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스토리 / EX03 고명유장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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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03-11 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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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은 성문부터 동부 도시 구역의 거리가 이렇게 멀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이 힘들었다.

침식체의 고함 소리가 헤드폰의 통신을 뚫었다. 자신이 이끄는 사단은 이미 몇 분 전부터 연결이 되지 않았다. 요란한 전류음이 통신 채널에 울려 퍼지자 백령은 아예 헤드폰을 벗어 손에 쥐었다.

이젠 필요 없어. 목표를 알고 있으니...

헤드폰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전류가 백령의 전술 장갑에 감겼다.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백령은 이 순간 후퇴한 뒤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오려면, 더 많은 희생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몸을 반쯤 웅크리고 오른손을 뒤로 젖혀 앞의 목표물을 노렸다. 셋, 둘, 하나, 주먹을 날렸다..

백령의 주먹에 전방의 침식체의 머리가 반쯤 움푹 들어갔다. 침식체는 두 팔을 휘두르며 계속 공격하려 했는데 그때 시커먼 총알이 그의 반쪽짜리 비주얼 모듈에 가득 찼다.

524, 마지막 10미터.

뒤에서 또 한 번 익숙한 폭발음이 들려왔고 침식체의 잔해가 발끝으로 떨어졌다. 백령은 또 한 명의 포뢰파가 수류탄을 터뜨렸다는 것을 알았다.

아직 걸음을 멈출 수 없다. 동료가 얻은 기회를 틈 타서 백령은 맹렬하게 달려갔다.

침식체 한 마리가 백령에 의해 땅바닥에 쓰러졌고, 황동의 탄피가 이 침식체의 온 몸을 강타했다.

무기를 세차게 뿌리치고 한 손으로 빠르게 탄창을 교체한 그는 전방에서 쏟아지는 침식체를 시종일관 주시했다. 탄창을 바꾼 백령은 땅을 향해 방아쇠를 당겨 발 밑의 침식체의 목숨을 끊었다.

525

구룡의 제식 소총은 강한 화력을 가지고 있어 성인 남성도 양손으로 들고 있어야 반동을 억제할 수 있다.

지금 백령은 명중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의 한발은 침식체 둘을 한번에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기의 큰 반동이 오른팔을 저리게 했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백령은 앞으로 포효하며 돌진했고, 모든 고폭탄을 침식체의 몸에 박았다.

527, 4미터.

마지막 탄창의 탄환을 모두 발사한 후, 백령은 손에 들고 있던 소총을 버렸다.

눈앞 인간의 화력이 약해지는 것을 본 침식체는 사방에서 그를 에워쌌다.

백령은 방금 다친 오른쪽 다리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단도를 빼내어 앞에 있는 적에게 다가갔다.

구룡인은 너희들 같은 괴물에게 당하지 않는다.

시커먼 침식체 사이를 누비는 인간의 새하얀 외골격이 눈 부신 빛을 반사했다.

구룡상회, 영원하라!

기름과 피가 뒤섞여 전쟁터에 흩날렸고, 살아남은 병사들은 자신의 마지막 탄약을 모조리 쏘아 백령의 앞길을 터주었다. 자신들은 침식체에 삼켜질 것을 무시한 채 말이다.

백령의 다리는 무릎 아래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오른팔 뼈는 근육조직을 뚫고 드러나 있었다.

이리 줘, 다들 비켜라!

용창 한 자루가 백령 스쳐 지나가면서 침식체 한 마리를 수십 미터 밖으로 날려버렸다.

제4 군단은 나를 따라 돌격하라! 제1 군단을 엄호해!

곡의 외침에 따라 군단의 화력은 백령을 가로막는 침식체에 퍼부어졌다.

분노한 침식체는 바닥에 쓰러진 백령을 무시하고 곡이 이끄는 저격 군단으로 주의를 돌렸다.

젠장!

곡은 손에 든 용창을 힘껏 휘두르며 저격 중인 침식체를 두 동강으로 베었지만, 엄청난 수의 침식체에 제4 군단의 나아가는 속도가 지체됐다.

곡님...

백령은 뒤쪽에서 들리는 곡의 소리를 알아차렸다. 그는 남은 오른쪽 팔로 자신의 몸뚱이를 끌고 방어 장치 쪽으로 기어갔다.

백령은 기어코 방어 장치 옆으로 올라가 천천히 몸을 지탱하고 외골격에서 송전선을 떼어 방어 장치를 연결했다.

