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영웅의 이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영웅과 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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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르베로스 소대의 휴게실 문이 열리자 하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문 앞에 서 있던 베라는 참지 못하고 기침을 하기 시작했고, 미간을 찌푸린 채 먼지에 더럽혀진 옷을 쳐다보며 흘러나오는 연기를 걷어냈다.

녹티스, 대장이 돌아오면 넌 끝장나는 거야.

윽... 윽... 으윽!!!

연기 때문에 상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베라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아직 살아있으면 해명부터 해. 너희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거야?

흰색 연기 속에서 순백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아담해진 베라는 흰색 연기를 털어내려 애썼는데 그 모습은 마치 작은 동물과도 같았다.

대장에게 보고. 녹티스가 휴게실에서 위험한 폭발물을 제조하려 했지만 21호와 꼬마가 힘을 합쳐 제압했어.

붉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가 연기 속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걸어 나왔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는 소형 로봇이 딱 달라붙어 있었는데 마치 방독면처럼 보였다.

윽! 윽!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녹티스는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녹티스는 격렬하게 움직이는 소형 로봇, 아니, 정확히는 "보조 기계"를 얼굴에서 떼어낸 뒤에야 제대로 말을 할 수 있었다.

21호 너 이 녀석! 네가 옆에서 말썽을 부려서 약병들이 전부 폭발한 거 아니야!

21호가 옆에서 경고를 날렸지만 녹티스는 그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녹티스는 또다시 그를 향해 달려든 보조 기계와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흥,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는데 소란은 피우지 마... 여긴 이런저런 규칙이 많은 곳이니까.

각자의 이유로 모인 세 사람은 현재 공중 정원 케르베로스 소대에 소속된 상태였다. 비록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소대였지만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상당히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베라는 어지럽게 배치된 의자와 책상을 차버린 후, 자신의 사물함을 열어 숙련된 손길로 무기와 장비를 정비했다.

대장, 임무 수행하러 가는 거야?

너희들과 상관없는 일이야. 이번에 호출 받은 건 나 하나뿐이니까.

21호는 망설이다 막연한 눈빛으로 베라를 바라보았다. 최근 베라는 가끔씩 혼자 임무를 수행하곤 했고 그 어떤 파일에서도 임무의 결과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내가... 아니, 녹티스가 발목을 잡은 거야?

어휴, 너랑 이 멍청한 로봇이 데리고 다니기에는 너무 약해 빠져서 그러는 거 아니야!

녹티스는 상대를 도발하듯 소리를 지르며 그를 향해 달려오는 보조 기계를 피하려 했으나 2초도 지나지 않아 뒤통수를 잡히고 말았다.

이 녀석이 정말! 이번에야말로 널 터트려 버리겠어!

꼬마야... 지면 안 돼!

두 사람이 다시 투닥거리기 전, 베라는 조용히 케르베로스 소대의 휴게실을 나섰다. 하지만 그녀는 멀리 가지 않고 그저 휴게실 문 옆에 가만히 선 채 두 눈을 감았고, 이 정도 다툼은 일상이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손에 차가운 칼자루가 닿는 순간 베라는 천천히 두 눈을 떴다. 그녀의 눈빛은 다시 날카로워졌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전부터 정해져 있었어...

니콜라 사무실에 들어온 베라는 안에 니콜라 말고 다른 구조체가 있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짧게 혀를 찬 뒤 사무실을 다시 나서려 했다.

어딜 가는 거지? 돌아오게. 곧 임무 집합 시간이야.

니콜라 직속 케르베로스 소대의 작전 임무는 보통 기밀사항이었고 니콜라와 케르베로스 소대를 제외한 다른 소대 멤버들의 지원이 필요한 일은 거의 없었다. 따로 베라가 수행하는 파견 "임무"도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 되는 사항이었다.

하, 진심이야?

베라는 다른 구조체를 힐끔 바라보았다. 그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얼굴이었다. 하지만 니콜라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그쪽이 베라겠군요. 전...

베라는 낯선 구조체가 내민 손을 깔끔하게 무시한 뒤 남은 의자에 털썩 앉았다. 구조체는 어색하게 내민 손을 거두었다.

그래... 어차피 모든 책임은 네가 지는 거니까.

그건 자네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네... 간단히 소개하지. 이쪽은 로이드, 이번 임무는 로이드와 함께 수행하게 될 거야.

이 사람은... 뉘집 도련님인가?

베라는 미간을 찌푸린 채 옆에 있는 로이드를 바라보았다. 화려한 외모에 단정한 옷차림은 더럽고 혼란스러운 전장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전에도 말했잖아... 난 조수 같은 건 필요 없다고, 나 혼자서도 충분해.

자네와 상의하려고 부른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하게. 임무를 받아들이는 거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어.

그리고 전 도련님이 아닙니다. 베라 씨처럼 공중 정원의 병사입니다.

수행하는 "임무" 때문에 그녀는 기록 파일이 있는 모든 구조체 병사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지만 이 병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로이드"라는 이름은 꽤 귀에 익었다.

로이드... 로이...

공중 정원 병사들 사이에서 "로이드"라고 불리는 구조체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병사지만 강력한 실력으로 수많은 공적을 세웠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가 아무리 위험하고 절박한 상황에서도 "의식 회수" 스킬을 통해 살아남았고, 계속해서 지구를 되찾기 위한 최전선에 참전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구조체들은 그를 공중 정원의 영웅——"불사신 로이"라고 불렀다.

이 사람이 누군지 대충 알고 있는 것 같으니 더 이상의 소개는 필요 없겠군.

지금까지 베라는 그런 소문들이 모두 허무맹랑한 낭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전설의 주인공이 지금 바로 그녀의 옆에 있다.

불사의 "영웅"과 "사신"이라… 재밌네.

베라 씨?

소문으로 듣던 것보다 훨씬 더 멍청하네.

로이드가 무슨 뜻인지 제대로 묻기도 전에 베라는 바로 무기를 들었다.

됐어. 가자고, "영웅"님. 임무의 상세 정보는 니콜라가 우리 단말기로 전송할 테니까.

로이드는 니콜라를 힐끗 바라보았다—— 니콜라는 베라의 태도가 상당히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지만 결국 베라를 따라가라는 뜻으로 로이드를 향해 손을 저었다.

로이드와 베라가 떠난 뒤에야 니콜라는 시선을 스크린으로 돌렸다. 그 위에는 전 세계의 전술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로이드, 그는 반드시 계속 "영웅"이어야만 하네.

지도는 실시간으로 지구 각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집행 부대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다. 구조체 병사들의 전사 및 실종수가 끊임없이 증가했다. 이름도 없이 간단한 코드와 실종, 사망 시간만 적힌 데이터가 바로 죽은 이가 남긴 모든 정보였다.

어떤 방식이든,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