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메는 구조체가 된 후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구조체는 수면을 필요로 하진 않지만, 쇼메는 가상 수면 상태에 진입하면 확실히 생각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그러나 쇼메는 구조체가 된 후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
넌 더 이상 필요 없다. 모든 것은 우리가 지배할 거다.
넌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한다. 너의 보호자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넌 더 이상 축복받지 못한다. 우리는 곧 빛에 속할 것이다.
그러니 너는 여기까지다.
넌 필요 없는 존재다.
우리는 너에게 기억되고 싶지 않다.
그러니 넌 사라져야만 한다.
넌 아무런 가치도 없다. 넌 쉽게 제거되고 대체될 수 있다.
그러니 넌 존재해서는 안 된다.
넌 "필수"가 아니니 우리는 마음대로 너를 없앨 수 있다.
그러니 넌... 너의 비참한 운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은은한 노란색 빛을 내는 전구는 동굴의 사람들이 한층 더 어둠을 느끼게 만드는 것 같았다.
면역 시대의 어느 날
수십 명이 단말기 앞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의 손은 키보드 위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한참 후, 그중의 한 사람이 단말기 앞에서 일어서 동굴 중앙에서 화면을 지켜보고 있는 한 소년의 뒤로 다가왔다.
…………
...쇼메... 씨?
……
쇼메 씨? 공중 정원의 방화벽을 피해 아카디아 작전 데이터베이스에 진입했습니다.
...거절한다.
쇼메 씨?
음? 뭐지?
쇼메 씨? 공중 정원의 방화벽을 피해 아카디아 작전 데이터베이스에 진입했습니다.
조회 전에 비망록에 추가해 둔 특징 코드를 검색해줘.
네. 데이터에 의하면 시스템에는 특징 코드가 포함된 코드 블럭이 2022 블럭있습니다.
단계가 가장 높은 10개를 뽑아 사무실의 단말기로 전송해.
잠시만요...
...됐습니다.
좋아.
일이 끝나면 이만 해산해도 된다.
"대부" 대신 공표하지. 너희는 그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졌다.
가, 감사합니다!
아니, 나와 "대부"가 너희들에게 감사해야지.
L'unione fa la forza.
Grazie!L'unione fa la forza!
실험요원은 자신의 개인 물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쇼메는 사무실에 들어가 자신을 그곳에 가뒀다.
넌 더 이상 필요 없다. 모든 것은 우리가 지배할 거다.
넌 더 이상 보호받지 못한다. 너의 보호자는 널 보호할 수 없다.
넌 더 이상 축복받지 못한다. 어둠의 심연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너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넌 필요 없는 존재다.
난 너에게 기억되고 싶지 않다.
넌 아무런 가치도 없는 불쌍한 악당일 뿐이다.
"이번의 참혹한 사건으로.... 수천 명이 사망하면서..."
"세계 정부 측은 프로젝트를 중단하지 않을 거라고 선포하며, 안전을 위해 더 신중히 움직일 거라는..."
……
"세계 정보는 프로젝트를 무너뜨리려는 반대 조직원을 현상 수배해..."
"그리고 연달아 일어나는 재난 속에서 흔적이 사라진 공군 멤버 키릴에 대한 행방을 아는 사람의 정보 제공을 희망..."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또 있을 줄이야. 이걸로 잘 숨길 수 있겠어.
그런 우연이 일어날 리가 없죠. "대부", 당신입니까?
나였든, 내가 아니든 변하는 건 없다.
난 단지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것을 제공했을 뿐이야.
이 모두 가장 적절한 결말이지.
그럼...
알려주십시오. 저에게 가장 적절한 결말은 뭡니까?
그건 나도 모르지.
전에도 한 아이가 있었지. 한때 모든 권력의 지팡이를 그에게 넘겨도 된다고 생각했어.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하늘 위"로 갈 준비를 하는 것 같더군.
무언가에 자극받은 쇼메는 고운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쇼메의 행동을 본 "대부"는 무심하게 한 마디 더 보탰다.
너도 가고 싶다면 내가 경로를 마련해보겠다.
그와 다른 경로로 말이다.
...필요 없습니다.
그런 두려워서 위축된 초상집 개에는 관심 없습니다.
그래?
나와 같군.
정말 같습니까?
내가 어떻게 알겠나.
꿈과 기억이 교차하는 환각 속에서 쇼메는 멀리서 들려오는 적 유인 장치의 폭발 소리에 자아의식을 조금 되찾았다.
두 시 방향에 있는 개조한 탱크용 지뢰와 살상용 지뢰로 이루어진 지뢰밭이 터졌다.
——쇼메는 함정에 큰 기대를 품지 않았다. 그건 탱크의 대포에 직접 맞아도 쓰러뜨릴 수 없는 적이었다.
도중의 자신을 받아준 청소부 촌락이 사라진 것을 보니 물리적으로 자신을 제거하려고 결심한 것 같았다.
이 은신처는 세운 지 나흘도 안 됐는데 또 발각됐다.
——그곳 뿐이다. 그곳이라면 아직 희망이 있다.
그런 생각을 품은 쇼메는 비상 터널의 덮개를 열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