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너희들!
거기 서!
컨테이너 옆에서 전자 작살포를 든 남자가 나타났다.
외부인이 이곳에 함부로 들어오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우리는 공중 정원에서 온 그레이 레이븐 소대입니다. 전 소대의 대장 루시아입니다.
쳇. 뭐? 루... 그런 건 모르겠고... 아무튼 공중 정원에서 왔다고?
그렇습니다.
그래. 선장 의회 쪽의 공지를 받았어. 물자 교환을 대가로 공중 정원 사람들을 곱게 보내주라고 했지.
공중 정원 겁쟁이들이 여긴 무슨 일로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되도록 우리 일에 참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알겠지? 그럼 따라와!
겁쟁이요?
……
됐어. 이 부두에서 기다리면 돼!
너희들의 수송기를 타고 우주로 돌아가. 가능하면 다신 돌아오지 마.
……
음? 저쪽에 무슨 일이 생겼나 본데? 난 일단 가봐야겠네. 명심해, 괜히 끼어들지 마.
얼마 떨어지지 않은 부둣가에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었는데 무슨 소동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로제타가 저쪽에 있네요...
로제타의 거대한 체구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난히 더 눈에 띄었다. 그의 다리에 바짝 달라붙은 이반은 사람들 사이에 묻혀 모습을 찾아보기도 힘들었다.
넌 또 그 기계 외뿔고래가 걱정돼서 온 거지!
그 망할 기계 외뿔고래는 나타날 때마다 항구를 엉망으로 만들고...
그리고 숲을 지키는 자인 넌... 규칙을 위반해서 추방당한 죄인에 불과하잖아...
그런 주제에 왜 계속 원칙을 어기고 이곳에 돌아오는 거야! 게다가 그 망할 외뿔고래까지 감싸주고!
네 손에 쥐어진 그건...
로제타는 손에 들고 있던 장창을 내려다보았다.
그래, 그 무기 말이야.
넌 그 장창으로 우리 국경을 보호했어야 하잖아.
근데 지금 항구 전체가 침식체들의 위협을 받고 있을 때...
외뿔고래와 함께 또 소란을 일으키다니! 숲을 지키는 자들에게 충성을 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
왜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거야? 로제타 누나는 드레이크가 얌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위로하기 위해 이곳에 오는 거라고! 온 김에 침식체들도 처치해 줬단 말이야!
그리고 숲을 지키는 자들도 몇 년 동안 최선을 다해 남쪽 숲을 지켰어! 그녀들을 항상 무시를 당했지만 단 한 번도 맡은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다들 보지 못해서 그럴 뿐이지!
너 이 자식! 너 한두 번 몰래 넘어간 게 아닌가 봐?
로제타 누나, 이번에도 우릴 도와서 침식체를 처치해 줄 거지? 맞지?
……
정말 말귀를 못 알아듣는 꼬맹이네. 평소에 우리가 너한테 어떻게 말했는지 벌써 잊은 거야?
우린 북극 항로 연합 사람들이야.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이 집단과 고향에 대한 충성심이라고.
퍼니싱이 폭발한 그날부터 우린 스스로의 힘으로 고향을 지켜왔어. 그 어떤 배신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배신자는 절대 신뢰할 수 없어. 퍼니싱에 침식될 수 있는 로봇들도 마찬가지고!
쳇, 말을 참 예쁘게 하시네요.
로제타는 여전히 침묵으로 대응했고 안하무인의 자태를 유지했다.
여기 서서 뭐 하는 거야! 얼른 너희 숲으로 돌아가라고!
항구 주민들은 무기를 들고 로제타를 조준했다.
그래! 숲으로 돌아가!
지휘관님, 이 일에 개입해야 할까요?
그럼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때 항구 근처의 해수면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기계 외뿔고래가 수면 위로 날아오르더니 다시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었다. 외뿔고래가 일으킨 물살로 인해 항구에 정박한 선박들이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