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바퀴가 레일과 부딪치며 심장 박동처럼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고 바람은 꽉 닫힌 차창을 부숴버리겠다는 양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해는 이미 저물어 잔잔한 달빛이 흐릿한 밤에 녹아들 듯 마치 안개같은 흰 구름 사이를 떠다닌다. 그 빛과 그림자의 파편이 열차 안을 뒤덮었다.
리는 테이블에 기대어 손에 든 총을 정성스레 닦고 있다. 리브는 차창 너머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고 루시아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호우가 지나간 뒤의 정적은 견디기 힘든 법이다. 비앙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마의 금발을 쓸어 올리며 침묵을 깨뜨렸다.
제 임무는 완료했으니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괜찮습니다.
부대와 함께 귀환하라고요?
...아니요,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이제 남은 건 공중 정원의 마중을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조금 전의 진행도 보고에 따르면 다른 부대들도 곧 지상의 전장 정리가 끝난다고 합니다.
갑자기 열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원심력의 작용에 무방비였던 열차의 사람들은 다들 바닥에 쓰러졌다.
조심하세요! 지휘관님! 전 대원, 전투 준비! 리브, 아직 제거되지 않은 침식체가 있는지 확인 가능해?!
시야 범위 내에 수상한 목표는 없어요!
...지휘관님, 다음에는 그렇게 빨리 결론을 내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여진 후 열차는 안정을 되찾았지만, 사람들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통신 접속음이 열차 안에서 울렸다.
하~이,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님. 세리카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번에도 훌륭히 해내셨군요. 상부도 지휘관님의 탁월한 지휘 능력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번 임무는 절대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중합체의 확산 속도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손실로 제압하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3분 28초 전의 불완전한 통계 데이터이긴 합니다만, 영구 열차의 기능 손상 열차 칸은 총 11칸, 그 중 위험한 상태인 것이 4칸. 이대로라면 4일하고 14시간 3분 후에 열차는 멈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님.
아딜레와 공중 정원은 협의 후 아딜레가 긴급 열차 점검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아딜레의 전력 손실이 심각해 그레이 레이븐 소대 전원은 이번 점검 계획에서 아딜레를 위해 최선을 다해 전투력과 기술 지원을 제공해 주세요.
자세한 사항은 책임자와 상의해주세요.
지휘관.
문제없어.
휴식도 취했고 지금은 몸 상태도 좋아. 게다가 소피아는 수리 작업이 특기야.
... 계속 있었어.
그럼, 잘 부탁드려요. [player name] 지휘관님.
언제든지 명령을 내려주세요.
리브는 지휘관님의 명령에 따를 거예요.
그렇게 순조로울 리가 없을 거로 생각했다니까요... 그럼, 빠르게 시작해볼까요.
...저도 당분간 새로운 임무는 없으니까요.
필요하시다면 돕겠습니다.
열차의 동력원은 핵융합로야. 연료봉과 안정제의 충분한 접촉 면적이 확보되지 않으면 핵융합로는 금방 제어 불가가 되어 버려.
그래서 검사 프로세스에 그만큼의 조건을 걸어둔 거였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열차의 평행 안정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아서 크레인 등을 운행 중에 사용할 수 없다는 거야.
즉, 일시 정차 및 평행 안정 시스템 수리가 최우선이라는 거네.
소피아는 리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와! 이건...
리브의 감탄사가 대화를 끊었고 모두 리브의 시선을 따라 창 밖을 바라봤다.
창 밖에는 열차가 달리고 있는 광활한 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구름도 달도 없는 어두운 밤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로 가득했다. 마치, 다이아몬드를 뿌린 것 같은 밤하늘은 그 별빛으로 황금색 사막을 비췄다.
...이게, 사막인가?
나도...
어지간한 일에는 미동도 하지 않던 비앙카조차 무의식적으로 차창으로 다가가 숨을 죽이고 그 경이로운 광경을 바라보았다.
몇 초 후, 열차가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희미하게 객실에 울리는 엔진 소리는 마치 사람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숨을 헐떡이면서도 달리는 것만 같았고, 폭풍과 같은 바람 때문에 당장이라도 차창은 부서질 것 같았다.
다들 일 시작하자.
……
...응. 상관 없어.
소피아가 그렇게 말한다면 저도 문제 없습니다.
곧 정비 계획을 공유할게.
네!
루시아는 무기를 뽑았고 비앙카는 팔짱을 끼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