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과 나나미가 긴 길의 끝에 다다르자, 산기슭 한가운데에 있는 출구를 상징하는 빛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산맥 정상에서 바라본 저편에는 웅장하면서도 기괴한 탑이 있었다.
밤하늘 아래 우뚝 솟아있는 그 탑은 섬뜩한 붉은빛을 뿜어내 하늘을 물들였다. 그리고 그 음산한 기운은 온 행성을 뒤덮고 있었다.
여기는... 이중합 탑에 의해 파멸된 세계야.
저 탑에서 방출되는 특수한 에너지는 접촉한 생명체들의 정신을 침식시켜, 서로 공격하게 만들어.
우주로 도망가도 저것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고, 얼마 되지 않아 인간 문명은 자멸하게 될 거야.
결국엔 아무도 살아남지 못해.
저 붉은빛을 보면, 나나미는 왠지 어딘가 불편해.
지휘관, 우리 빨리 여기서 나가자.
"대식가"가 선별한 차원은 충분히 봤어. 여기서 출발지로 돌아가면, 아마 기■■■...
갑자기 눈앞의 광경이 일그러지더니, 천천히 투명한 막이 나타났다.
■■■■■■!
얼룩진 색채 속에서, 나나미도 지휘관처럼 알록달록한 거품에 천천히 삼켜졌다. 이에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눈앞의 장벽을 내리쳤지만, 그 장벽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지휘■■■■■...
시야가 점점 흐려지고, 하늘과 땅이 뒤집히면서, 귓속을 파고드는 울림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지휘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