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생화주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목동

>

세레나, 이 편지를 받았을 때, 너는 무엇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

내가 편지로 너에게 정보를 보내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그래, 나도 편지라는 걸 처음 시도해 봐.

지금 오직 이런 방식만으로 내 생각을 너에게 전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최근에 난 이야기 한 편, 연극 한 편을 써보려고 준비하고 있어.

만약 네가 이 시나리오를 보게 되면 놀라거나 웃을 것 같거든.

연극 분야에서 난 아직 신인 작가에 불과하고 써낸 이야기도 미숙하기 때문이지.

하지만 웃고 난 다음에는 선배의 자세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조언해 줬으면 해.

그럴수면 있다면 참 좋겠어.

이 편지를 쓸 때, 내 옆에는 지구의 어느 오페라 극장 자료 사진이 놓여있어.

네가 어렸을 때, 이 오페라 극장의 모습을 보고 언젠가 지구에 가서 직접 구경하고 싶다고 말했잖아.

물론 오페라 극장만 구경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 그 극장의 위치, 즉 아카디아 대철수 184호 철수 지점과 가깝기 때문이었겠지.

그곳에는 네가 직접 보고 싶은 예술 유적이 아주 많지.

지금 생각해 보니, 정비할 자원과 인력이 부족한 상태니까......

오페라 극장은 이미 폐기돼서 사진만큼 웅장하지 않고 아름답지 않게 변했을 수도 있지.

그런데 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혹여 네가 여정을 떠나 그곳을 경유했거나 지금 거기에 있다면, 넌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에게 알려줘, 세레나.

—— 만약 판테온이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했다면 아마 이와 같았을 것이다.

웅장한 둥근 천장에 화려하고 거대한 크리스탈 램프가 걸려져 있다. 빛이 램프를 통해 여러 번 굴절되어 그 위에 그려진 명화를 비추고 있었다.

그것이 진품과 차이가 나는지, 문헌 기록과 일치한지...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그곳에 존재하기만 하면 됐다. 복잡한 그림이 새겨진 저 기둥처럼, 이 벽돌에 특별한 화려함과 웅장함을 더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화려함이 널려 있는 이곳은 이 세상 최후의 환상적인 오페라 극장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 오페라 극장이 바로 이곳, 이 아카디아 대철수 지점에 있어요.

그래요, 틀림없어요.

천장의 갈라진 틈 사이로 바람이 들어와 대들보에 걸려 있는 막을 헤집었다.

햇살이 막의 틈새를 타고 들어와 스포트라이트처럼 무대의 틈을 헤매다 마지막에는 무대 위에 오랫동안 서 있던 소녀에게 떨어졌다.

—— 내가 어떻게 너를 여름과 비교할 수 있겠어?

—— 넌 그것보다 더 귀엽고, 부드러우면서 따뜻해.

그녀는 햇빛 아래에서 걸어 나와 무대 위 빈틈을 가볍게 넘었고, 무대 끝까지 가서 발걸음을 멈추더니 다시 반 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를 했다. 마침 하늘에서 새어 나온 빛이 치맛자락 위에 수놓인 글씨에 비췄다. "플로라"였다.

플로라

여름은 아주 짧고 하늘의 눈동자 또한 너무 잔인하지. 자연은 종잡을 수 없고 시들지 않는 아름다움이란 없어.

그러나 그대의 여름은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것이고 향기를 잃지 않을 것이다. 그대는 불멸의 시 속에서 시간과 함께 영원하리라.

인간이 존재하고 사람의 눈이 보이는 한, 이 시는 영원할 것이고 그대에게 영원한 생명을 부여해 줄 것이로다.

관객 여러분, 왕림하여 연극을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녀는 아무도 없는 극장에서 혼잣말을 했다.

잠시 후,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뒤로 조금 물러났다.

음…… 아니야. 아니야. 조금 더 진지해야 해.

존경하는 관객 여러분, 왕림하여 연극을 감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응. 맞아. 이게 옳지.

소녀는 한 바퀴 돌고 나서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낡아빠진 관객석을 향해 수첩을 들었다.

막이 오르기 전, 제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

제가 아는 한 선생님의 이야기입니다. 그분은 스캐빈저이자 군인이었습니다.

그분은 에덴으로 가는 배표를 얻지 못했고 하늘에 있는 주민들보다 훨씬 불행했습니다.

하지만 보호 구역의 보호를 받는 스캐빈저로써는 타인보다 훨씬 더 행운스러웠습니다.

에덴에서 달달한 "이슬"이 떨어져 메마른 땅에 닿아 보호소로 되었고 이 땅에서 떠돌던 그분을 지켜줬습니다.

음…… 사실 이 부분은 그분께서 직접 정리한 내용이고 저는 이 내용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그분은 운이 좋았던 겁니다.

방금 중얼거림 때문에 표정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식하자, 소녀는 볼을 비비며 다시 시나리오를 들었다.

