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아아... 악!!!
"엠베리아"의 두 손은 마치 무언가에 잡힌 듯 들어 올린 상태였는데, 그녀의 손끝부터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녀를 둘러싼 암흑 같은 검은 안개가 흩어지자 그녀는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는 것처럼 보였다.
밖으로... 자... 유...
기... 다... 꿈... 꿈...
그녀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끊어지던 말이 연결되면서 점점 더 뚜렷해졌다.
...모든 것이 끝나면 더 따뜻한 곳으로 갈 거야.
...끝없는 추위에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이불을 빼앗길 걱정도 하지 않아도 돼...
여기서 머나먼 사계절이 푸르른 곳... 침엽수의 어두운 초록색이 아닌 흘러내릴 것 같은 청록색...
그리고... 그 아이에게 아주 많은 동화와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고 같이 여행을 떠날 거야...
배를 타고 먼바다를 넘어 지구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아... 파... 너무 아파...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야... 이게 뭐야!! 날 보내줘...
난 누구지... 난 병기인 건가? 안 돼, 안 돼!
조금만 더 하면... 자유를 찾을 수 있었는데...
몸이 점점 무너져가는 소녀가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표정은 말에 따라 계속 바뀌었는데, 아직도 조각난 기억을 끼워 맞추고 있었다.
...엠베리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리는 견딜 수 없다는 듯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말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건 로봇이 단편적으로 따라 하고 있는 그림자일 뿐입니다.
……
리브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 같았지만 포기한 듯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떨궜다.
...적어도 그녀는 해방되었어요.
모의 의식의 바다 공간이 무너지고 있으니 연결을 끊을게요. 지휘관님.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확인해보니 붕괴하면서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 미소를 짓고 있는 "엠베리아"를 볼 수 있었다.
"——".
연결 장치를 벗자 거점의 다른 구조체 소대가 부상자와 물자를 확인하고 있었다. 이쪽의 전투는 거의 다 끝난 것 같았다.
수고 많았다.
..."엠베리아"의 신호가 완전히 사라졌어. 임무는... 끝났어.
임무를 끝내고 새파란 얼굴로 바닥에 주저앉은 시몬은 이쪽을 향해 힘겹게 손을 흔들었다.
역시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다르네요! 어? 표정이...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생체공학 로봇에서 발생한 이상 신호는 모두 중단됐어. 이제 생체공학 로봇은 위협적이지 않아. 이젠 이곳도 다시 평온해지겠지.
이 생체공학 로봇은 어떻게 되나요?
신기한 일이지만... 생체공학 로봇의 통합 데이터 수신 장치가 모조리 효력을 잃었다. 그러니 앞으로는 이상 신호의 영향을 받지 않을 거야.
어쩌면 동료와 함께 설원의 깊은 곳으로 갔을지도 모르겠네요. 하하.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처리할 일은 아니지... 오래 긴장했으니 한잔 어떤가? 공사 쪽에서 가져온 것이니 맛은 보장하지.
어, 그, 제가 술은 잘 못 마셔서. 특히... 으악!
슈테센이 웃음을 터트리며 시몬의 등을 힘껏 내리치자 시몬의 안색이 또 새파래졌다.
그런 섭섭한 말을 하지 마. 모든 일은 처음이 있기 마련이니까.
처음에는 엠베리아의 소원을 이루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모두를 모아 엠베리아의 정보를 수집했다.
우리의 말은 그 어떤 인간도 들어주지 않았다.
우리는 그녀의 분노, 절망, 원한에 공감했다. 심지어 그녀의 별로 무섭지 않은 꿈을 보기도 했다.
"진짜 그녀"와 그녀의 작은 소원을 보았다.
일부 동료들은 우리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상한 구조체를 따라 떠났다. 하지만 남은 동료들은 나의 생각에 동의해 줬다.
더 이상 잠에 빠지지 않고 자유롭게 뛰어놀면서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그녀를 되찾고 싶었다. 그녀를 데리고 극지나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만든 그녀는 웃지 않을뿐더러 좋아하는 동화도 들려주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로봇에 대한 원한뿐이었다. 그녀는 파괴와 복수만 알았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 프로젝트의 결말은 하나뿐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만들어 낸 "그녀"는 그녀가 가장 혐오하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엠베리아가 아닌 속이 빈 "괴물"이었다.
어쩌면... 그녀가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가 됐을지도 모른다.
결국 마지막에는 그녀가 얻지 못한 "자유"를 우리에게 줬다.
그때 그녀는 분명 "고마워"라고 말했다.
그러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녹은 눈이 나무에서 떨어지면서 햇빛에 반사됐다. 오늘도 극지에서 보기 드문 맑은 날이었다.
생체공학 눈올빼미가 머리에 떨어진 물방울을 털면서 날갯짓하며 날아올랐다.
맑은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