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닌데, 낮게 맞췄나? 더 올려야 되나...
북극 연합 항로 전시 구역 내부, 카레니나가 장의자에 홀로 앉아 낯선 형태의 악기를 품에 안고 있었다.
지휘관?
카레니나가 고개를 들어 멀리 있는 거대한 전광판을 가리켰다. 전광판에는 "음악 수수께끼 구역, 통과자에게 전설의 피크 '식스펜스' 18년 한정판 증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밴드 퀸즈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가 쓰던 피크야. 황금시대의 록 골동품인데, 이렇게 의미 있는 물건을 다른 사람한테 뺏길 순 없지.
규칙은 간단해. 이 악기로 음악 수수께끼만 풀면 받을 수 있대.
이건 발랄라이카라는 전통 악기야. 골동품이지. 연주 방식은 기타랑 비슷해. 그래서 조율도 끝내놨어.
삼각형 악기를 든 카레니나가 일어나 현을 튕겼다. 그러면서 반짝이는 바닥 타일을 한 발로 밟자, 전시 구역의 스크린에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흥, 생각한 대로 식은 죽 먹기네.
필요 없어. 넌 가만히 옆에 앉아서 구경이나 해.
그 순간 바닥의 세 개 타일이 동시에 강렬한 빛을 발했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카레니나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뭐야 이거! 발이 세 개 달린 이가 어딨어!
쿨럭. 그럼, 좀 도와줄래?
으으!
달려온 카레니나가 지휘관의 손목을 잡고는 타일 바닥으로 끌고 갔다.
그, 그렇게 쳐다보지 마! 보상 줄 테니까!
카레니나가 코드를 조정한 뒤, 다시 현을 튕겼다.
저기 네 번째! 거기 밟아!
이 타일들은... 규칙이 있어! 다음 라운드부터 네가 동쪽을 맡아. 아, 조심!
쿵!
둘의 이마가 서로 부딪혔다.
야! 조심해!
동행자가 넘어지지 않도록 카레니나가 재빨리 상대의 팔을 잡아당겼다.
괜찮아? 안 넘어져서 다행히... 어?!
너, 너, 너 너무 가까이 서 있잖아!
카레니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귀 끝까지 빨개지면서 어쩔 줄 모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모두 네 탓이야. 네가 이렇게 바짝 붙어서 계속 쳐다보는 바람에...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실수를 한 거라고!
으윽... 한 번 더 해보자! 이번엔 실수 안 할 거야!
자기 얼굴을 툭툭 치면서 마음을 가다듬은 카레니나가 다시 현을 튕겼다.
카운트다운이 3초 남았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동쪽과 서쪽의 타일에 불이 들어왔다. 조금만 실수해도 둘이 부딪칠 것 같은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삐-] 또야?!
마지막 현의 울림과 함께, 둘은 서로의 몸에 의지해 관성을 이겨내며 넓은 광장 한가운데 우뚝 섰다.
해냈다!
카레니나가 둘이 맞잡은 손을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곧 감전된 듯 빨개진 얼굴로 어색하게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저기, 손...!
언제까지 잡고 있을 거야!
손을 뺀 카레니나는 귀 얼굴부터 귀까지 빨개졌고, 머리 위 역원 장치도 반사적으로 쫑긋 섰다.
그때 공중에서 맴돌던 무인기가 축포를 울리며, 비가 쏟아지듯 꽃가루를 뿌렸다. 투명한 하트 모양 선물 상자가 천천히 내려와 카레니나의 손바닥에 떨어졌다. 그 안에는 동전 모양의 피크가 놓여있었다.
본 관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기념으로 무료 촬영 서비스를 제공해 드리니, 카메라를 봐 주시기 바랍니다.
잠깐, 사진까지 찍어?!
5, 4...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네가 방해 안 됐으니까 살짝 협조해 주는 거야. 칭찬이라고 생각해.
너 바보야? 누가 사진 찍을 때 그렇게 멍하니 서있어? 손은 이렇게 해야지.
반응할 틈도 없이 카레니나가 지휘관의 손을 잡고는 자신과 같은 포즈를 취하게 했다.
찰칵!
서로의 손이 맞닿은 채, 셔터가 눌리는 순간 어색하게 굳어버린 포즈가 카메라에 담겼다.
정말 기억에 남을 만한 날입니다. 최초로 수수께끼를 푸신 기념으로, 두 분의 클리어 영상과 아름다운 사진은 향후 48시간 동안 본 관에서 전시될 예정입니다.
뭐, 뭐, 뭐라고?! 전시를 한다고?!
마지막으로 아름답고 즐거운 특별 이벤트가 되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삐-] 이리 와!! 당장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