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한 나라에 왕과 왕후가 살고 있었다. 그들은 현명하면서도 지혜로워 백성들은 그들의 통치 하에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왕과 왕후에게는 고민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들에게는 아직 자녀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왕과 왕후는 백성들과 함께 신에게 아이를 내려달라고 기도를 올렸다."
"신은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었다. 어느 날 왕이 목욕하고 있는데, 개구리 한 마리가 물에서 튀어나와 말했다."
"신이 너희의 소원을 들어줄 것이다. 너희가 기대하는 아이는 얼마 후에 태어날 것이다."
기나긴 겨울이 곧 다가온다. 솔트바라 거주지의 사람들은 항로 연합에서 보내온 보급을 확인하고 있었다.
저기... 이번에 물자가 많이 부족한데?
타이어체인이 도중에 끊겨서 화물차가 라도가호에 빠졌다고...? 쯧, 우리가 그런 거짓말을 믿을 줄 아나?!
유리와 그놈들이 몰래 빼돌린 거겠지. 망할 놈들... 안 그래도 요즘 항로에서 지급한 보급이 계속해서 줄고 있는데...!
이럴 수가... 이걸로 겨울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예브게니, 너 우리 구역의 책임자잖아. 뭐라고 말이라도 해봐! 이대로 가다간 퍼니싱에 침식되기 전에 다 굶어 죽게 생겼어!
보급 상자를 둘러싸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 중의 앞장선 남자 몇 명은 분노를 터트리며 싸우고 있었다.
아빠는 인파에 둘러싸인 채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 퍼니싱 발발 후 모두가 거주지에 살게 된 후로 이렇게 심각한 표정은 처음이었다.
알고 있어... 다른 거주지의 책임자와 이야기를 나눠볼 테니 안심해. 우리가 받아야 할 물자 보급은 확보해 올 테니까.
...이야기라니? 지금 이런 상황인데 그들과 "이야기"를 한다고?
남자는 아주 웃긴 이야기라도 들은 듯 손을 뻗어 아빠의 멱살을 잡았다.
아빠...!
아빠는 손을 뻗어 나를 가로막으며 나를 향해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놈들은 한마디도 안 하고 우리의 보급을 빼앗았으니, 우리도 빼앗아야지! 그들은 풍족한 물자로 겨울을 편안하게 보내고 우리는 추위에 굶어 죽는 건 불공평하잖아!
제철소에 사람이 꽤 있으니 내일이라도 바로 움직일 수 있어. 예브게니, 넌 우리의 책임자이니 너를 따를게.
하지만...
야코브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손에 든 목록을 아빠에게 던졌다.
이 물자로는 모두가 한 달 버티는 것도 힘들어. 대장이라면 우리 구역을 위해 힘쓰란 말이야.
먼저 움직이지 않으면 언젠가 그들이 우리를 죽이러 올 거야. 봐봐, 지금도 이렇게 대놓고 우리의 것을 빼앗고 있잖아!
너희도 동의하지? 이건 다 모두를 위해서야!
예브게니는 주변의 모인 주민들을 둘러봤다. 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뱉는 노인... 말라빠진 모두의 얼굴에서는 절망과 무감각밖에 보이지 않았다.
...알겠다.
…………
인파가 흩어지자 아빠는 뒤돌아 나를 보며 조금 피곤한 듯 웃었다.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아빠는 이 거주지의 책임자이니 모두가 무사히 겨울을 보내게 하는 게 내 책임이야. 설령...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게 된다고 해도.
아빠는 날 보고 말했지만, 그 말은 왠지 자신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리아야, 아빠가 돌아올 때까지 집에서 얌전히 기다려야 한다.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사방이 불로 뒤덮였다.
며칠 전 아빠와 사람들이 무기를 가지고 다른 거주지로 향했다. 그 후로 아무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거주지의 대문은 무기를 지닌 폭도에 의해 떨어져 나갔다. 그들은 거주지의 물자를 미친 듯이 약탈하며 이를 저지하려는 사람을 철봉으로 막고 건물에 불을 질렀다.
나는 방구석에 숨은 채 창밖의 퍼져나가는 불을 바라보았다. 연료가 없어 계속 차갑게 지낼 수밖에 없었던 방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콜록콜록... 갈 곳이... 없어... 아빠는 왜 돌아오지 않는 거지?
방문이 갑자기 쾅 하고 열리면서 아빠가 부상을 입은 채 달려들어 왔다.
아빠! 어디 갔다 오셨어요... 다치셨어요?
리아! 다행이구나...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
아빠는 나를 안은 채 방 밖으로 뛰어나갔다.
우선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
얼마나 달렸을까. 한 버려진 공장에 도착한 우리는 드디어 타는 냄새와 뜨거운 불에서 벗어났다.
버려진 공장은 거주지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핏자국과 절망밖에 없었다. 심지어 어떤 주민은 도망 중에 심각한 화상을 입고 바닥에 누운 채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
우리를 보자 모든 사람이 입을 다물었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처음 보는 감정이 보였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그것은... "원한"이었다.
불이 이렇게 계속 퍼졌다간 에너지 스테이션이...
누군가 이런 말을 내뱉자 공장은 또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그건 이 구역에서 아직 가동 중인 마지막 집중식 에너지 스테이션이었다. 그곳이 무너지면 솔트바라와 그 주변의 주민은 머물 곳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될 거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에너지 스테이션에는 자가 소방 연동 제어 시스템이 있으니 외부의 방화문만 닫혀있다면 자동 소방 시스템이 코어에 불이 퍼지기 전에...
크, 큰일이야... 문이 열려 있어!
뭐?! 도대체 무슨 일이야?!
자신이 실언했다는 걸 안 이만은 몸을 떨며 시선을 피해 야코브를 가리켰다.
다, 다 야코브 때문이야. 그가 숨겨야 한다고...
닥쳐!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내가 에너지 스테이션에 가서 방화문을 닫겠어.
금방 돌아올 테니 이곳에서 기다려라.
아빠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뒤돌아보지도 않고 공장을 뛰쳐나가 에너지 스테이션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 나갔다.
이만! 우리도 가자!
야코브는 심하게 동요하는 이만을 강제로 잡아당기면서 뒤를 쫓았다.
잠시 후 멀리서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