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한 편의 연극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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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 엔딩 크레딧

"승격자"가 된 이상 너의 힘은 날 위해서만 써야 해.

누구 맘대로?

내가 널 창조하고 네게 "새로운 생명"을 줬으니까.

지금까지 그런 건 신경 쓰지도 않았잖아.

생각을 바꿨어. 어차피 너도 너의 '목적'을 찾지 못했잖아?

……그러든가.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반드시 이곳을 떠날 거야. 심지어 그쪽의 적이 될 수도 있어. 그래도 상관없나?

마음대로 해. 난 내 계획대로 움직일 거야. 짓밟을 벌레가 하나 늘어나는 것쯤 신경 안 써.

하하, 정말——제멋대로인 아가씨네.

자기도 모르게 감탄이 터져 나왔고, 롤랑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그는 일어서서 루나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한 손으로 주먹을 꽉 쥐어 자기 가슴에 누르고 엄숙하게 말했다. 그것은 마치 수많은 연기를 해온 익살스러운 기사 같았다.

그럼 ‘목적’을 찾기 전까지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루나 아가씨.

선서를 마친 후 롤랑은 오랫동안 일어서지 않았다.

롤랑의 갑작스러운 선서를 본 루나의 표정은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을 정도로 침착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 그럼 바로 움직이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긍정도 없었고 부정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자리에서 떠났다. 롤랑도 말없이 일어서서 그녀의 뒤를 따랐다.

좋은 연기였어, 롤랑. 역시 너야. 대단한 연기력이야!

결국 그를 인정한 건 롤랑이 방금 섰있던 곳에서 들려오는 여린 목소리였다. 롤랑은 땋은 머리의 롤랑이 자신의 등 뒤에서 손을 흔들고 외치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박수 소리는 우렁차고 휘파람 소리는 날카로웠다. 이건 무대 위에 서 있는 배우에게 주는 최고의 상이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이 박수와 휘파람 소리는 오히려 귀에 거슬렸다.

연기? 아마도. 어쨌든 나는 평생 연기만 해왔으니까.

삼류 기사, 어설픈 경찰 보조 심지어 구조체 전사까지 연기해 봤지. 그냥 연기하면서 버텨왔어.

뭐 다른 장점도 없고 욕심도 없으니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는 게 무슨 상관있겠어?

난 심지어 살고 싶지도 않아……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내 마음이 아프지. 롤랑.

더 이상 살기 싫었다면 애초에 단지에서 진실을 알았을 때부터 그 산더미 같은 기계들과 함께 매장되는 쪽을 선택했겠지. 안 그래?

……

하지만 넌 살아남는 쪽을 택했어.

왜? 누군가는 너와 너의 이름 그리고 너의 모든 경험을 기억하고 있어.

그건 누군가가 광대의 좋은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야. 광대는 살고 싶어해…… 그는 무조건 살아야 해!

……그런가?

그래, 맞아. 넌 살고 싶어 해! 네가 죽고 싶었다면 단지에서부터 아니면 구조체가 된 후에도 죽을 수 있는 기회는 수없이 많았어.

혼자서 침식체에 맞섰던 그때, 코어마저 으스러질 뻔했던 그때, 멤버들에게 속아 미끼로 삼아졌던 그때……

심지어 방금 그 초대형 침식체에 뭉개졌을 때 넌 이미 죽을 각오를 했어.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 하고 마음을 내려놨지만.

——결국 마지막 힘을 다해 살아남았어.

롤랑, 시나리오를 단 몇 초만 보고서 모든 장면을 외우는 전문 배우인 네가 어떻게 답을 모를 수가 있는 거야?

너 살고 싶잖아. 살고 싶으면 소원을 쫓아!

그냥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너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고 싶잖아. 오직 너만을 위한, 기사도 목숨을 바칠 수 있을 만한 ‘소원’——누구도 가볍게 줄 수 없는, 너를 살아가게 해 줄 진정한 소원말이야!

잔혹하고, 위험하고, 세상을 뒤덮을 만한 소원이라도 다 좋아. 너를 살아가게만 한다면 다 괜찮아!

넌…… 살아야 할 이유를 원하니까!

말이 빠르면서도 지루하지 않아 마치 무슨 광고 대사를 읽는 것 같았다. 그러나 말투는 진실했고 목소리는 쉬고 약했지만 어떤 거짓도 없었다.

롤랑은 심지어 뒤를 돌아보면 땋은 머리의 롤랑이 모닥불 옆에 가슴을 펴고 서서 손을 들고 있는 멋진 모습까지 볼 수 있을까 하는 상상도 했다.

——연기를 하는 것 같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롤랑

……정말 멋진 연설이었어. 내가 연기한 왜소증 정치가보다 훌륭해. 나 너에게 완전히 설득당했어.

롤랑

설득되었으니, 이제 내가 정정하도록 할게.

나는 살고 싶어. 그 순간만큼은 그냥 살고 싶었어. 아무 이유가 없어도 살고 싶어.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볼게.

극단에서 놀림당하고 조종당하던 광대 같은 ‘소망’이 아닌, 구조체가 되어 병사나 배우로서 매일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도 아닌.

오직 나만을, ‘롤랑’만을 위한 이유.

롤랑은 주먹을 불끈 쥔 채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 어린 롤랑의 목소리도 점점 멀어져 갔다.

롤랑

승격 네트워크, 승격자, 낙원…… 모두 새롭고 미지의 개념이야.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어. 하지만 흙투성이에 밟힌 신념을 지키는 것보다는 나아.

어차피 기대할 것도 별로 없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게 낫겠지.

……내가 그녀의 소원을 끝까지 이룰 수 있게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