오랜 방랑 생활로 때문인지 그분은 원망하는 말에 익숙해졌고 그 말들로 인해 세상이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하늘에 있는 주민들이 감당해야 할 빚을 자신이 짊어졌다고 생각했고 타인이 더 감당하면 자신은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이런 말들은 그의 마음속 불꽃을 덮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태양" 같은 존재—— "예술"을 만났고 그 "태양" 아래에는 작물이 가득 자란 들판, 푸른 풀잎이 무성하게 자란 평원, 꽃이 피어난 제방도 있었습니다.

그 "태양"은 "원망"의 먹구름을 몰아내고 그분의 몸을 따스하게 비추었습니다. 그중, "태양" 아래 활짝 핀 꽃 한 송이가 유난히 눈부셨습니다.

그 꽃은 그분에게 영웅의 스토리를 들려주었는데 스토리 속 영웅은 동료를 위해 희생했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어두운 그늘이 없었고 멀어져 가는 동료를 향해 진지한 축복을 보냈다고 합니다.

꽃과 "태양"은 그분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고 마음속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분은 또 다른 "태양"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분는 영광스러운 구조체 병사가 되었습니다.

그분은 "태양"이 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수많은 꽃들을 뿌렸습니다. 그 꽃과 같은 이야기를 창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앞만 보고 전진하던 병사는 잔혹했던 전투에서 몸을 바치게 됐습니다.

그분께서 별세를 했지만 지난 그 이야기들은 여전히 우리를 예술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그중에…… 저도 있습니다.

아니…… 저는 분명 제일 먼저 그분을 따라나섰을 겁니다.

소녀는 잠시 목이 메었다. 그리고 다시 시나리오를 들었다.

그러나 이 길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그분의 죽음으로 인해 슬픔에 빠진 사람도 있었습니다.

바로 그분을 사랑했던 그분의 아내입니다. 과거 이 가정의 세 식구는 모두 "태양" 같은 예술을 사랑했습니다. 아내도 그분 못지않은 재능을 소유했고 그녀의 노랫소리는 사람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특히 남편과 듀엣을 할 때 그녀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 별세한 후, 불쌍한 아내는 그 시나리오를 볼 때마다 눈에 슬픔과 고통이 가득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이는 전쟁터에서 처절하고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했어요, 죽음 앞에서 이야기 속 고귀한 정신은 너무나 보잘것없네요."

이 말을 할 때 그녀의 눈빛은 더없이…… 슬펐습니다.

저는…… 엄마의 그런 눈빛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것은 아빠의 죽음과 마찬가지로 제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어요.

플로라는 말을 멈췄다. 가족이 죽었다는 사실은 전류처럼 다시 소녀의 여린 마음을 스쳤다. 부드럽고 힘이 넘쳤던 아빠의 팔, 살포시 소녀를 들어 올려 춤을 출 수 있었던 아빠는 화약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제3자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 더 이상 슬프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아빠의 결말을 말하는 순간, 눈물은 주체할 수없이 흘러나왔다.

아빠의 품을 잃은 소녀는 보살핌을 원했고 엄마의 따뜻한 품에 안기고 싶었으나 엄마의 품도 지금 눈물에 젖어 있었다.

엄마…… 아빠가 돌아가신 그날 밤부터 밤마다 울음소리가 들려왔죠, 저의 울음소리......

매일 밤마다 엄마는 인내심을 가지고 저를 위로해 주고 안아줬어요. 엄마, 정말…… 고마워요.

하지만 아빠를 그리워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저도 타인을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여전히 심야의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엄마, 그건 엄마의 울음소리잖아요. 내가 잠든 후, 엄마의 울음소리......

저는…… 아빠를 되찾고 싶었고 엄마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기를 원해요.

아니…… 아니에요. 이미 되찾았어요. 아빠는 항상 우리 곁에 계셨어요. 아빠께서 창작하신 시나리오 속에……

플로라는 손에 힘을 쓰며 시나리오를 꽉 잡고 있었다.

그래서...... 제가 이곳으로 찾아왔어요. 이 예술의 도시로......

플로라는 덜덜 떨며 두 손을 들어 눈앞의 어둠을 향해 이 황폐한 극장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곳은 아카디아 대철수의 수많은 철수 지점 중 하나이자 과거의 눈부신 문명 흔적을 보존한 지점이죠.

수많은 예술의 빛 아래, 저는 최선을 다해 아빠의 흔적을 연기해낼 겁니다.

아빠를 감동시킨 영웅 스토리, 이웃들과 함께 불렀던 노래들, 우리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소품들…… 모두 아빠께서 남긴 영혼의 일부니까요.

아빠께서 말씀하셨어요, 희생 뒤에는 고통뿐만이 아니라, 비바람에 직면할 수 있는 용기도 있고 비바람이 지나간 후에 평화의 희망도 존재한다고......

제가 그 희망의 의미를 깨닫고, 이 시나리오의 정신을 이해한다면…… 엄마도 언젠가 이해할 수 있겠죠? 아빠는 우리를 떠난 적이 없고 우린 아빠의 희망을 안고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말이에요.

말을 마친 플로라는 다시 한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럼 이번 공연을 즐겨주세요…… 물론 연습이지만.

그녀에게 응답한 것은 조용한 자갈 소리와 바람뿐이었다.

바람이 그녀의 옷자락을 스쳐 지나갔다. 소매 사이로 드러난 팔에는 퍼니싱에 침식된 흔적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