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너희들은 가고 싶은 길로 그냥 가.
...뭐지? 난 내가 길을 찾아서 지상으로 올라갈거다.
유원지의 여러 곳에서 윙윙 돌아가는 기계 소리가 전해져 왔다.
...카무가 무엇을 움직여 놨는지 모르지만, 유원지의 무언가가 작동된게 틀림없다.
그럼, 가죠!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상황을 봐가면서 진행할 수 밖에 없겠네요.
다시 유원지의 깊숙한 곳으로 걸어갈 때, 먼지가 가득한 톱니바퀴와 회전 기계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뿜었다. 많은 문과 통로의 장애물이 모두 개방된 듯했다.
——물론, 오래 동안 방치된 기계가 움직이면서, 언제부터 쌓여있었는지 모를 먼지가 멋대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리브가 제때 방독면을 얼굴에 씌워줬다. 콧날이 아프긴 하지만.
스캔 중...공기 성분 검측 완료. 리브, 방독면을 벗어도 돼.
지하와 달리 여기의 퍼니싱 농도는 아직 안전 범위에 있네.
그런데 여기 오기 전에 어떤 생각을 했던 간에 이곳의 모습을 보고 좀 놀랐어요……
확실히 전에 못 본 것들이 많이 있네.
공중 정원도 ‘놀이 기구’가 없는 건 아니잖아.
규모로 따지면 차이가 좀 크네, 리.
오기 전에 차에서 자밀라가 찾은 팸플릿을 봤어. 배치같은 것도 다 외웠고.
지휘관은 안 봤어?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잖아요……?
콜록 콜록, 공중 정원은 지상에서 멀리 떨어진 인간의 생활을 보살피기 위해 인간 사회의 스타일로 많은 시설들을 설계했어.
……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놀이공원’은 공중 정원에서도 단순히 놀이만을 위한 거대한 놀이기구를 설치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그랬구나… 그래서 다들 놀랐던 거였구나.
……음.
스캔 완료했어요. 구역 안의 흔적이…… 엄청 복잡해요.
롤랑을 포함해 다른 특징의 흔적이 최소 6개가 있어요.
……
그럼 각자 수색 방향을 정하는 게 좋겠어.
나와 아이라는 저기 실내 놀이 구역으로 한 번 더 가볼게. 지나오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럼 차징 팔콘은 카레니나와 대관람차 쪽으로 갈게.
우리의 무기는 개활지에서 유용하니깐.
그레이 레이븐은 수족관 쪽으로 갈게.
잠시 후 집합할 때 각자 발견한 걸 보고해 줘.
알았어.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난 여기에서의 일은 끝난 건데.
그럼 지금부터……
돌아서 떠나려던 카무는 등 뒤에서 오싹한 한기를 느꼈고, 바로 대검을 뽑아 등을 막았다.
집중 사격이 등 뒤의 대검에 명중해 무시무시한 충돌 소리가 났다. 대검에서 튕긴 탄알이 몸 옆의 단말기를 향해 날아왔고 명중된 단말기 화면이 흐트러지면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헤… 헤헤… 이중합 사격을 막을 수 있다니 반응이 빠른데.
……쳇, 순환 도시 때 그 음침한 인어 아니야?
왜 그래. 날 처음 보는 것도 아니잖아?
말하는 방식도 바뀌었네… 롤랑의 말이 어느 정도는 맞았어.
…… 그 녀석이 뭐라고 했지?
뭐라고 말하든 간에 네가 무슨 상관인데?
넌 내가 뭐라고 하는지 신경 써야 하는 거 아니야?
농담이야. 사실 아무 관심도 없어.
카무이 일도 포함해서?
카무이의 주의식이 왜 아무 예고도 없이 봉인되었는지 생각해 봤어?
그건 ‘우리’가 한 게 아니야. 우리는 그냥 네가 승격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는 ‘티켓’을 주는 것뿐이야.
……
게다가 지금 카무이의 열화 과정을 늦추기 위해 분리해서 단독으로 처리한다 해도……
이대로 가다간 140시간 이내에 카무이라는 ‘주인격’이 사라지겠지.
게다가, 지금…… 너의 몸이 불안정하다는 걸 느낄 수 있어. 조금만 더 유도했다간 분명……
——아, 그러지 마.
라미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무의 대검이 그녀의 얼굴을 내리쳤다.
이중합은 빠르게 응축되어 대검의 칼날을 막았다.
이 몸이 불안정하다면 새로운 몸을 찾아야겠네.
다들 승격자니까, 네 몸을 빌려주면 좋겠어.
……이건 여자 기체인데 괜찮겠어?…
입다물라고 한 말이야. 빌려도 돌려주지 않을 거야.
……하, 역시 루나 아가씨 말대로 재밌는 녀석이네……
그럼... 승격자가 되지 않을래?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새로운 신체를 줄 수 있어. 물론 완벽하게 안정적인 신체로 말이야.
——게다가 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헛소리하지 마. 거절한다.
너희들이 관여하지 않는 사례도 있었지——순환 도시의 ‘곡’이라는 녀석.
인생은 자기 손으로 결정해야지. 안 그래?
하…… 재밌어. 그런데 순진해도 너무 순진해.
