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히든 / EX01 그랑블루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01-1 쇼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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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곳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초조한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어...

이곳은 내부는 누가 봐도 밝지 않았지만 승격자 중 한명인 쇼메에게 밝기는 더 이상 그 어떤 영향도 주지 못했다.

연구실에는 꿈틀거리는 기계 잔해들이 가득했다. 그들 중 어떤 이들은 사지가 부족했고 어떤 이들의 몸통이 휴머노이드의 몸통으로 대체되었고 어떤 이들은 머리만 남은 것도 있었다.

오일, 순환액 그리고 원료를 알 수 없는 액체가 그들의 몸 표면 아래로 흘러나왔다.

그들의 몸에는 수 많은 튜브들이 연결되어 있었고 이 잔해들이 작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튜브를 통해 활성화제가 끊임없이 주입되고 있었다.

이 덕분에 그들은 모두 살아있었지만 모두들 미치고 병든 상태였다.

그들은 관절을 꿈틀대며 몸통을 끌고 쇼메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려고 했지만, 몸에 연결된 케이블과 튜브의 속박으로 인해 그들의 이동범위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영원히 쇼메를 터치할 수 없었다.

연구실 한쪽의 벽 뒤에서는 침식체들의 고함과 분노에 찬 타격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벽을 두들기는 침식체들은 벽에 흐르는 전류로 인해 사지가 불타고 있었다.

그들의 불에 탄 신체를 연소와 재생을 반복하여 벽을 끊임없이 두드렸다. 그 목적은 이 벽을 뚫고 연구실에 진입하기 위해서였다.

왜냐하면 연구실 중앙에 서 있는 쇼메의 손에서 반짝이는 퍼니싱 주사제를 얻기 위해서였다.

익숙한 작업 환경에서, 쇼메는 마음 속으로 오히려 불안감이 일었다.

이미 72시간이나 지났어. 전에는 이런 실수 없었다고.

……

만일을 대비해서.

쇼메는 일어나 뒤에 있던 콘솔로 다가가더니 스크린을 빠르게 터치했다.

제70412차 실험기록:

70411 번째 실험체들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 승격 네트워크의 첫 선별로 인한 충격은 최신의 설비와 개조 프로그램으로도 견디지 못했다.

쇼메는 말을 하는 동시에 주사제를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말을 이어갔다.

흠, 예상했던 상황이지만...

실험체의 초기 반응으로 볼 때 내 이론의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어.

퍼니싱을 이용해 숙주를 감염시킨 뒤 정확한 환경을 결합하고, 개조 데이터를 미세하게 조절하면 분명 그 성과를 다시 재현해 낼 수 있을 거야.

됐어. 마지막 기록이 끝났어. 데이터 도출 시작.

시스템

도출 명령을 접수했습니다. 신분 검증: 쇼메 박사. 권한 레벨: EX+. 도출 프로그램 집행을 시작합니다.

콘솔에서 울리는 작동 소리를 음악 삼아 쇼메는 방 안을 거닐며 잔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65018번 실험체, 저번 선별에서 꽤 오래 버텼더군. 나한테 좋은 개조 원료를 많이 제공해줬어.

63901번 실험체, 이 휴머노이드는 같은 소대의 구조체로 개조한 거야. 다들 좋은 소재였는데 융합한 뒤에 첫 번째 선별을 버텨내지 못한 게 아쉬워.

쇼메의 머릿 속으로 실험체 하나하나를 스스로 해체하고 그들을 승격 네트워크에 연결시키려고 했던 장면이 떠올렸다. 마치 승리를 거둔 군인이 자신이 획득한 훈장을 하나하나 세보 듯이 말이다.

시스템

데이터 도출 완료.

시스템의 알림음을 들은 쇼메는 다시 콘솔 앞으로 걸어가 콘솔에서 튕겨나온 검은색 큐브를 자신의 품안에 넣었다.

기계 작동 소리가 품 속에서 들려왔다. 소리가 잠잠해지자 쇼메는 옷가지를 정리하고 몸을 움직이며 기체에 이상이 없는지 점검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시간도 결국 끝날 때가 있는 법이야. 이제 이곳과 작별할 시간이군.

이 말을 마친 뒤 쇼메는 콘솔에 마지막 지령을 입력했다. 지령 집행과 함께 벽면에서 기계팔이 여러 개 나타났다. 기계 팔은 빠르게 움직이며 방 안의 모든 기계들을 분해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살아있었다고 볼 수 있던 기계 잔해들은 완전히 생기를 잃은 금속 폐품이 되고 말았다.

시스템

우웅--

전자음이 흐르고 콘솔과 모든 기계팔은 더 이상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았다.

