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의 임무도 어느 정도 마쳤네. 만세, 드디어 휴가를 즐길 수 있다!
장비를 정리한 카무이는 바닥에 주저앉더니 큰 개처럼 기어와 상대방의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사령부가 우리한테 내린 명령은 대기에요... 마음 놓고 즐기면 안 되지 않을까요...
설비 점검이라고 하면 별문제 없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해, 지휘관?
전에 봤던 아케이드 게임기를 말하는 거지?
우리를 설득해 같이 오락실 가려는 것 같은데.
리, 보급 접수는 제대로 되고 있어?
문제없어. 어쨌든 여기는 베라도 있으니까. 쿠로노의 보급 라인은 아주 빠르지.
그러니까 카무이, 네가 말하는 즐거움은 우리랑 같이 게임하러 가는 거였어?
맞아. 그리고 지휘관들이 제대로 지켜보지 않을때 세리카씨한테 게임을 개조하라고 했어. 분명 원래 버전보다 더 재밌을 거야.
걱정할 게 뭐가 있어? 난 그저 세리카 씨에게 그런 스킬이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야.
당연히 없지. 게임은 다같이 처음부터 체험해야 재밌는 거니까.
그래서 갈 거야, 말 거야?
안 될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루시아?!
가끔씩 쉬는 것도 필요해. 본부에서도 이곳의 업무를 인수받을 팀을 별도로 보냈고. 게임에 빠지지 않게 조심만 하면 돼.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휘관님?
만세!
어리광이라니... 어린애 취급을 받는 것 같은데.
결정을 내렸다면 얼른 출발하지. 지휘관까지 참여하면 우리 6명이서 세 팀으로 나눌 수 있으니까.
잠깐만, 팀을 나눈다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6명이라니? 여긴 아무리 봐도 5명뿐인 걸?
그리고 카무 그 자식도 게임에 꽤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았어. 걔는 우리보다 먼저 게임을 시작했어.
... 이런 곳에서 몰래 도망간 건가?
도망갔다기 보다 게임 속에서 오프닝 애니메이션만 계속 보고 있는 것 같아.
제 생각엔 카무가 그냥 그 애니메이션이 마음에 든 것 같은데요.
네. 이 기회에 카무와 친해질 수도 있고요. 일석이조네요, 지휘관님.
잠깐만.
또 기다린다고?
카무이가 어떻게 팀을 거느리고 앞으로 전진할지 의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그때 누군가 그들을 불러세웠다. 그 소리에 카무이도 짜증섞인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재밌는 일을 하려는 것 같은데. 나도 끼워주면 안 돼?
베라, 내가 아니라 우리겠지.
태양빛 아래 주위 환경에 맞게 코팅한 두 구조체가 서 있었다. 베라와 카레니나였다. 서로 티격대는 걸 보니 두 사람이 함께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카레니나와 베라는 뭐 하고 있었어?
뭘해도 상관 없지만 이미 들었다고. 게으름 피우러 가는 거지? 나도 끼워줘!
이제 내가 "우리"라고 해야 할 때겠지?
너!
비록 같이 움직이고는 있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별로 좋지 않았다. 다음 순간, 바로 무기를 뽑아 승부를 가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린 지금 카무이가 추천한 게임을 체험하러 갈 생각이었어. 두 사람이 참여하는 건 상관 없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게임에 접속해도 되는 건가?
아마 괜찮을 거야. 설명서에도 인원수 제한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8명이면 한 팀에 4명씩 나누어질 수 있어.
그럼 그렇게 결정하는 걸로 하자. 그런데 카무이, 방금 팀을 나눈다고 했지... 이 게임 대결 타입의 게임인 거야?
세리카 말로는 악룡과 싸우는 RPG 게임이라고 했어. 아마 누가 더 빨리 미션을 완료하느냐를 겨루는 것일꺼야.
그럼 여기다 양념을 좀 더 치는 게 어떨까? 패배자는 무조건 승리자의 명령을 하나 들어줘야 한다든가.
음... 그런 거는....
베라,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거지?
그럴 리가. 난 그저 양념이라고 말했을 뿐이야.
베라가 왜 말을 하면서 이쪽을 바라보는지 알 수 없었다.
음... 이건 지휘관님의 의견을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
너무 심하면 안 된다라... 그래요~ 말씀대로 하죠,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님.
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 질 생각이 없고 지휘관님도 지지 않을 거니까요, 맞죠?
어떻게 되든 난 상관 없지만 이번에는 정말 출발해도 되는 거지?
그래, 출발하자!
모두 같이 게임을 하는 상황이 생기다니...
난 이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해.
————
오락실에 도착한 이들은 카무이의 지시에 따라 캐릭터를 만들고, 각각 전용 고글을 착용해 VR 세계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카무이, 팀은 어떻게 나눈 거지?
어둠 속에서 리가 카무이를 향해 질문했다.
세리카 말로는 시스템이 랜덤으로 나눌 거라고 하던데.
그럼 우리가 지휘관님의 적군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네?
응, 뭐 그렇지만.. 지휘관이 다른 팀이 된다 해도, 나는 봐주지 않을거야!
게임에 봐준다는 옵션은 없어, 지휘관.
흥, 꽤 자신있는거 같은데, 지휘관.
비록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지만 정상적인 게임 진행을 위해 유저는 중요한 npc를 죽일 수 없어.
많은 개방형 게임이 가지고 있는 설정이지. 일부 npc가 유저에 의해 사망한다면 게임은 엉망이 될 테니까.
카무이가 게임의 기본설정을 마치자 귓가에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작동... 로딩 게임 "용....전....X"
시스템에서 버벅거리는 듯한 전자음이 들려오더니 신비로운 타이틀이 눈앞에 나타났다.
"집행자 전설·GR", 조금 시간이 지난 뒤 타이틀은 곧 모자이크 처리가 되고 또 다른 글자가 천천히 나타나고 확대되었다.
"이국지~패왕의 대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