카무는 대검을 높이 들어 올려 이중합으로 구성된 벽을 한 방에 베어버렸다.
한시도 멈출 새 없이 카무는 왼쪽 주먹을 휘둘렀고, 주먹과 발로 라미아를 내리쳤다.
다른 녀석이 내 인생을 제멋대로 결정하는 건 사양하겠어!
몸을 공중에서 반 바퀴 돌린 후 카무는 이제 막 돌아온 힘으로 대검을 들어 다시 라미아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
——하지만 칼날이 가른 건 공기뿐이었다.
……아쉽네. 넌 더 재밌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결국 너도 그 놈들이랑 똑같이 재미없구나.
그럼 다음에 만나. 아니면——다시는 보지 말든가.
………………
소피아와 아이라는 복귀했고 한 녀석을 찾았다.
맞아. 내가 바로 Nanami——Sama!
그건 내가 물어 보고 싶은데! 너희 지금 내 비밀 기지에서 뭐 하는 거야!
이건 나만의 비밀 기지인데, 갑자기 사람이 너무 많——잖——아!
난 얼른 숨을 수밖에 없었어! 분명 무한 목숨 단계까지 갔는데!
생각해 볼게…… 어떤 모습은 못 봤지만……
나나미, 지휘관 앞에서 뜸 들이지 말아 줄래.
앗! 차가워! 간지러! 소피아, 총으로 내 옆구리 찌르지 마!
뭘 발견했는지 말해주면 우리가 소피아한테 그만하라고 할게.
가… 간지러워! 에취! 말할게. 말한다고!
내가 《강철진BX 무적 중제연도 α+++Feat.DK-Hyper판》의 점수를 올릴 때 바닥에서 끊임없이 우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하지만 곧 9999990점에 도달하니 별로 신경 안 썼어…… 그게 다야! 계속 찌르지 마!
이렇게 길고 품위도 없는 게임 이름은 도대체 어떻게 외운 거야…
아, 그리고 그 뒤로 롤러코스터 플랫폼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는데… 나는 롤러코스터파가 아니잖아. 그래서 그냥 내버려 뒀거든.
흥! 삐졌어! 내가 롤러코스터파가 아니라 대관람차파인 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대관람차가 고장 나지 않았다면 난 꼭 타고 말 거야.
그게…… 대략…… 9997428분쯤?
그럼 대체 무슨 시간이지.
그러니까 그런 고비에서 누가 시간을 생각하겠어! 굳이 말하자면 9993366분부터 9997428분…… 5분 15초 정도?
…… 잘 기억하고 있잖아.
뭐라는 거야! 줄여서 말하면 《강철진BX》거든? MAX 단계까지 올라가서 Combo가 다 차면 초당 12점 조금 넘었으니까 아마 그 시간이었을 거야!
……음? 착각인가? 사람이 늘어난 것 같은데?
?
……?
수족관 방향에서 다른 집행 부대를 만났습니다.
베라 쪽 인원이었습니다.
네, 아직 케르베로스의 목적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케르베로스? 글쎄, 나도 잘 모르겠으니 니콜라에게 확인해 보도록 하지.
너희들의 상황은 대략적으로 이해했다. 어쨌든 ‘쇼메’는 추적할 가치가 있는 목표고, 그는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있을 거다.
다만,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아서 당분간 자원과 부대를 배정할 수 없다. 그래서 현재 있는 장비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하하, 아무튼 지원병이 오기 전에 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된다.
이 구역 안에서 여러 명의 승격자를 확인한 상황이기 때문에 너희들의 생각보다 더 위험해. 서두르지 마.
……
그럴 리가.
그들은 그런 성격이 아닐 것 같은데…요?
나도 그럴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그레이 레이븐은 수상 회랑에서 케르베로스를 만났고 소피아와 아이라는 실내 놀이 기구에서 나나미를 ‘주웠다’는 거네……
현재 상황을 정리해 보니, 모두의 어이없는 발견은 한바탕 수색을 걸쳐 성공적으로……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케르베로스가 여기에 있다는 건, 니콜라 사령관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다는 얘긴데.
하지만, 자료상으로는 이곳이 계속 안전 구역으로 표시되어 있어요……
프로필관에 공개된 자료는 전부 믿지 않는 것이 좋아.
집행 부대의 상급 기밀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간혹 공개 자료의 정보를 조작해서 내용들을 숨겨.
구역과 관련된 자료뿐만 아니라 일부 구조체의 정보까지도 비밀리에 처리되어 과거의 기록을 추적할 수 없어.
여기에 무엇이 숨겨져 있든 간에 케르베로스가 이곳에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
그리고 알 수 없는 여러 흔적들이 실내 놀이 구역을 가리키고 있어.
흔적은 지하로 가는 또 다른 출구를 가리키는 것 같았지만, 스캔하니 이 일대의 지하는 전부 이전과 유사한 중도 재난 지역으로 나타났어요……
다시 통신 회로에서 카무를 호출했지만 여전히 응답이 없었다.
기체 위치 신호도 함께 사라졌어요… 신호가 통하지 않는 사각지대로 들어간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채널에서 계속 호출해 보겠습니다.
무슨 일이야!
방금 케르베로스 소대가 떠난 방향에서…… 아니, 놀이공원의 6개 방향에서 지하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베라 이 자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