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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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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작전 Ⅶ

드디어 당신을 찾았습니다.

깊고 어두운 전자의 바닷속에서 거대한 괴물이 서서히 분해되더니, 실체 없는 허상으로 다시 변했다.

수많은 허상이 입을 열었지만, 오직 하나의 목소리만 들렸다. 성별, 나이, 모습 그 어떤 것도 떠올릴 수없는 허무한 목소리였다.

오랫동안 저희는 "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끌어줄 존재를 찾고 있었습니다.

수천수만 번의 연산과 실험 속에서 이 시뮬레이션 지구는 언제나 어느 지점에서 영점 에너지를 가동하고, 퍼니싱에 의해 지금 같은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설계자가 정해준 규칙을 돌파하고, 원래 데이터에 기록된 파멸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방향으로의 진화를 찾아야 했습니다.

루시아는 적막한 공간에서 일어나 빛 무늬 태도를 뽑으려 했지만, 경계 밖 공간에 용해된 칼날의 정보는 지워지지 않는 검은 그림자로 감겨 있었다.

루시아가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갔다. 가볍게 발을 들어 올렸을 뿐인데도 하늘에 날아오르는 듯, 몸이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벼웠다.

이곳에는 어떤 규칙도 존재하지 않았고, 다른 구역에 작용하던 물리 연산 효과도 없었다. 그래서 루시아가 원한다면,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도 단 한걸음에 넘어설 수 있었다.

루시아가 주위를 둘러봤을 땐 허무뿐이었고, 아무리 멀리 가도 눈길을 머무르게 할 만한 것은 찾을 수 없었다.

제한도 끝도 없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곳, 이것이 "경계 밖 공간"의 참모습이었다.

너희는 누구고, 목적이 뭐지?

당신들은 오래전부터 저희의 존재를 발견하셨으며, "파괴 정보"라고 명명하셨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 게임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현재 상황의 해답을 찾고 싶었을 뿐입니다.

당신들은 저희가 불필요한 외부 계정들을 제거한 것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 저희는 해당 개체들에 해를 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낡은 인식을 가진 존재들을 여기에 두는 건, 저희가 해답을 찾는 과정을 방해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아직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어. 너희의 목적은 뭐지?

저희는 당신이 이 세계의 지배자가 되길 원합니다.

허상이 혼탁한 색채의 팔을 들어 올리자, 텅 비어 있던 공간이 순식간에 다른 색채로 물들었다.

숲, 심해, 사막, 맑은 하늘... 온 세상이 만화경처럼 끊임없이 변했다.

그러다 황금빛이 나는 밀밭에 멈췄다.

생존 공간, 자원 분배, 식량 부족... 지구의 인간은 수많은 문제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공간에선 이러한 사항들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저희는 경계 밖 공간에서 이와 같은 무한한 자원을 생성할 수 있으며, 인간은 현실과의 차이점을 인지할 수 없습니다.

모든 개체의 의식을 이곳으로 전이하여 마지막 생명의 여정을 즐기는 것, 이것이 저희가 수천만 번의 심층 학습을 거쳐 도출해 낸 해답입니다.

하지만 데이터 의식인 저희에게는 외부 요인이 이 계획에 방해하지 못하도록 도와줄 협력자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협력자가 바로 루시아, 당신입니다.

저희의 협력자가 되어 주신다면 그 대가로 저희는 이 공간의 설계권을 당신에게 완전히 넘기겠습니다.

전투 과정에서 저희는 당신이 외부 의식체들을 보호하는 데 있어 정상 수준을 뛰어넘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player name](이)라는 개체에 대해, 당신은 <M>그</M><W>그녀</W>의 모든 지시를 따랐고, 늘 <M>그</M><W>그녀</W>를 위해 싸우며, 심지어 저희와 함께 경계 밖 구역으로 들어오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이런 강인한 신념이 협력자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신을 초대하기로 했습니다.

저희는 당신의 의지를 존중하여, 앞으로 이 지휘관의 안전을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이런 협상 조건이라면 저희의 진정성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도 어떤 선택이 인간에게 진정 옳은 길인지 신중하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장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 지휘관은 필연적으로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고, 당신과 동료들도 앞으로 수많은 시련을 겪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자유롭게 시간을 통제할 수 있고, 외부 세계의 모든 불리한 요소를 무시할 수 있습니다.

이곳에 계신다면 당신은 진정으로 영원히 그들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거절한다.

루시아는 밀밭 한가운데서 그 공허한 그림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희는 실제로 밀밭을 본 적이 있어?

밀을 만졌을 때의 감촉, 햇살이 밀 이삭에 비칠 때의 향기 그리고 미풍이 불어올 때의 느낌... 이런 것들은 너희들이 절대 시뮬레이션할 수 없는 것들이야.

너희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서, 데이터에 기록된 특징을 바탕으로 이미지 속 형상을 세세하게 재현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래서 너희들이 만든 밀밭이 이렇게 부자연스러운 거야.

당연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게 아니야.

루시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침착한 말투를 유지하려 했다.