시스템

리셋 중--

방어 장치 시스템이 작동하는 소리를 듣고 백령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방어 장치를 등지고 천천히 바닥에 앉다.

백령은.....명령을 완수했습니다....

백령은 중얼거렸다.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목구멍이 심하게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방어 장치에 기대어 곡이 있는 방향을 향해 마지막 경례를 한 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백령!!

백령, 포뢰파의 책임자입니다. 오늘부터 당신의 오른팔이 될 것입니다.

——

곡 님, 여긴 왜 오셨습니까, 이 신병들은 전투에 나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엄격한가요?

신병들이 불평해도 상관없습니다. 이래야 조금이라도 전쟁터에 나갈 확률을 더 올릴 수 있죠.

——

너무 진지한가요? 죄송합니다. 축하연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몰라서...

자신에게 엄격하고 성실한 임무를 요구해 온 이 병사는 자신의 일생을 구룡에게 바쳤다.

곡은 알고 있다. 앞으로 이만큼 뛰어난 지도자, 뛰어난 군인, 뛰어난 친구인 백령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을.

침식체는 전쟁터에서 기계와 인간의 시신을 짓밟았다. 그들은 인간의 쓸데없는 몸부림을 비웃었다.

백령 뒤의 방어 장치가 다시 작동했다. 침식체 일부가 다시 방어 장치를 향해 진격하며 날카로운 발톱으로 시신을 찢으려 할 때, 위에서 용창이 침식체의 팔을 땅에 박았다.

하늘에서 내려온 충격은 지면에 파편을 만들어내 주변의 침식체를 무차별 격퇴시켰다. 곡은 용창을 집어 들고 연기 속을 가로질렀다.

침식체는 자세를 가다듬고 앞에 있는 인간을 공격했다. 곡은 용창을 휘둘렀다. 창끝은 침식체 하나하나의 전자뇌에 정확하게 꽂혔다.

피격된 침식체는 동작을 유지한 채 제자리에 멈췄다. 침식체의 잔해가 쓰러질 무렵, 곡은 용창을 휩쓸어 뒤쪽 침식체 무리에 던졌다.

추한 존재들. 이곳은 결코 너희들의 세계가 아니야.

적을 휩쓴 곡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쓰러진 침식체를 따라 포위망을 향해 돌진했다.

나는 지금이라도 너희들에게 인류의 고통이 무엇인지 알려주겠어.

곡은 허리케인 마냥 침식체들을 말끔히 청소했다. 그녀의 손은 무기로 인해 닳고 피범벅이 되었지만, 계속해서 침식체들을 베어나갔다.

그리고 남을 지키기 위해 전선에서 분투하는 구룡인들의 분노 또한 느끼게 해주겠어!

곡은 마모된 용창을 땅에 꽂고 창 높이만큼 뛰어올라 손을 뻗어 눈 앞의 침식체의 머리를 땅으로 내리꽂았다.

이어 곡은 바닥에 있던 소총을 주워 감염체들을 향해 맹렬히 사격했다. 그녀는 방어장치로 접근하려던 침식체들을 모두 사살했다.

죽음에 직면하더라도 자신의 삶의 흔적을 남기고, 웃는 얼굴로 죽음을 마주하는 것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철 덩어리인 너희들에겐, 죽음만이 구룡이 너희들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자비다!

곡은 소총을 내려놓고 뒤돌아 방어 장치 쪽으로 걸어갔다. 끊임없는 폭발음이 곡의 뒤에서 들려왔다.

동부 도시 구역의 침식체는 곡과 제6 군단의 협공 아래 마침내 전멸했다. 포뢰파 한 명이 곡의 옆으로 다가오자 곡은 포뢰파가 든 구룡 상회의 깃발을 건네 받았다.

영면하기를......

곡은 얘기를 하면서 구룡의 깃발을 백령의 시체에 덮었다.

방어 장치의 폭탄이 여기저기서 터졌다. 곡은 성벽 아래에서 전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곡 님, 단호 님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런가...

후.... 슬퍼할 시간이 없다. 동료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방어 장치를 가져올 수 있었다.

전달하라. 각 군단은 재정비하고 인원이 부족한 소대는 서로 합쳐 진형을 확보하도록.

네!

사병은 지령을 듣고 떠났다. 곡은 무기를 들고 다시 전선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구룡의 시민들... 당신들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모두의 뜻을 내가 이어가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