.

아파... 너무 아파...

아하하하... 아하하하하하!!! [삐——]! 아파!

날 때려? 죽여 버릴 거야! 너를 찢은 뒤 내장을 꺼내서 네 얼굴을 덮어 줄 테다!

반면 롤랑은 땅에 착지하자 묻지도 않은 먼지를 털었다. 맞은편의 ‘상대방’은 나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이런, 이런...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건 그냥 한 대 때리기 위해서야?

여유로운 말에 이어 추가 도발이 이어졌다.

불만이 있으면 앉아서 얘기하면 되잖아. 갑자기 손을 대다니 내 신사적인 품격과는 정말 거리가 멀군...

도발 이후 상대방의 행위에 대한 비난과 비하가 이어졌다... 하지만 더 이상의 도발이 필요 없어 보였다. 부두가 이미 공중으로 뛰어올라——다시 급강하를 시작하고 있었다.

무슨 헛소리야! 난 임무가 뭔지 몰라! 너를 죽일 거야!

…………

그렇게 말하며 롤랑을 향해 미친 짐승같이 더 맹렬한 공격을 쏟아냈다. 절반밖에 남지 않은 시야 속에서 롤랑은 번번이 뒤로 물러났다.

…………

그 순간 부두는 달빛 아래 롤랑의 웃음 섞인 시선을 마주한 것 같았지만, 착각이었다고 생각될 정도로 찰나이었다.

쯧쯧, 임무가 뭔지도 모르고... 상대방은 어떻게 이런 이상한 애를 보낸 거야...

롤랑의 시선의 의미를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사실 분노에 찬 로키의 인격에 육체를 지배당한 부두는 무엇 하나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날개와 분사기의 잔여 동력을 이용해 부두는 다리를 바로 옆으로 올리더니 힘차게 롤랑의 몸을 내리쳤다.

공격을 받고 날라간 롤랑은 바닥에 쓰러졌다. 롤랑은 손을 흔들며 헛기침을 계속했고 순환액이 그의 입가에서 흘러내렸다.

죽이는 건 좋은데 왜 죽이려는지 좀 알려줄래?

이때, 롤랑의 계획이 누군가에게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끌려오면서 완성됐다.

네 주인이 나에게 무슨 말을 전해달라고 하지 않았어?

아니면... 콜록, 넌 단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한 용병인가?

롤랑의 말은 상대방을 잠시 멈추게 했다.

(효과가 있잖아?)

그러나 잠시 주춤했을 뿐 바로 무언가가 숲에서 날아올랐다.

그건 숲과 절벽을 넘어 롤랑의 머리를 지나 빙빙 돌면서 고열의 가스를 내뿜었다.

한편, 이곳에 도착한 뒤로 줄곧 침묵하던 21호는 몸을 바짝 조였고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그녀의 의식의 바닷속에서 충돌을 일으켰다.

작열하는 기류가 주위의 나무들을 날려 보냈다. 날아간 나뭇가지와 잎 사이에 눈길을 끄는 하얀 무언가가 있었다——

21호. 발각됐다...!

(그래야지)

...쯧.

…………

이 맛... 이 맛? 이 맛이야!

회오리바람이 휙휙 불며 사막에는 돌조각의 붕괴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강철의 거수는 ‘그녀’의 칼날 같은 날개로 바람을 일으켜 벼랑에서 무너진 돌과 나뭇잎이 ‘그녀’ 주위를 맴돌았다. 붉은 달은 ‘그녀’의 왕관 같았고 핏빛 달빛은 이 무서운 것들을 뒤덮고 있었다. ‘그녀’의 그림자를 무한히 길게 늘어뜨린 모습은 마치 달에서 뻗어 나온 갈고리발톱 같았다.

다음 순간, ‘그녀’는 갑자기 뒤틀며 소리를 냈다. 몸이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더니 거의 끊어질 듯한 각도로 비틀어졌다. 하지만 그 이유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킥킥, 킥킥,키키킥……

마치 누에가 뽕잎을 먹는 듯한 소리처럼 그 거수의 목에서 낮은 소리가 천천히 다가왔다.

아니.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녀’는 흥분한 것이었다!

그건... 살육이 시작되는 것에 대한 흥분이었다!

‘그녀’는 계속 웃었다.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한바탕 웃음소리는 마치 갓난아기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킥킥……하하하하하하!!!!!

그 소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큰 소리로 변해 이상하고 처참한 소리를 냈다—— 공포에 질린 것 같기도 했고 의기양양한 것 같기도 했다. 지옥에 떨어진 원혼만이 이런 소리를 낼 수 있었다.

간다. 간다! 간다!

눈여겨봤던 녀석이 단번에 쓰러지는 무능한 놈이란 걸 알게 된다면 그분이 분명 실망할 거야!

하지만, 하지만 부두가 새 장난감을 산 상태로 가져간다면—— 기뻐하겠지! 그분이 기뻐할 거야!

저 자식 뭐라고 중얼중얼 거리는 거야...

선물?

모두 뒤로 물러서—— ‘그녀’가 가리키는 건 우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