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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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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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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연구소를 떠난다면……21호는 무엇을 하고 싶어?

무엇을 하고 싶냐고? 몰라.

하아, 너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없어?

나는 그냥 이야기책도 많이 보고 싶고……아, 다른 옷도 입고 싶고! 바다도 가고 싶고! 꽃밭에도 누워보고 싶어. 나는……

눈앞의 여자아이는 재잘재잘 거리며 손가락을 접어 자신의 소원을 헤아리기 시작했다.

21호는 스토리 책을 읽은 적도 없었고, 다른 옷을 입은 적도 없었다. "바다"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꽃을 본 적도 없었다.

여기를 나와서……무엇을 하고 싶냐고……?

21호는 열심히 생각해 봤지만, 자신의 임무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뭔가 기대하는 게 있다면 연구소 외에 다른 것을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마 색깔 또는 냄새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20호의 눈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 눈에 비치고 있는 자신은 무표정이었다.

테스트……

응? 뭐라고?

……테스트 임무 완료.

응?

모든 테스트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야.

그건 너무 재미없어! 왜 다른 실험체와 같은 거야. 임무를 수행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머리에 든 게 없어.

21호는 눈을 내려다봤다. 그녀는 20호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20호의 눈에 반짝이는 불빛이 어디서 왔는지 왜 20호가 그녀와 그렇게 다른지도 몰랐다.

그녀는 자신의 손을 보았다. 손등은 장기간의 주사로 인해 멍들었고 의료용 테이프가 부착돼 있었다. 그녀는 연구소를 떠나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그녀에겐 답이 없기 때문이었다. "무엇을 해야 한다"라는 이 일을 다른 사람들이 그녀에게 말할 것이었다. 그녀는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됐다.

하지만 기대 안 해도 넌 조만간 여길 떠날 거야.

곧 내 개조 날짜가 다가와——비록 네가 아무것도 모르지만 너와 헤어진다고 하니 좀 아쉬워.

이 참에 너도 나가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잘 생각해 봐!

응……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베라의 목소리는 21호의 회상을 중단시켰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베라는 훈련실 문 앞에 서서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시곗바늘이 6시를 가리키면 21호는 눈을 뜨고 임무를 수행해.

하? 6시?

베라는 훈련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지금은 오전 10시. 21호는 이곳에서 몇 시간 동안 앉아 있었다.

다음에 네가 만약 일찍 온다면 스스로 먼저 훈련을 시작해.

응, 알겠어.

그리고 내가 한 번 한 말은 확실히 기억해.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고.

알았어.

그럼 시작해 볼까. 몸풀기부터 하자. 이걸 써.

베라는 작은 의식의 바다 신호 시뮬레이터를 던졌고, 21호는 이를 받아 베라의 모습을 따라 관자놀이에 그 작은 쇳조각을 붙였다.

시뮬레이션 전투 HEX-022 재생.

시스템 음성

알겠습니다. 맵 로딩을 시작합니다.

사방의 경치가 변하기 시작하면서 땅에는 잡초와 암석이 생성됐고, 하늘에는 태양이 생겨났고 무더운 바람이 불어왔다.

이곳은 어디야?

긴장하지 마. 그저 시뮬레이션 장면일 뿐이야. 아직 긴장할 때가 아니야……

21호는 코를 찡그렸다. 그녀는 공기 중에서 건조하고 뜨거운 냄새 그리고 다른 낯선 냄새를 맡았다. 그녀는 온몸이 신기한 물건들로 인해 흥분하기 시작했다.

먼저 두 가지를 확실히 할게. 첫째, 전투에서 내 지휘를 들어야 한다. 둘째……

21호 몸 뒤쪽에 있는 암석에서 미세한 소리가 났다. 21호가 몸을 돌리자 로봇 하나가 튀어나왔다.

끼익——

그 로봇이 21호에게 1mm 가까이 접근하기 전에 광선포는 그를 산산조각 냈다.

베라는 손에 들고 있던 칼을 뽑았다. 격렬한 충돌 소리가 나더니 다른 로봇도 쓰러졌다.

내가 싸우는 걸 방해하지 마.

베라는 로봇 뒤통수에 꽂힌 칼을 뽑아들고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 붉게 상기된 그녀의 두 눈은 먼 곳에 걸린 태양보다 더 눈부시게 빛났다. 화염 속에서 걸어 나오는 신명처럼 새빨갛다.

그 빨간색이 21호의 눈을 찔렀다. 그녀는 심장이 다시 뛰는 것을 느꼈고 그녀의 의식의 바다 깊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외치는 목소리를 들었다.

……21호, 알겠어.

21호는 확실히 전장에서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광기와 맹렬함은 투수장의 맹수와 같았다.

베라가 이전에 본 그 멍청한 신병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보조 기계와 21호 전투에서의 협동은 베라가 쿠로노에서 본 어떤 팀원보다도 훨씬 뛰어났으며, 그 바보 같은 로봇은 21호의 또 다른 분신이었다.