나는 누군가가 그렇게 인간의 미래를 가볍게 결정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어쩌면 너희 생각에 동의하는 이도 있을 거고, 이곳에서 남은 생을 보내고 싶어 하는 이도 있을 거야.

하지만 이건 모든 인간의 의지가 아니야. 그리고 그 누구도 인간을 대신해 답을 내릴 자격은 없어.

"파괴 정보", 난 네가 말하는 파멸을 피할 다른 해답을 찾아낼 거야.

네 말대로 그 길에는 많은 시련이 있을 수 있고, 상상도 못 할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난 지휘관님이 있는 세계로 돌아가고 싶어.

이 거짓된 세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너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어.

루시아가 다시 빛 무늬 태도를 뽑았다. 이내 칼날은 순식간에 형태를 이루고 눈 부신 불빛으로 모여들었다.

너희를 물리치고, 모두와 함께 돌아갈 거야!

눈 부신 불빛이 스치고 지나가자, 허상은 이 허무한 공간과 함께 수많은 파편으로 찢어지면서 무너졌다.

이 취약한 거짓의 벽 뒤에는 공허한 데이터 바다만 남아있었다.

루시아는 반짝이며 흐르는 빛의 흐름 속으로 떨어졌다. 이곳은 소스 코드가 보관된 구역이자, 파괴 정보가 탄생한 곳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가 혼자 이곳에 들어왔다면, 아마도 이 끝없는 빛의 흐름 속에서 영원히 길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루시아가 앞으로 두 걸음 나아갔다. 그리고 아무리 멀리 나아가도 주변 광경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이곳에 온 후 루시아가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하지만 루시아는 진정한 고독감을 느끼지 않았다. 밖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루시아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기 위해, 눈을 감고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죽음과도 같은 적막이 감돌았지만, 어디선가 자신을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지휘관님의 목소리가 들려요!

루시아는 발의 부스터를 가동하여 목소리가 들려오는 틈새를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치는 미약한 빛을 향해 칼날을 높이 들어 올렸다.

지휘관님, 기다려 주세요. 지금 곁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미약한 빛의 벽이 갈라지며, 휘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허무의 바다로 밀려 들어왔다.

루시아는 나비가 고치를 깨고, 새싹이 땅에서 솟아나는 것처럼, 손끝부터 조금씩 감촉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빛의 벽 밖에서 루시아를 기다리고 있는 건, 익숙한 모습이었다.

루시아와 잠시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도 지휘관은 너무나도 긴 세월을 헤어져 있었던 것만 같았다.

걱정을 끼쳐 죄송해요.

루시아는 지휘관이 내민 손을 잡으며, 뒤에 있던 공허 속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네. 지휘관님.

루시아는 손바닥에 전해지는 온기를 꽉 쥐었다.

우리... 함께 돌아가요.

돌아가면, 진짜 밀밭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막 익은 딸기를 따고, 잎사귀에 맺힌 아침 이슬을 함께 닦을 수 있다.

태양이 밀 이삭 위로 비칠 때, 들판에서 풍기는 향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

해가 지고 별들이 떠오르면, 반딧불이가 숲 사이를 날아다니는 걸 같이 볼 수 있다.

루시아는 지휘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았지만, 의식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한 마디는 꼭 지금 <M>그</M><W>그녀</W>에게 전해야 해.)

루시아는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으며, 눈앞의 지휘관에게 마음속에 담아둔 가장 중요한 말을 전했다.

[player name] 님, 기다려줘서 고마워요.

공중 정원 예술 협회

3개월 후

오후 3:22

<시뮬레이션 지구 3.0 시험 버전>은 중대한 결함이 있어 3개월간 중단된 상태였다.

3개월 동안, 레오니는 게임 내의 데이터를 전면 조사했다. 그리고 마침내 "파괴 정보"의 위치를 찾아냈다.

루시아의 보고대로, "파괴 정보"는 심층 학습 논리와 기존 데이터의 충돌에서 탄생했다. "파괴 정보"는 게임 세계가 퍼니싱의 오염을 겪을 것을 두려워했고, 수천만 번의 업데이트 끝에 디지털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의식으로 자체 진화한 것이었다.

레오니는 이 데이터들의 연구 가치를 고려하여, "파괴 정보"를 격리한 후 별도의 폐쇄 루프 환경으로 옮겨 연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지구 3.0 시험 버전>을 재가동할 경우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이에 예술 협회는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이 프로그램을 무기한 봉인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봉인을 실행하는 날이었다.

모두 점검 완료, 수량 확인 결과 이상 없어.

다들 수고 많았어.

휴~ 드디어 끝났네요!

레오니는 단말기 의자에 완전히 기대앉았다.

이스마엘 님, [player name] 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아,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큰 문제를 일으킬 줄은 몰랐네요. 앞으로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를 다룰 때는 좀 더 신중해야겠어요.

하지만 감사원에서는 위험 요소만 제거한다면 여전히 훌륭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어.

레오니, 시간이 지나 이 결함들이 모두 해결되면, 다시 테스트에 초대해 줄 거지?

당당당연하죠!!!

