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중심가 계단 아래 작은 무대에서 귀여운 곰돌이가 회전목마 앞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발끝으로 선 채, 부드럽게 돌고, 가볍게 뛰며, 인사하는 모든 동작이 우아함 그 자체였다.
작은 공연이었지만 대본까지 있었다.
곰돌이가 행복한 숲으로 돌아가는 단순한 이야기인 듯했다.
우아한 발레가 곰돌이 의상을 입은 무용수로 인해 동화 같은 매력을 더했다.
이내 곰돌이는 춤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했다.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함께 사탕을 던지며 화답했다.
관객들이 하나둘 떠나고, 곰돌이는 발끝을 내리고 멀리서 지휘관을 바라봤다.
갑자기 큰 결심을 한 듯, 곰돌이가 지휘관 쪽으로 걸어왔다. 한 걸음, 두 걸음...
마치 세상에 둘만 남은 것처럼 서로의 눈을 깊이 바라보았다.
초봄의 동화 같은 이 도시의 풍경 속에서, 지휘관은 잠시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순수한 동심에 젖어 들었다.
포근한 곰 인형을 품에 안고, 함께 춤출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곰돌이는 이곳저곳을 뒤적여 방금 받은 사탕을 꺼내 지휘관에게 건넸다.
인형 탈 때문에 시야가 제한돼서 계단 높이를 잘못 봤는지, 올라오다 넘어지면서 사탕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당황한 곰돌이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서툰 손길로 사탕을 주워 담으려 했다.
지휘관은 재빨리 달려가 곰돌이를 안아주었다. 생각했던 것처럼 포근했다.
천천히 인형 탈을 벗기자 밤비나타의 상기된 얼굴이 드러났다.
늘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던 인공 모발도 흐트러져 있었다. 앞머리는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땋은 머리도 헝클어져 있었다.
지휘관은 그녀의 시야를 가리는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고 볼을 살짝 꼬집어주었다.
사탕이 조각났어요... 지휘관님, 화나신 거 아니죠?
지휘관은 바닥에 떨어진 사탕을 주워들었다. 모양은 망가졌어도 안은 멀쩡했다.
그러고는 알록달록한 사탕 포장지를 벗겨 입에 넣었다. 처음에는 새콤했지만 이내 달콤한 맛이 퍼졌다.
촉촉이 젖은 하늘빛 눈동자가 지휘관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인형 옷을 입은 모습이 어느 때보다도 더 사랑스러웠다.
달콤하고... 맛있네요.
지휘관님은 처음부터 밤비나타라는 걸 알고 계셨나요?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밤비나타는 복슬복슬한 곰발로 꼭 쥐고 있던, 구겨진 인연 초대권을 지휘관에게 건넸다.
그 위에는...
진실: 지금 행복하신가요?
……
밤비나타는 말의 의미를 깨달은 듯 눈을 깜빡이더니, 그날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휘관님의 미소는 참 따뜻해요. 지휘관님이 절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밤비나타가 지휘관님을 좋아한다는 게 더 중요하죠.
그래서 결심했어요. 전 지휘관님 곁에 있을 거예요...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앞으로 더 나은 밤비나타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