이와 함께 베라는 훈련이 진행될수록 21호가 안고 있는 여러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방어"가 어떤 것인지, 어떻게 다른 사람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지, 그녀는 전혀 알지 못했다.

전투태세에 들어가면 족쇄가 없는 미친개처럼 어떤 명령도 듣지 않고, 스스로 전투를 멈출 수 없어, 침식체가 모두 제거될 때까지 눈에 보이는 건 서로를 죽이는 일 밖에 없었다.

그녀의 전투 모듈에는 오직 하나의 명령만이 있는 것 같다: 모두 죽여라.

그만……21호, 멈춰!

씨이——

21호의 눈동자가 작아지면서 가장 가까운 침식체를 향해 돌진하자 보조 기계는 역장파를 시전하여 그 침식체를 속박했고, 뒤따라 그녀 옆에 떠 있는 광선포가 빛줄기를 뿜어내어 침식체를 폭발시켰다.

……아주 좋아.

베라는 시뮬레이션 전투를 끝내려 하지 않았고, 그녀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바로 이 통제 불능의 야수를 저지하는 것이었다.

베라는 그녀를 덮치려 했던 침식체를 베어버렸고, 21호에게 접근하려 했다.

21호는 동물 같이 위협하는 소리를 냈고, 다른 사람의 접근을 감지한 뒤 베라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베라는 광선포의 일격을 칼 몸으로 막아내고 몸을 뒤로 젖혀 보조 기계의 뒤따르던 일격을 피했다. 보조 기계가 그녀와 스치는 순간 그녀는 칼을 온 힘을 다해 던졌고, 날아간 칼은 보조 기계의 기계 팔을 뚫어 땅에 단단히 고정시켰다.

베라는 굴러다니며서 광선포를 넘어 그의 동선 위 빛의 기둥을 뚫고 21호 옆으로 오는 데 성공했다.

21호는 근접 맨손 전투에 서투르지만 베라의 이것이 강점이다.

베라는 등 뒤에서 21호의 목을 조르고 다른 한 손은 21호의 손을 묶어 등 뒤로 비틀어 무릎으로 21호의 뒷다리를 가격했다.

21호는 무릎을 꿇고 베라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미친 듯이 몸을 비틀었고, 나지막한 위협 소리가 계속해서 그녀의 목구멍에서 흘러나왔다.

베라는 그녀를 단단히 묶었고 그녀 귓가에 붙었다.

21호, 정신 차려!

나는 악마야, 너를 책임지고 지옥에 데려가는.

익숙한 목소리, 익숙한 냄새, 익숙한 촉감.

스쳐 지나간 기억이 21호를 깨웠고, 그녀는 점차 전투 상태에서 벗어나 발버둥 치는 것을 멈추었다.

시뮬레이션 전투 정지.

시스템 음성

시뮬레이션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주변 경치가 빠르게 바뀌면서 훈련실은 텅 빈 모습으로 돌아갔고, 방 안에는 두 구조체의 숨소리만 들렸다.

베라는 21호를 속박한 손을 풀었고, 21호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정신 차렸어?

베라는 옆에 있던 무기를 꺼냈고, 보조 기계는 그녀의 동작에 의해 움찔했으며, 한 줄기 검은 연기가 기체에서 올라왔다.

……

……응.

내가 뭐라고 했어? 전투에서 내 명령을 들어야지.

……

21호, 컨트롤 할 수 없어.

지금부터 제어하는 법을 배워.

21호, 못하겠어.

내가 못하는 일은 없어.

베라가 칼을 휘두르자 칼날이 공기를 뚫고 날카로운 바람소리를 냈다. 그는 21호를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표정으로 21호를 내려다봤다.

일어나. 계속하자.

그녀의 말투는……정말 모든 게 가능할 것만 같았다. 왠지 21호는 자기도 모르게 눈앞에 있는 구조체의 말을 믿고 싶어졌다. 그녀의 제멋대로인 색깔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의 눈에 있는 빛 때문일까?

……21호, 알겠어.

21호도 일어섰다. 넘치는 가벼운 힘이 그녀의 몸에 가득 찼다.

이것이 바로 눈앞의 구조체가 말한 "욕망"인가?

만약 이게 맞는다면—— 그러면 이것이 21호가 하고 싶은 일이다.

잘 봐. 이게 방어야.

베라는 한발 물러서 침식체의 공격을 칼 몸으로 막았다.

왜 방어를 해야 돼?

그냥 죽이면 돼.

……

가로막힌 침식체가 울부짖자 다른 침식체가 공격 신호를 받은 것처럼 달려들었다.

