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로 카페
공중 정원
별무리 회랑
분홍 머리의 소녀가 커피숍 바깥 좌석에 앉아 지휘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놓인 녹색 식물 너머로 눈을 돌리면 멀리 푸른 별이 보였다.
지구의 가장자리는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있었고, 그 경계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별무리가 보였다.
그 순간, 지휘관은 예전에 파오스에서 보았던 한 장의 사진을 떠올렸다.
1984년에 촬영된 그 사진 속에는 안전줄 없이 우주에 떠 있는 한 우주비행사가 담겨 있었다. 그의 발아래에는 짙고 순수한 푸른 지구가 있었고, 등 뒤에는 끝을 알 수 없는 검은 우주가 펼쳐져 있었다.
그 우주비행사가 숨 쉬는 지구를 보았다고 말하는 소문도 전해 내려왔다.
회전 계단 위에 서 있던 지휘관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늦췄다. 지휘관의 시선에서 홍차를 음미하는 소녀와 숨 쉬는 지구 그리고 광활한 우주는 하나의 뷰파인더 안에 담겨 있었다.
그는 카메라를 들어 올려, 각도를 맞추고...
찰칵!
미세한 셔터 소리에 소녀가 고개를 들어 갸웃하며 지휘관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곧바로 지휘관이 무엇을 했는지 알아차렸다. 그녀는 잠깐 머리를 굴리더니,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어떤 "장난"을 칠지 결정한 모양이었다.
소녀는 몸을 살짝 틀어 멀리 있는 지휘관을 바라보며,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 일부러 화난 척을 했다.
거기서 멍하니 뭐 하고 서 있어? 13분이나 기다렸거든.
그래서 고작 이런 일로 날 불러낸 거야?
예술 협회의 이벤트에 관해 설명하자, 테디베어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음... 예술 협회는 늘 이런 이벤트에 연연하는 것 같아.
잔에 담긴 홍차를 한 모금 마신 뒤, 테디베어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가볍게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테디베어의 입가에 다시 장난스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좋아. 하지만 교환 조건으로 나중에 내 부탁 하나를 들어줘야 해.
헤헷~
쳇, 전혀 아니야.
그건 정의하기 나름이지.
후회해도 소용없어~
테디베어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장난이 성공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첫 번째 코스는 나와 함께 카메라를 고르러 가는 거야.
어차피 흔치 않은 이벤트인데, 평소와 다른 스타일로 시도해 보자.
두 시간 뒤, 지휘관과 테디베어는 우아한 복고풍의 작은 가게에서 나왔고, 테디베어는 필름 카메라 한 대를 들고 있었다.
늘 디지털카메라만 쓰다 보니까 찍은 사진들이 너무 "선명"해서 뭔가 빠져있는 것처럼 느껴져.
테디베어는 능수능란하게 필름을 카메라에 삽입했다.
그나저나 필름은 참 "인색"하지? 한 통당 찍을 수 있는 장수가 한정되어 있잖아. 그래서 셔터를 누를 때마다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
지휘관, 두 걸음 뒤로 물러나서 왼쪽을 바라봐, 그리고 움직이지 마.
테디베어는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눌렀고, 찰칵 소리와 함께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표정이 좀 멍하긴 한데, 그래도 귀엽네.
그 이후의 촬영은 테디베어가 완전히 주도권을 잡고 진행했다.
그렇게 지휘관은 테디베어의 발걸음을 따라 몽음의 정원과 지혜의 회랑을 지나갔고, 장소를 옮길 때마다 테디베어는 필름 한 통을 전부 써 버렸다.
도서관에 도착한 뒤, 테디베어는 지휘관더러 두 줄로 늘어선 책장 사이에 서라고 지시했다.
아무 책이나 하나 골라서 꺼낸 뒤, 몇 페이지를 넘겨 봐.
테디베어는 두 장 정도를 찍더니,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좀 부족한 것 같은데... 특별한 각도로 클로즈업해서 찍어 볼까?
테디베어는 다짜고짜로 지휘관의 손을 잡아끌어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는 지휘관의 등 뒤에 서서 몸을 숙이며 각도를 찾았다.
한 가닥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며 지휘관의 팔을 살짝 스쳤고, 숨소리마저 또렷하게 느껴졌다.
움직이지 마. 모델 역할을 제대로 해야지.
테디베어의 말소리가 귓가에서 맴도는 순간, 그녀가 장난스럽게 웃고 있다는 게 어렴풋이 느껴졌다.
지휘관이 뒤돌아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셔터 소리가 울렸다. 장난이 성공해서 그런지, 그녀는 경쾌한 기분으로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좋아. 사진이 참 잘 나왔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촬영을 마친 둘은 쿠로로 카페로 돌아왔다.
필름이 한 장밖에 안 남았네.
이것도 필름의 재미 중 하나지.
카운터에 가서 각설탕 좀 더 가져올 건데, 필요한 거 있어?
테디베어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를 향해 갔지만, 아무것도 들고 오지 않았다.
테디베어는 카메라를 들어 푸른 별과 광활한 별들을 배경으로 한 지휘관을 향해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찰칵!
미세한 셔터 소리에 지휘관은 고개를 갸웃하며 테디베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테디베어는 웃으며 손에 든 필름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이 있어야지.
보상으로 이 사진은 내가 가져갈게. 이건 예술 협회에 보내지 않을 거야.
거절은 금지야. 전에 나랑 약속했지?
테디베어의 미소는 평소와 달리 담담하고 솔직했다. 광활한 은하 아래, 둘의 한순간이 그렇게 고요히 고정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