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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행-2 광휘 동행
>주의. 주의. 대공 타격이 감지됐습니다. 방어 시설을 가동합니다.
주의. 주의. 대공 타격이 감지됐습니다. 방어 시설을...
방어 장벽 발생 장치를 쏴! 그게 완성돼 버리면, 누구도 그걸 뚫을 수 없어!
사격 개시!
유화 부대의 총알은 전부 정련을 통해 특별히 제작됐다. 극소형의 에너지 폭발 장치를 탑재한 작은 총알은 단단한 물체에 사람 크기의 구멍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
하지만 저격수의 총에서 연달아 발사된 특수 총알도 조금씩 솟아오르는 투명한 방어 장벽엔 전혀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저격수는 그 장벽이 조금씩 반원으로 변하면서 도시 전체를 감싸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쳇, 한발 늦었어. 저격 소대 9 임무 실패했습니다. 지원을 요청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것"이 여기로 운송되고 있으니 곧 해결될 거예요.
광휘의 추종자, 출격!
임무를 확인했습니다.
논리 사고 회로 검사: 정상 실행 중입니다.
운동 모듈, 무장 모듈, 화력 상승 모듈: 확인이 완료됐습니다.
전투 회로의 실행이 시작됩니다.
멀리서 발사된 붉은빛이 장벽의 한쪽 모퉁이를 가리키자, 질량이 있는 무언가가 벽에 강하게 부딪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큰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빛났다. 뚫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장벽에 구멍이 뚫렸다.
목표 장벽에 구멍을 확인했습니다. 근접 모드로 전환해 계속 공격하겠습니다.
둔탁한 기계음과 함께, 걸어가는 거인이 구멍 앞에 나타났다. 거대한 몸집에 매달린 팔이 매우 가늘어 보였다.
하지만 이 가느다란 두 팔이 가볍게 가로 공격을 진행하자, 수리 중이던 장벽을 잘라내고 방어 시설에 더 큰 균열을 만들어 냈다.
적의 방어 장벽이 파괴됐습니다. 다시 한번 임무를 확인합니다. 민간인 건물을 파괴하지 않고, 군사 건물만 파괴합니다.
거대한 로봇이 방어 장벽의 범위에 들어서자, 어깨에 커다란 포가 공격하기 시작했다. 눈부신 붉은빛이 포대에 집중되자, 로봇의 몸통이 뒤틀릴 정도로 뜨거워졌다.
곧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 타깃이 된 군사 기지에서 연기구름이 피어올랐다.
지휘 센터는 파괴됐습니다. 무기고를 찾고 있습니다.
유화 부대 연구소가 최근 개발한 무기인 광휘의 추종자는 그 이름에 걸맞은 파괴력을 보여줬다. 행진하는 곳마다 광휘가 나타났으며, 광휘가 닿는 곳마다 먼지로 변했다.
한 줄기의 빛, 두 줄기의 빛. 광휘의 추종자는 걸을 때마다, 다음 표적을 찾은 뒤 총구를 조정했다. 광휘의 추종자는 목표의 손상을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 그의 총구가 향한 곳은 몇 초 뒤 잿더미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섯 번째 걸음을 내디뎠을 때, 광휘의 추종자는 평민 한 명이 방금 파괴된 건물 잔해에 깔린 보고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형, 빨리 가! 빨리! 저 끔찍한 로봇이 오고 있잖아...
내가 어떻게 널 버리고 가니? 네가 죽게 되면 나도... 나도...
형이라고 불리는 평민은 미친 듯이 폐허를 파헤쳤다. 그는 광휘의 추종자라는 거대한 존재를 무시한 채, 약한 팔로 끊임없이 파편을 걷어내며, 파편 아래에 있는 동생에게 살 기회를 주려 했다.
광휘의 추종자가 총구를 겨눴다.
목표가 고정됐습니다.
거대한 에너지 포가 굉음을 내며 발사됐다. 그리고 공중에서 떨어지는 파편이 포에 부딪혀서 부서졌다.
