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무르만스크 항구 교외의 숲은 눈이 막 그쳤다. 나무 위에 무겁게 쌓인 눈은 곧 떨어질 듯해도 떨어지지 않는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크엉...
덤불 속에서 갑자기 어린 순록이 비틀거리며 나와 나무 옆에 쿵 하고 쓰러졌다.
주변의 나무에 쌓인 눈이 마치 눈사태처럼 한 번에 쏟아져 내렸다. 순록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와 비교되어 유난히 더 하얘 보였다.
등에 엽총을 멘 노인이 덤불에서 걸어 나와 어깨에 쌓인 눈을 털며 웅크려 앉아 쓰러진 순록을 지켜보고 있었다.
로제타!
덤불이 흔들리면서 한 소녀가 걸어 나왔다. 노인이 부른 "로제타"가 바로 그녀인 것 같았다.
푸브 할아버지?
이 녀석을 너에게 맡기마. 숲에서 혼자 살아남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순록은 아직도 발버둥 치고 있었다. 거친 호흡에 엽총에 당한 상처때문에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후으, 후으...
로제타는 칼을 든 채 다가갔고, 순록의 공포와 절망으로 가득 찬 눈빛에 그녀는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녀가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떨리는 칼끝을 가다듬으며 순록의 목을 향해 겨누었다.
로제타가 칼을 찔러넣으려는 순간, 푸브는 조용히 한숨을 내뱉었다.
로제타... 기도는?
죄송해요. 할아버지. 잊고 있었어요...
로제타는 황급히 칼을 내려놓은 후 두 눈을 감고 기도했다.
로제타, 잊으면 안된다... 언제 어디서든 자연의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무시무시한 재난은 언제나 인간의 오만으로부터 생겨난다. 알겠느냐?
로제타가 다시 눈을 뜨자 순록은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고 무서운 두 눈도 감겨있었다.
숨을 돌린 그녀는 숙련된 솜씨로 아직 뜨거운 열기를 뿜는 순록의 가죽과 고기를 발라냈다.
아, 할아버지, 오늘 수산업 협회의 사람이 찾아왔어요. 아마...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느냐! 외부인과 대화를 해서도 안 되고, 만나서도 안 된다! 넌...
푸브의 갑작스러운 고함에 로제타는 깜짝 놀랐다.
절 보지는 못했어요... 전... 멀리서 그가 방을 둘러보는 모습만 봤어요. 도둑인 줄 알고...
푸브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최선을 다해 화를 가라앉혔다.
도둑이 나타났다고 해도 네가 걱정할 것은 없다. 알았느냐?
로제타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 협회의 사람은 아마 조사하러 온 걸 거다... 내일 항구에 갈 거니 넌 집 지키고 있어라. 절대 나가서는 안 된다.
네... 알겠어요, 할아버지.
돌아올 때는 시장이라도 들릴까 한다...
로제타의 궁금하다는 표정에 푸브의 얼굴이 풀어졌다.
겸사겸사 조각칼을 사다 줄게. 전부터 갖고 싶어 했지 않느냐?
저, 정말요?
푸브는 로제타가 어렸을 때 종종 나뭇조각을 조각해 시장에서 팔거나 로제타의 장난감으로 삼았다.
이 어린 손녀가 흥미를 갖게 될 줄은 몰랐다. 푸브는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곧 밤이 되니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돌아가자꾸나. 올해는 겨울이 빨리 오는구나... "조수"도 그러고.
푸브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생체공학 로봇 특유의 신호음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