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 심장을 당겨 흡입기로 순환액을 빨아들인 다음, 부분 감각 신호를 끊어버리고 다시 신호를 외부 단말기로 전송한다.
알겠습니다.
조수들은 반즈의 말에 따라 차근차근 침대 위 구조체의 점검을 준비했고, 방진복으로 갈아입은 반즈는 점검실 중간에 서 있었다. 이때 조수 한 명이 다가왔다.
반즈 선생님, 구조체 한 명이 13호 점검실로 이송됐습니다.
데이터 투영 연결.
반즈는 13호 점검실의 구조체 스캔 결과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조수에게 말했다.
하강 순환 보조 시스템 손상, 13호 점검실의 원격 정비 세트를 가동해 줘.
어, 하지만 이건 정신적으로 큰 소모가 있을 텐데요.
조수가 말렸음에도 불구하고 반즈는 세트 단말기의 연결선을 머리로 연결했다.
연결 테스트.
13호 점검실의 광경이 세트 단말기에 나타났다. 여러 개의 기계 팔이 반즈의 제어로 차례로 정비공구를 들고 구조체의 손상 부위를 확인했고, 기계 팔의 자판에는 각종 수치가 나타났다.
문제없으니, 동시에 시작하지.
점검 종료, 마지막 모듈의 조합은 자네한테 맡기도록 하지.
반즈는 점검 공구를 옆으로 밀어놓았다. 단말기 투영 중인 기계 팔도 서서히 내려가면서 13호 점검실의 작업을 마쳤다.
네.
말이 끝나자 조수는 앞으로 다가가 점검 공구를 들었다. 반즈는 뒤로 기지개를 켜고 조수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나 뒤로 가던 반즈는 갑자기 비틀거렸고, 그의 눈에는 점검실의 모습이 멀어지며 꿈만 같았다. 왼쪽으로 손을 뻗고, 손가락 사이로 전해오는 벽의 촉감에 반즈는 그제서야 실감하고 넘어지기 전에 몸을 가누었다.
선생님!
반즈는 벽을 짚고 심호흡하며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알약을 꺼내 입으로 넣었다.
음... 괜찮아.
선생님이 점검할 때는 평소보다 훨씬 진지한 것 같아요.
어... 큰 차이를 느끼진 못하겠는데.
구조체와 인간은 모두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그 고통에서 일찍 벗어나게 해주는게 의사의 책임 아닙니까?
감각 모듈을 끄거나 의식 회수를 하고 기체가 수리되면 다시 되돌리면 되잖아요?
너무 고통스러워서 참을 수 없을 때만 그런 제안을 하지.
그리고 기체를 새로 만드는 건, 점검보다 훨씬 복잡해... 그러니 우리라는 존재가 있는 거고.
그나저나 반즈 선생님은 자주 의식 전송을 통해서 조정 중인 구조체를 위로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음... 그들이 전장으로 복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우리의 책임이지.
아, 네. 의사 선생님들은 이런 얘기만 꺼내면 말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렇군요. 하지만 이런 얘기는 역시 이해하기가 힘드네요. 그냥 기체일 뿐이잖아요?
맞아요.
음...
그건 말할 것도 없고, 선생님, 구조체의 후속 조정을 진행할 시간이죠?
아... 그런 것 같은데. 그럼 난 먼저 갈게.
반즈는 말을 하면서 방진복을 점검실 옷장에 걸어놓고 몸을 돌려 밖으로 향했다.
거짓말은 인간의 사교에서 제일 흔한 거다.
거짓말은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사람에게 따라오고, 인간이 구축한 사회적 네트워크의 모든 존재가 성장하면서 접하게 되는 것이다.
선의의 거짓말이든, 악의의 거짓말이든... 모두 현실에 대한 이중의 수식이다.
거짓말을 넘어 진짜 현실을 보는 순간부터 어느 한 가닥의 현이 조이기 시작하거나 끊어져버린다.
그러나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한마디가 거짓말의 벽을 넘어서면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도 있다.
교수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소식이 가져온 혼란으로 인해, 반즈는 자신이 언제 이 사무실로 불려왔는지, 언제 교수와 이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제자리에 멍하니 있던 반즈는 침을 삼키고 놀라움을 억누르며 할 말을 쥐어짜 냈다.
교수님, 방금 그 말씀은...
그래, 모두를 구하는 생명의 별 앞에서 생명의 무게는 똑같지 않아.
우리가 군부와 과학 이사회의 추진으로 만든 구조체 점검실은 거짓으로 뒤덮인 도살장이지.