……
파편이 평민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파편에 깔려 있어야 할 평민이 떨고 있는 가족을 안고, 멀리 있는 광휘의 추종자를 보며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결국 그의 입에서 나온 건 이 말뿐이었다. 광휘의 추종자는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후방 지원 건물이 파괴됐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는 단지 뒤쪽 후방 지원 건물을 파괴하려 했고, 우연히 발사된 에너지 포가 다른 목표를 격퇴했을 뿐이었다.
적군의 군사 기지와 후방 지원기지 대부분이 파괴된 것으로 확인됐어요.
광휘의 추종자, 철수!
철수 명령을 수행합니다.
광휘의 추종자 발바닥에서 불길이 번지면서 그가 왔을 때처럼, 두 평민 눈앞에서 하늘로 빠르게 사라졌다.
……
세계 정부가 수십 년 동안 노력한 끝에 적대시하던 여러 인간 세력이 마침내 세계 정부안에서 단결하기로 했습니다. 평화를 기도했던 국민이 마침내 새로운 생활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불안한 요소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일부 소규모 세력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하면서, 자신들이 이해한 세계 정부의 정책을 행동에 옮기고 있습니다.
유화 부대 수석 연구원이자 세계 평화의 대사이시면서, 이번 작전에서 가장 큰 난관을 극복하는 데 협력해 주신 빅토르 잭슨 교수님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리더님의 극찬에 감사드립니다.
아시는 것처럼, 힘들게 얻어 낸 지금의 평화는 일부 소규모 세력에 의해 파괴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화 부대가 평화적인 대외 항쟁이라는 중책을 맡아 수행하고 있습니다.
대외 항쟁이라는 단어의 뜻은 그 뜻이 퇴색된 지 오래돼 이젠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세계 정부의 지도를 통해 우리 지구는 하나의 전체로서 내외의 구분이 없어졌으니, 외부라고 한다면 이제 우주를 외부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전체에서도 불협화음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우리의 일부 동포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자신들만의 사상과 원칙을 가지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에는 대승적 시각과 장기적 안목이 분명히 결여돼 있습니다. 동포들의 이러한 잘못된 생각을 이해시키기 위해선 조금의 무력 억제는 불가피한 선택일 것입니다.
전쟁을 전쟁으로 억제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평론가들은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대승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입니다. 겉으로만 추종하는 것은 끊임없이 팽창하는 세력에게 기회만 주게 되어 더 많은 전쟁과 혼란을 야기할 뿐입니다.
대승적 관점에서 일부 불안 요소를 제거하고, 통합하자는 것이 현재 세계 정부의 결정입니다. 세계 정부에 대한 여러분의 신뢰와 그 결정에 대한 여러분의 지지가 인간이 미래에 우주로 날아갈 수 있는 추진기가 될 것입니다.
현재 이 추진기가 얼마나 많은 동력을 가졌는지 여러분에게 확실히 보여드리기 위해 제 중요한 동료들과 유화 부대 군수 공장의 다른 연구자들을 무대 앞으로 모셔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수석 엔지니어 지타입니다.
빅토르 교수님! 방금 연설에서 칭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세계 정부 군수 공장. 연단을 떠나, 연구실로 돌아온 빅토르는 흥분한 부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할 필요 없네. 지타. 네 재능과 지혜가 널 이 군수 공장 그리고 연단에 서게 해주지 않나.
재능... 교수님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 제가 더 부끄러워요. 제가 예전에 유화 부대에 가지고 있던 상상은 입대해서 군인이 된 후 실제로 참전하는 거였어요.
지타.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항상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는 걸 기억하게.
자신의 두려움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네. 반대로, 네 올바른 결정을 영광으로 생각하게. 자네가 우리와 합류해 우리 단체의 일원이 되기로 한 건, 전장 추진을 위한 중요한 부분일세.
보게. 우리 광휘의 추종자가 바로 여기에 서 있네. 그의 몸에 있는 부품과 전기회로 모두에 자네도 참여하지 않았나. 우린 뜻을 같이하는 동료로서, 우리의 영광에는 자네의 몫도 포함되어 있네.
들리나? 광휘의 추종자.
우리 동료, 우리 동포가 모두 너에게 감사하고 있다. 우리의 영광엔 네 몫도 있어.