방 안의 모든 활동이 중지된 걸 확인하고 쇼메는 안경을 올린 뒤 연구실을 떠났다.

쇼메는 혼자 연구시설의 메인 통로를 거닐다 갑자기 갈림길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

오랜만이네, 쇼메.

흥, 여기를 오다니. 넌 내 연구를 무시하지 않았어?

???

하하, 역시 예전이랑 똑같네.

말을 이어가던 자는 여유롭게 우측 코너에서 걸어나오더니 거대한 창을 곁에 세워놓고 우아하게 연구 설비 벽에 기댔다.

너 예전이랑 좀 달라진 것 같네.

그 도시에서 많은 일들을 겪었으니까.

하긴. 구룡성의 데이터 보고를 보니까 꽤 많은 사고들이 있었더라. 크게 보면 우리의 승리긴 하지만.

너한테 우리를 평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넌 전 세계 여러 연구 시설에 틀어박혀 아무 쓸모도 없는 연구를 하는데 모든 시간을 허비하잖아.

네가 승격자 중 한 명이라는 걸 까먹을 지경이야.

네가 한 말이 틀린건 아니지. 하지만 한 가지는 반박해야겠어.

난 루나 아가씨가 선별한 건 아니지만 너와 나 모두 승격 네트워크를 위해 일하고 있어. 엄밀히 말하면 우린 모두 승격자인 거지.

하이고, 말 한마디마다 시비 거는 모습이 가브리엘과 점점 닮아가네.

쇼메는 뭔가 계속 말하려고 했지만 롤랑은 그에게 말할 기회를 더 주지 않을 생각인지 혼자서 떠들고 있었다.

그러자 쇼메는 고개를 저으며 또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네 불평은 이제 돌아와서 천천히 들을게. 지금은 새로운 연구 임무가 있어서 말이야.

롤랑은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쇼메를 바라보았다.

그럼 다음 임무도 우리랑 같이 움직이지 않겠다는 거지?

당연하겠지만 내가 자격을 부여받고 선별에 통과한 것도 다 실험 연구 덕분 아니야?

하하, 그래?

흥, 저번에 나한테 부탁했던 장치 사용감은 좀 어때? 다른 사람 앞에서 보여준 적은 없는 것 같지만 데이터 주는 거 잊지 마.

난 아무런 작전 능력도 없는 연구 인원이니까. 때리고 죽이고 하는 일은 너희들 같은 프로한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아.

쇼메는 말을 하며 롤랑의 앞을 지나갔고 갈림길의 왼쪽을 향해 걸어갔다.

하하, 전투력이 없는 연구자가 등에 총구를 들이밀었을 때도 여유롭게 주위의 벙커를 컨트롤해 날 조준할 수 있다는 거구나.

네가 정말 날 죽이려고 했다면 벙커가 널 조준하기 전에 난 이미 죽었을 거야.

아, 재미 없어.

난 태어날 때부터 이랬어.

쇼메는 안경을 올렸다. 롤랑과 더 이상 다툴 생각도 하지 않고 통로를 따라 자리를 떴다.

롤랑은 말을 마친 뒤 자신의 총을 다시 들었고 쇼메가 향하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가브리엘

쥐새끼가 굴에서 나온 모양이군요.

그래. 그런데 왜 이렇게 귀찮게 움직이는 거야. 지금 내가 바로 죽이는 게 더 편하잖아.

가브리엘

그럼 저 자식의 마지막 거점을 뿌리뽑을 수 없을 테니까요.

그래, 그래. 알았어.

롤랑은 자신의 짜증을 전혀 감추지 않고 손으로 가브리엘의 말을 끊어버렸다. 가브리엘은 읽고 있던 책을 닫고 시설 밖의 어둠 속에서 걸어나왔다.

네가 여기 없었다면 아까 바로 총을 쏴버렸을 거야.

그런 짓을 하면 당신은 끝장입니다.

흥... 그 얘기는 그만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됐어?

알파는 이미 출발했고 저도 준비가 끝났습니다.

하하, 드디어 때가 됐네.

롤랑은 기지개를 켜며 가브리엘의 곁을 지나갔다. 가브리엘은 고개를 돌려 연구 시설을 훑어보더니 모자를 벗어 가슴 앞에 놓았다가 다시 모자를 제대로 쓰고 멀리 가지 못한 롤랑의 뒤를 따라갔다.

두 사람이 떠나고 난 뒤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퍼졌다. 연구 시설은 폭발에 의해 무너졌고 그로 인한 뜨거운 바람이 두 사람의 코트를 펄럭이게 만들었다.

그럼, 게임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