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스토리 / EX03 고명유장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EX03-2 극장의 위기

>

다녀왔어!

돌아오긴 했구만.

...불법적인 건 안 했어.

그걸 물은 게 아니야.

정말이야! 거짓말 하는거 아니야!

잉......(제발 저림)

단장은 창위를 가까이 끌어와 그의 팔을 잡았다.

불법적인 일을 했든 안했든, 시내에서 담을 넘어다닌 건 사실이잖아.

아니야! 이건 부주의로 긁힌거 뿐이야!

......기다려, 파상풍 주사기를 찾으마.

안 돼! 그건 다시 구입하기 어려운 물건이라고. 우리가 얼마나 가난한데!

알고 있다는 애가 이렇게 다쳐 돌아와?

보름치 식비를 모두 기와 조각을 물어주는데 썼어.

그럼 보름 동안 반찬 없이 밥만 먹을게. 화내지 마.

너!

창위의 대답을 들은 단장은 화를 내며 손을 높게 들었다. 이때 라오유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라오유

단, 단장님을 찾찾찾는 전화가 왔습니다.

말 더듬이가 통신을 받을 수 있어?

유생은 어머님 기일이라 휴가를 냈다. 근데 걔는 이미 오전 연습을 잘 끝냈는데, 그러는 넌? 오전 수련을 잘 마쳤느냐?

무슨 소리! 난 게을리한 적 없어! 무대 50바퀴를 빠짐없이 뛰었다고!

쯧, 입만 살아서는. .. 됐다. 돌아가 있어라. 너한테 할 얘기가 있으니.

응...

소년은 입을 삐쭉거리며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극장의 뒤뜰로 향했다.

문 앞까지 걸어간 창위는 돌연 걸음을 멈춘 뒤 지붕 위로 몸을 날려 안채의 대들보 위로 올라갔다.

그는 조심스럽게 허리춤의 가방을 열어 향긋한 냄새가 나는 고기를 꺼냈다.

창위

헤헤, 보름 동안 먹지 못할테니, 오늘은 고기나 많이 먹어 둬야지.

아무도 내가 돼지 머리 조림을 먹고 있다고는 생각 못하겠지?

......라오유는 오돌뼈로 반주하는 걸 좋아하니까 조금 남겨줘야겠다.

창위는 얼른 포장지를 벗겼다. 한 조각을 입에 넣으려던 찰나, 단장의 목소리가 그의 주의를 끌었다.

단장

오랜만입니다, 사장님. 저번에 노래를 불러드리러 댁으로 방문했을 때 감기 때문에 안방에서 쉬고 계시더라고요.

네, 네, 알고있죠, 모두 준비해 두었습니다.

걱정마세요. 다음주에 따님이 열여섯번째 생일이죠? 축사를 써주실 선생님도 이미 결정해 뒀습니다.

...뭐라고요?

아, 아아… 신경 쓰지 마세요. 괜찮습니다. 다른 일거리를 찾으면 됩니다...

창위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다. 이번 달에는 이 일 하나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만약 이 일도 엎어진다면...그들은 정말이지 굶을 수밖에 없다.

단장

아아… 집안의 젊은이들이 가상 현실 시스템으로 화성에서 생일 축하하고 싶다고요….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저흰 연극쟁이입니다. 하루 연극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밥줄이 끊기고 그러진 않습니다....

늙은 단장의 대답은 창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한숨을 쉰 단장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팔걸이 의자에 주저앉았다.

단장

다 들었냐?

창위

단장

다 들었으면 내려와라.

단장에게 대들보에 숨어있었다는 것을 들킨 창위는 마지못한 듯 뛰어내렸다.

일부러 엿 들은게 아닌데....

고의든 아니든 상관없다. 그리고 우선 그 돼지 머리 고기는 삼키고 얘기하거라.

단장, 내가 내일부터 호객을 해보는 건 어떨까?

....호객한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다.

아…됐다…어찌되었든 너도 컸으니 극장 일도 좀 알아야지.

단장....

창위, 이리 와, 라오유, 뒤뜰의 백 선생과 송씨를 불러오거라, 그리고 장작방 일꾼들은 먼저 가라고 하거라.

라오유

네... 알겠습니다.

자네들에게 부탁할 것이 있네.

동의할 수 없어!

창위...

그런 건.. 동의할 수 없어!

유치하게 굴지 말거라!

단장은 지팡이를 세게 한 번 두드렸다. 방이 잠시 정적을 되찾은 뒤에야 노인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네가 밖에서 뭘하는 지 알고 있어, 하지만 모두 소용없는 짓이야.

연극을 좋아하는 단골손님조차도 이미 집안 젊은이들의 눈치를 보는데, 아직도 포스터를 보고 연극을 보러오는 사람이 있길 기대하는 거냐?

하지만...

라오유

단, 단장님 말이 맞습니다. 우리 벌써 두두,두 달째 장사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겠지!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거, 영감이 나한테 알려준 거잖아!

여기서 그렇게 오랫동안 연극했는데, 이렇게 흩어진다고?

지금은 체면상 흩어지는 거다. 극장의 물건들을 팔고나서 각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금액만큼 나눠갖자.

내가 몸져눕는다면.. 그땐 너희들에게 남겨 줄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을 수도 있어.

창위는 코끝이 찡했다. 옛날 극장 사람들 모두 고집불통의 단장을 두려워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경기 불황은 완고했던 단장의 자존심을 애절한 늙은이의 애원으로 바뀌놓아 버렸으며, 이 사실은 창위를 괴롭게 했다.

이 극장의 다음 주인도 생각해 두었다. 오랜 친구가 인수 의향을 비추더구나. 지불하겠다는 가격도 괜찮아.

.... 난 지금도 너희들을 홀대한 적 없다고 얘기할 수 있어.

단장은 의자의 손잡이를 어루만졌다. 마치 그한테 극장은 생명력이 있는 존재인 것 마냥.

다만 이 극장이 떳떳하게 그 끝을 맺고,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게 그는 손수 이 극장의 목을 졸라야만 했다.

단장은 그곳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뒷모습에는 처음 보는 피로로 가득 찼다. 아무도 침묵하고 있는 그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랐다.

그들은 그저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창위, 너도 이젠 다 컸으니 극장 일이 아니더라도 네 끼니 정도는 해결할 줄은 알아야지.

…………

라오유

다 단 단장......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좋은 방법.....

됐다. 다 끝났어.

나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극장을 내가 계속 잡고 있는 건 피차 좋은 일이 아니야.

의자에 맥없이 기대앉은 단장 앞에서 사람들은 침묵을 지켰다. 그들도 극장을 유지하고 싶었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았다.

모두 눈앞의 늙은이가 이 허름한 곳을 지키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희생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그들은 단장이 이젠 그 책임에서 벗어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라오유

...만, 만약 이 한, 한 달을 더 버티면....

다른 방법이 꼭 있을 거야. 내가 찾아볼게!

말소리가 사라지는 방향으로 창위는 방을 뛰쳐나갔다.

라오유

다 단 단......

그냥 내버려 둬.

날이 밝고 유생이 돌아오면 날 깨워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