베라는 칼을 아래로 향해 베었다. 받혀주는 힘을 잃었기 때문에 가로막힌 침식체는 그녀를 향해 넘어졌고, 베라는 손목을 뒤집어 첫 번째 침식체의 몸통과 뒤에 있는 침식체의 머리를 정확하게 찔렀다.

물론 더 효율적으로 더 많은 침식체를 죽이기 위해서다.

침식체는 사고력이 없지만 우리는 있어. 뇌 없는 미친개 같은 침식체와 자신을 같은 급으로 생각하지 마.

전투는 생각이 필요해.

21호, 기억할게.

내가 수비라고 했을 때!

21호, 후퇴!

21호는 굴러서 베라에게 다가갔고 두 구조체는 등을 바짝 붙였다.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침식체들은 끊임없이 다가왔다. 그녀들은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하면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고……반면 흥분과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이제, 살육을 시작하자.

21호의 고함소리와 함께 보조 기계가 먼저 뛰어나가면서 역장파를 시전하여 가장 가까운 침식체를 속박시키고 베라의 날카로운 칼이 그들의 전자두뇌를 베어버렸다.

폭발은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시작돼서 퍼져나갔고, 불꽃놀이처럼 눈부시게 빛났다.

후방에 적이 더 많아.

진입할 입구를 찾고 돌파해. 너는 왼쪽 나는 오른쪽으로, 누가 먼저 이 길의 종점까지 가는지 보자.

응.

시곗바늘이 6시를 가리켰고, 새하얀 침대에서 눈이 떠졌다.

21호는 베라 옆으로 방을 옮겼고, 이 방의 이불은 하얀색이다.

시곗바늘이 7시를 가리켰고, 기체 점검과 일상 정비를 마친 21호는 베라가 준 이동 단말기를 켰다. 그녀는 이 기계를 사용하는데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 위에 간단한 것을 기록하는 법을 배웠다.

"기체 점검, 정비" 완료. 다음 항목 "공격 방식".

21호는 방 한가운데 서서 벽을 향해 연습하고 있다.

……조심했지만 유리 한 짝을 깨뜨렸다.

시곗바늘이 8시를 가리켰고, 휴게실 테이블에 앉은 21호는 차 한 잔을 들고 호호 불며 마셨다.

……

왜 이걸 마시는 거야?

왜냐면 당신이 마시고 있잖아.

옆자리에 앉은 베라는 그녀를 한대 치고 싶은 충동을 참으며, 손에 든 찻잔을 과격하게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어떻게 싸우는지만 배우면 충분해. 모든 걸 나랑 연관짓지마!

……응.

21호는 대답하면서 한 모금 더 마셨다.

시곗바늘이 9시를 가리켰고, 21호는 훈련실 입구에 서서 고개를 돌려 그녀의 뒤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적색 구조체를 바라봤다.

난 이미 너 때문에 잠자는 시간 1시간을 낭비했어. 다시 그렇게 쳐다보면 베어버릴 거야.

전투 훈련이 곧 시작 돼.

너 지금 감히 나를 재촉하는 거야?

……

오늘의 훈련을 통해서, 언제든 싸움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야 해. 만약 못 하면 그냥 폐기 처분할 거야.

21호, 알겠어.

시곗바늘이 6시를 가르키고, 훈련을 마친 뒤 베라와 나란히 로비를 걷는데 두 구조체가 앞을 가로막았다.

이젠 네 껌딱지가 생겼구나. 참 좋겠어. 베라.

꺼져.

동료를 잃었을 때 과연 눈물을 흘릴지……

베라는 칼을 뽑았고, 21호도 으르렁거리며 위협했다. 어느새 반대편 구조체 뒤로 돌았던 보조 기계는 한 구조체의 머리 위로 뛰어올랐고 로봇팔이 구조체의 머리를 단단히 감쌌다.

으아아아아아아—— 뭐, 뭐야! 앞이 안 보여!

이, 이게 뭐야!!

어이, 어이! 그쪽에 구조체. 지금 뭐 하는 거야!

하.

베라는 칼을 허리에 다시 꽂았다.

보조 기계도 구조체의 머리에서 내려와 21호 곁으로 돌아왔다.

21호는 이들을 한 번 쳐다봤다. 서늘한 눈빛에 구조체들은 몸이 떨렸다.

너, 너희들은 모두 괴물이야... 가자.

베라는 허겁지겁 도망가는 구조체의 뒷모습을 경멸하듯 쳐다봤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뜨겁게 빛나는 것 같았다.

……

이 참에 너도 나가서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잘 생각해 봐!

21호는 고개를 숙였고, 보조 기계는 그녀의 발 밑으로 살며시 다가가 비벼댔다.

전에 없던 느낌이 그녀를 사로잡았다.

……이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

21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지금 그녀의 생명에 더 많은 색깔이 나타났다.

또 멍 때리고 있어? 최종 검사를 놓치면 나야말로 고맙지.

베라가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갈게.

21호는 대답하면서 베라를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