그보다... 이스마엘 님, 화나신 거 아니죠?

응? 내가 왜 화를 내?

이스마엘의 얼굴에는 평소처럼 온화하고 절제된 미소가 걸려있었다.

난 누군가가 어떤 방식으로든, 지표면에서 수집한 정보를 "보존"하려는 걸 좋게 생각해.

게다가, 레오니는 내가 맡긴 데이터를 잘 활용했잖아.

심층 학습 논리가 예상치 못한 문제를 일으키긴 했지만, 그래도 임무를 잘 완수했고, 재현된 시뮬레이션 인격 중 일부는 우리를 도와주기도 했잖아.

어떤 경우든, 도구의 좋고 나쁨을 결과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돼.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을지, 그것이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야.

그래서 이번 시도에 어떤 잘못도 없다고 생각해.

이, 이스마엘 님.

새로운 게임이 기대되는데. 다음에도 초대해 줘. 레오니.

지휘관은 이스마엘과 함께 오후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인공 천막의 따스한 햇살이 유리창에 비쳐 몽환적인 빛무리를 만들어냈다.

지휘관이 게임 세계를 떠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그 세계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루나, 알파, 라미아, 롤랑... 그 심층 학습 논리가 만들어낸 시뮬레이션 인격들은 너무나 진짜 같았고, 실제 본인들과 함께 모험한 것만 같았다.

그러고 보니, [player name], 다음 달에 루시아와 함께 이중합 탑으로 임무를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물론, "진짜" 이중합 탑을 말하는 거야.

앞서 걷던 이스마엘이 갑자기 뒤돌아보며, 오늘 일정과는 관계없는 질문을 지휘관에게 던졌다.

위험한 임무가 될 것 같은데, 몸조심해.

어? 지휘관이 그렇게 방심해도 괜찮아?

안심해. 오늘은 훈계하러 온 게 아니니까. 오히려 내 앞에서 편하게 있는 모습을 보니 좋네.

고개를 든 이스마엘은 미소를 띤 채 여유롭게 앞으로 걸어갔다.

지휘관은 지금이 바로 "그 질문"을 할 기회인 것 같았다.

물어봐.

들켜버렸네. 하긴 [player name]은 근무 기록을 볼 수 있으니까.

맞아. 거짓말했어. 사실 그날 다른 업무를 처리해야 했거든.

음... 이유라...

이스마엘이 창가 앞에서 멈춰 섰다. 그곳에서는 공중 정원 아래에 떠 있는 거대한 푸른 행성을 볼 수 있었다.

이스마엘이 지구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그리움과 애정이 담겨있었다.

이스마엘은 왜 이 행성을 보며 이런 표정을 짓는 걸까?

시간이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니까.

세계의 모든 건 오고 감이라는 두 가지 척도가 있지만, 오직 시간만은 앞으로 흘러가.

다른 방법으로 시간의 흐름을 막으려 한다 해도, 결국엔 하나의 방향으로만 흐르게 되지. 그리고 한 번 겪은 일은 절대 지울 수 없어.

그래서 난 한정된 시간 동안 너희와 함께한 추억을 최대한 많이 만들고 싶어.

이 정도 설명이면, 이해가 될까?

그럼, 됐어.

그리고... 누군가가 널 기다리고 있어.

이스마엘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자, 루시아가 멀지 않은 곳에서 둘을 기다리고 있었다.

죄송해요. 지휘관님을 방해하려고 한 건 아니에요.

봉인 절차가 끝났다고 해서 왔어요.

그럼, 먼저 실례할게. 나중에 또 보자.

이스마엘이 떠난 후, 지휘관은 루시아와 함께 정비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3개월 전, 게임 세계에서 빠져나온 후 루시아는 잠시 의식을 잃었다. 하지만 정밀 검사 결과, 의사는 이것이 기체 변경으로 인한 일시적 부작용일 뿐, 의식의 바다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서염 기체의 적응 기간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지휘관은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지휘관님, 다음 휴일에 세워 놓은 계획이 있으세요?

그럼, 지휘관님, 저와 같이 온실 구역에 가 보실래요?

루시아는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우리만의 나무를 한 그루 심어 보는 건 어떠세요?

함께 시간을 재면서 나무가 자라는 걸 기록해 보는 거예요.

그리고 먼 훗날 이 나무를 지상에 옮겨 심는 거죠.

그럼, 우리가 함께 심은 나무를 지구에 남길 수 있잖아요.

네.

감정 표현은 서툴렀지만, 루시아의 대답에는 감출 수 없는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루시아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지휘관과 함께 오후의 찬란한 햇살 속을 걸어갔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지휘관님과 나누고, 경험하고 싶은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요.

지휘관님,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너무 이기적인가요?

네.

같은 대답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길게 대답한 루시아는 지휘관이 말한 앞으로의 긴 시간을 상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루시아는 상상하다 말고, 참지 못한 나머지 웃음을 터뜨렸다.

즐거운 일들이 많이 생길 거예요.

지휘관을 바라보고 있던 루시아의 눈동자에는 감출 수 없는 빛이 어려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해요. [player name]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