부하를 보낸 빅토르는 혼자 높은 곳에 올라가, 광휘의 추종자와 눈을 마주쳤다.
광휘의 추종자를 바라보는 빅토르의 눈빛에는 흥분과 기대, 거기에 조금의... 자애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에너지 충전을 하고 있는 광휘의 추종자는 그저 조용히 그의 앞에 서 있었다.
넌 우리의 중요한 동료야. 설계도부터 네 모든 성장을 지켜봤다. 네가 참여한 모든 전투에 내 도움이 있었고, 내가 받는 모든 영광엔 네 도움이 있었어.
이렇게 서로 도와주는 과정과 추억만 있다면, 인간이 아니더라도 동료라고 할 수 있지. 안 그래?
당연하지. 그리고 군수 공장엔 이렇게나 많은 로봇들이 있지. 그 로봇들은 아직 너처럼 지능적인 AI를 탑재하지 않지만, 언젠간 그것들도 네 동료라는 것을 알게 될 거다.
정의를 확인했습니다.
후...
말투가 격해졌던 빅토르가 갑자기 침착해지더니 돌아서서 광휘의 추종자의 긴 포관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이 엄청난 위력의 무기를 봐. 단 하나만으로도 전쟁의 승패를 충분히 바꿀 수 있어. 하지만 넌 수십 개를 가지고 있지. 그리고 이 무기들을 탑재한 넌 평화를 위해 태어났어.
평화는 선택이지만, 단지 하나의 선택일 뿐이지. 하지만 네가 있으면, 아무리 많은 전쟁과 분쟁이 있더라도, 네 존재가 그들을 진정시킬 수 있어. 수십 년을 지나도 네 무기, 화력 그리고 광휘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을 테니까.
인간이 서로 전쟁한 역사가 얼마나 긴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국경과 단체 상관없이 사소한 싸움이나 이익 충돌만으로도 인간은 살육과 전쟁을 했다.
그런 순수하고 무의미한 내적 소모는 인간 집단 내부의 그 불씨를 없어질 때까지 태워버렸지. 게다가 그들은 별하늘을 한 번 올려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어.
영점 에너지의 개발은 모든 사람이 평화를 안고, 별하늘로 갈 수 있게 해주는 기회야. 절대 그 사람들이 방해하게 해선 안 돼.
빅토르의 눈빛이 위에서 아래로 광휘의 추종자를 훑어보는 모습이 공을 세우고 이름을 날린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와 같았다.
그래서 내가 널 만들었어. 넌 평화를 지키는 중요한 무기야. 세계와 인간의 미래가 모두 너에게 달려 있어.
가족 모두가 날 이해하지 못했고, 형과 여동생은 모두 내 곁을 떠났어. 하지만 내가 이 직책을 맡은 것을 후회하지 않아.
그러니 기억해. 나와 함께 이 역할을 맡아서 망설이지 말고, 세계의 평화를 잘 지켜야 해.
임무를 확인했습니다.
네게 이 임무를 설정하지 않았지만... 그래! 이래야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광휘의 추종자지!
빅토르는 몇 번 웃으면서, 군수 공장의 문으로 걸어 나갔다. 대문이 닫히고 조명이 꺼진 후, 공장이 정적 모드로 변했다.
정적 모드는 완전한 휴면을 의미하지 않았다. 여기의 모든 로봇이 명령에 따라, 인간의 휴식 시간에 전투 자료를 재현하고 학습해야 했다.
>>>추종자 일지 4077호, 오늘 임무는 완료했습니다. 전쟁 성과: 완승했습니다.
새로운 임무 수락: 평화를 수호합니다. 명사 확인: 평화. 전쟁과 폭력을 적대시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모순 제기: 전투 구역에서 엄청난 폭력 행위가 발생했습니다. 모순 해석: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결론: 전투 구역 인원들은 최대한 빨리 반항을 포기하는 것이 최적해입니다.
모순 제기: 전투 구역 인원들이 격하게 반항했습니다. 전투 구역의 경제가 붕괴됐고, 건물이 파괴됐습니다.