그럼 의식 회수는...
모두가 알고 있는 의식 회수에 성공하여 전장으로 복귀한 구조체는 군부의 의도적인 격려 차원인 특례에 불과해.
그 본질은 의식 회수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구조체의 의식을 박리해내고 그를 통해 시간차를 조절해 의식 회수가 정말로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구조체도 영원한 기계가 아니란 말이지. 그들의 사망도 똑같이 이 세상과 작별하는 거지.
그나저나 반즈 선생님은 자주 의식 회수로 구조체를 위로 조정한다고 들었어요.
그만...
이게 다 거짓이었다면, 내가 지금까지 했던 일은...
……
의식 수술은 정밀기기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기체의 교체 작업과는 달라.
전장에서 의식 수술을 하고 의식의 바다를 기체에서 박리해야 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고 복잡한 기술이지. 심지어 기억 데이터의 분실을 초래할 수도 있어.
그리고 의식 회수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죽음이 임박했을 때, 버튼 하나로 의식의 바다가 조금 이탈하는 대가를 치러, 구조체의 의식을 안전하게 공중 정원으로 전송하는 거지.
이렇게 아주 쉽게 의식 수술과 같은 효과를 실현할 수 있다면, 왜 인간은 아직도 의식의 바다의 비밀 탐구에 전력을 다해 의식 수술을 성공률을 높이려는 걸까?
의식 회수는... 처음부터 구조체를 속이기 위한 트릭일 뿐이었다.
그만.
우리의 권한이 부족해서 고위층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니... 과학 이사회, 군부, 의회 고위층은... 그들에게는 분명 공개하지 않은 방법이 있을 거야... 의식 회수가 가능하게 하는...
이 데이터를 보도록 하지.
이건...
의식 회수를 한 구조체 리스트야. 가동 후의 짧은 데이터 동향도 기록되어 있지.
이럴 수가... 모든 의식이...
맞아. 모두 헛수고로 돌아갔어. 마치 컴퓨터의 끄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아무것도 감지할 수 없게끔.
그들은 자신의 의식이 해방되어 언젠가는 누군가가 시작 버튼을 누를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그러나 진실은 그들의 의식은 현실을 벗어난 적 없이, 잠이 든 본체와 함께 전쟁으로 산산조각이 난다는 거야.
구조체와 인간은 모두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그 고통에서 일찍 벗어나게 해주는게 의사의 책임 아닙니까?
이건 진짜가 아닐 거야.
교수님, 제발... 그냥 장난이라고 해 주세요. 아니면 저...
……
거짓말이라면 왜 저한테 알려주시는 거예요?
구조체들한테 진실을 알릴지도 모르잖아요.
과연 그럴까?
전...
넌 안 그럴 거야.
그만.
거짓말로 희망을 품은 채 전쟁터에 나가게 할 것인가, 아니면 진실을 알려 참혹한 현실에 맞서 괴로워하며 파멸시킬 것인가?
네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구조체를 살릴 때의 표정에서부터 답을 알게 되었지.
과거에 내가 했던 선택처럼 말이야...
제발... 그만...
...이렇게 무거운 신뢰에, 나는 어떻게 답하면 좋을까...
정말 이기적이네요.
이기적이라... 그럴지도...
나도 더는 혼자 버틸 수 없어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을지도 모르지.
참혹한 현실은 개개인으로 바뀌지 않는다. 너무 많은 것들이 과학실을 어쩔 수 없이 거짓에 타협하게 만들었어. 이게 바로 나약한 나의 원죄겠지.
제발 그만.
끓어오르는 감정에 두 손을 움켜쥐고 피가 손바닥에서 흘러나오는 따스한 감촉을 느꼈다.
묻고 싶고, 따지고 싶고,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이 밀려왔다.
두 손을 천천히 들어 무언가를 하고 싶었으나 고개를 들어보니 교수의 슬픔과 초췌함으로 가득한 얼굴이 보였다.
생명의 별을 이끌던 교수도 어느새 이렇게 나이가 들었다.
두 손을 결국 가슴 앞으로 모았다.
……
이건 구조체를 계속 속일 핑계가 아니에요.
진실을 알려준 건 너를 압박하는 게 아니라... 나와는 다른 답을 찾길 바라는 거야.
전... 절대로 당신처럼 의사의 이름을 걸고 거짓말을 하진 않을 겁니다.
반즈는 생명의 별 명패를 힘껏 뜯어 교수의 책상에다 던졌다. 그리고는 교수의 시선을 피하고 숨 막힌 이곳을 서둘러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