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잇!
마지막 적들을 상대로 나나미가 전력을 다해 돌진하며 차지액스를 휘두르자, 강렬한 아크가 번쩍였다.
나나미 회오리!
굉음과 함께 침식체들이 순식간에 쓰러졌고, 그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천천히 고개를 든 지휘관의 눈앞에 고풍스러운 여러 잔도가 펼쳐졌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바위산 사이로 익숙한 결정체 장벽이 우뚝 솟아있었다.
지휘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갑자기 만세명으로부터 붉은빛이 번쩍이며, 넓은 공간에 굉음이 울렸다.
선현님.|
...?
내가 해냈어. 복수에 성공한 거야.
제가 모든 섹터를 점령하고, "만세명"이라 불리는 이 공간을 지성체를 배양하는 온상으로 개조했습니다.
선현님, 승격 네트워크와 협력해서 기계체들만의 세상을 만든 후, 줄곧 이곳에서 당신의 귀환을 기다려왔습니다.
이 세계의 인간은 어디 있는 거야?
유기 생명체들에 대한 정화 프로토콜은 이미 실행됐습니다. 제가 예언에 나온 미래를 실현했다는 말입니다.
그건 미래라고 할 수 없어.
우리와 함께합시다. 이 공간에 침입해서 우리에게 은총을 내려 주십시오.
어느 세계에서든 나나미의 대답은 똑같아.
나나미는 사랑과 희망이 없는 원한의 길을 걷지 않을 거야. 나나미는 이 행성을 사랑하거든.
사랑?
지휘관, 우리 빨리 여기서 나가자.
그럴 수 없습니다. 당신은 반드시 여기 남아야만 합니다.
그 순간, 만세명으로부터 붉은빛이 번쩍이며, 굉음과 함께 기계 구조물을 떠받치던 바위산이 무너져 내렸다.
곧이어 나나미가 지휘관 팔을 붙잡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원 출구의 빛나는 곳을 향해 달렸다.
곁의 그 인간은...
제가 직접 숙청하겠습니다.
공간이 순간 붉은빛으로 물들더니, 주변이 무너지면서 거대한 기계 팔이 뻗어 나왔다.
지휘관은 건들지 마!
그 순간, 나나미가 옆에 붙어, 지휘관을 지키며 함께 광채 속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