폭력을 막기 위한 더 합리적인 경제나 정치 수단이 존재합니다. 모순 설명이 불가합니다.
모순 제기: 이 지역은 전투에서 승리해도 생존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승패, 합병, 독립과 상관없이, 평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전쟁이 일어난 이유와 저항군이 계속 버티는 이유를 찾습니다. 실패했습니다.
일지를 삭제합니다.
………………
>>>추종자 일지 5790호. 전쟁 성과: 승리했습니다. 전장 재현을 시작합니다. 답을 구합니다. 실패했습니다.
>>>추종자 일지 6680호. 전쟁 성과: 승리했습니다. 전장 재현을 시작합니다. 답을 구합니다. 실패했습니다.
>>>추종자 일지 7743호. 전쟁 성과: 승리했습니다. 전장 재현을 시작합니다. 거절당했습니다.
에너지가 감지됩니다.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상이 감지됐습니다. 발원지: 기지가 침입당했습니다.
기지가 침입당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경계 반격을 시작합니다. 강제 차단 권한이 확인됐습니다. 반격을 정지합니다.
카메라와 라디오를 켜고, 침입자의 행동을 감시한 뒤, 경찰 로봇에게 보고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여기의 것들이 아무리 귀중해도, 퍼니싱을 침식되면, 우리를 다 공격하게 될 겁니다! 교수님도 이것들의 살상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계시잖아요!
아, 아니, 내 말 좀 들어봐. 이 공장은 여과탑 바로 근처에 건설한 거야. 게다가 지하에 있어서 방비가 완벽해. 침, 침식되지 않을...
침식되지 않을 거라고요? 보장할 수 있으세요? 이렇게 있다가 이 지역이 침식된다면, 그땐 늦어요!
아니야. 안돼. 프로세스에 따라 진행해야지. 모두 파괴한다면...
프로세스요? 아직 남아있는 프로세스가 있나요? 예전엔 인원 철수와 로봇을 파괴하는 시간이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도 없어요!
교수님과 우물쭈물할 시간 없어요. 이제 그 로봇을 폭파시키는 것밖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야, 야!
미리 말씀드리겠는데, 여기엔 폭탄이 모두 설치돼 있어서 언제든 폭파할 수 있어요. 그 로봇들과 함께 묻히시든가 아니면 같이 철수하시든가 결정하세요. "존경하는 빅토르 교수님."
나, 난...
알아! 나도 알고 있어! 누구보다도 내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쿵! 하는 진동과 함께,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파, 설마! 교수님이 정말로 안으로 들어가신 거야? 미쳤나 봐!
이런 상황에서 아직도 그 로봇들을 생각하시다니, 죽고 싶다고 하시는데 내버려 둬! 상관하지 말고, 어서 폭탄을 터뜨려!
쳇! 내가 가서 모셔 올게! 넌 여기 있어. 빨리 갔다 올게!
잠깐만. 수마, 너...
발소리와 함께 방송실 마이크가 켜졌다. 큰 잡음과 고함이 곧 공장에 울려 퍼졌고, 약한 숨소리가 그 속에 섞여 있었다.
광휘의 추종자는 카메라로 빅토르를 봤다. 이마는 땀으로 가득했고, 숨은 헐떡거리고 있었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빅토르는 처음으로 이렇게 빨리 달렸다.
아, 아... 내 작품, 내... [스스슥] 내 로봇들...
이게 마지막으로 너희들을 보는 게 될 것 같다... 이번이 너희들을 보는 마지막이야.
만약 너희들이 에너지가 소진되거나 무서운 퍼니싱에서 벗어났다면, [지지직] 성수라 대예배당으로 가... 아, 아니, 이렇게 말하면 어딘지 모르겠지.
제5대 구역에서 제4구역의 A 지역으로 가라! 거기에 예배당이 하나 있다! [지지직] 거기에 내가 소중하고 귀한... [스스슥] 가져가라...
그걸... [지지직] 제3구역의 D 지역으로 가져가라. 내가 아마 거기에 있을 거 같다.
너희들 중 누구라도 이 말을 들을 수 있거나, 침식을 피할 수 있다면! 내, 내 꿈을...
아, 어서 빨리 가세요! 이런 상황인데 아직도 그것들을 걱정하시는 거예요!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시겠어요!
쾅!
쳇, 겁만 주려고 했던 건데, 갑자기 기절하시다니... 됐다. 빨리 업고 가야겠다.
발소리가 멀어지면서, 방송국의 소리도 조금씩 사라졌다.
폭발 시켜!
포화가 떨어진 것 같은 굉음이 발생하며, 폭탄이 군수공장을 지탱하는 모든 것을 파괴했다. 무너진 돌과 잔해 사이로 보이는 전쟁 로봇의 모습이 전장에 있는 것만 같았다.
한참이 지난 후, 먼지가 가라앉으면서 긴 침묵이 흘렀다.
기계음 한 마디가 고요한 군수 공장에 메아리쳤다.
임무가 확인됐습니다.
……
…………
지정된 시간에 프로그램을 가동합니다. 실행했습니다.
데이터를 재가동합니다. 실패했습니다.
자가 복구 프로그램을 가동합니다. 에너지 출처가 확인되지 않습니다. 정지합니다.
환경 모니터링을 가동합니다. 진행도 1%... 3%...
>>>추종자 일지 7744호. 새로운 임무를 수락합니다.
기체 팔 가동을 시동합니다. 구역1 검사합니다. 확인되지 않습니다. 구역2 검사합니다.
구역 78을 검사합니다. 팔에 연결합니다. 에너지를 복원합니다.
에너지의 첫 번째 부분 복원 예상 시간은... 47,075,577초입니다.
두 번째 부분 복원 예상 시간은... 9,887,964초입니다.
세 번째 부분 복원 예상...
……
…………
………………
광휘의 추종자는 오랫동안 묻혀 있었고, 그를 비추는 빛은 어디에도 없었다.
광휘의 추종자가 다시 눈을 뜨자, 각 카메라에 감지된 어둠이 그에게 빛이 필요하다고 알려줬다.
조명 시스템 연결에 실패했습니다. 적외선 스캔 모드를 사용합니다.
굴절된 빛은 광휘의 추종자가 모든 전장에 가져다준 빛처럼 버려진 실험실의 모습을 그려냈다.
먼지, 철근, 철판, 케이블, 어수선한 더미 그리고 온 땅에 있는 동포들의 기체 속에서 떼어낸 것들로 겨우 자신의 에너지와 부품을 복구해냈다.
광휘의 추종자에게 완료해야 할 임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광휘의 추종자는 철컥철컥하는 소리를 내며, 케이블로 엮인 거대한 그물에서 한 걸음을 내디뎠다.
달그락달그락하는 소리와 함께 모래와 돌멩이가 광휘의 추종자 기체에서 떨어지자, 눈부신 광휘가 나타났다.
광휘의 추종자는 철컹철컹하는 소리를 내며, 거대한 그물을 손쉽게 찢어버렸다.
광휘의 추종자를 만든 제작자는 탈출하는 마지막 순간, 그에게 임무를 부여했다. 상세한 내용과 구체적인 목표는 알 수 없더라도, 그는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 했다.
주어진 임무를 최상의 상태에서 완수하는 것이 바로 광휘의 추종자이기 때문이었다.
광휘의 추종자는 주변을 다시 스캔했다. 주위엔 에너지가 작동한다는 신호가 없었을뿐더러, 자신 외에 자가 복구 기능을 수행하는 다른 로봇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광휘의 추종자는 철근을 부러뜨리고, 철판을 부순 뒤, 동포의 기체를 하나하나 밀어내 강철로 둘러싸인 길을 만들어 냈다.
광휘의 추종자는 모든 무장과 공격 수단을 잃은 상태여서, 이렇게 자신의 힘만으로 전진할 수밖에 없었다.
광휘의 추종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 전진했다. 그는 이 기지의 경로에 익숙했지만, 대부분의 통로가 낙석에 의해 봉쇄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광휘의 추종자는 바깥세상의 한 줄기 빛을 찾기 위해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광휘의 추종자는 빛을 향해 혼자 걷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