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밀접한 관계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전야

>

살아남고 싶으면 모든 상황을 냉정하게 대응하고, 분노에 잠식되지 마라.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광활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두 명의 전사가 치열하게 대결하고 있었다.

양 측 모두 무기는 대검을 사용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검술은 거의 비슷하지만 나이가 더 든 쪽이 훨씬 더 노련해 보였다.

나이 든 쪽은 계속 소년에게 말을 걸면서 대검으로 찌른 뒤 다시 검을 거두는 페이크 동작을 보여주었다.

하체 공격을 하는 척하다가 또 검으로 강하게 내려찍기를 시전했다.

젠장, 스승님, 자꾸 전투 중에 대화로 제 생각을 방해하시잖아요. 너무 비겁하십니다!

난 가르치는 시간을 줄이려는 것뿐이야.. 이런 걸 일석이조라고 하지.

소년의 이름은 카무였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강한 소년이었다. 스승이라고 부르는 자의 이름은 모진, 쿠로노의 특별 경비원이었다.

쯧, 짜증나네!

카무는 손에 든 대검을 스승에게 던졌다. 그리고 평소대로 모진을 제압해 흠씬 때려주려고 했다.

그리고 내가 말했을 텐데. 전투 시에는 말하지 말라고. 주의가 산만해지니까.

하지만 모진은 가볍게 카무의 분노로 가득 찬 말을 받아쳤다. 그는 대검을 가볍게 휘둘러 카무의 무기를 밀어버리고 그대로 몸을 낮추었다.

젠장, 다시 안 돌아오잖아...

네가 진 거야.

대검의 칼자루가 카무의 배를 가격했다. 강렬한 고통이 밀려오자 카무는 몸을 웅크리더니 뒤로 몰러났다.

그러다 결국 길 위에 놓인 빈 깡통을 밟고 넘어져버렸다.

아파...

그러고 보니 나한테서 훈련을 받은지도 반 년 정도 됐지?

그냥 무시하는 겁니까? 부축해 줄만도 하잖아요?

내 제자로 있으려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생각하지 마라.

휴... 알겠어요.

그러자 카무는 바닥에서 폴짝 뛰어오르더니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구체적인 시간을 계산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스승님 왜 갑자기 이 일을 언급하시는 거죠? 설마 절 그 쿠로노 특별경비부대로 보내시려는 겁니까?

특별경비부대는 아무나 가는 곳이 아니지. 하지만 널 쿠로노로 보내려는 건 맞아.

정말요? 저 정말 쿠로노에서 일할 수 있는 겁니까?

침식체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바람에 우리의 땅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쿠로노 쪽에서도 경비원의 수를 더 늘일 거야.

경비원이라기 보다는 사병에 가깝죠.

네가 어떻게 이해하든 상관 없어. 어때? 이 블럭에서 굶어죽을 거야? 아니면 쿠로노의 병사가 될 거야?

그걸 지금 질문이라고 하세요? 전 쿠로노의 병사가 되어 스승님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거예요.

정말 뻔뻔하군. 하지만 만약... 아니지, 그건 불가능해.

스승님, 지금 저 무시하는 거예요?

그거야 누구도 모르지. 어쨌든 난 임무 때문에 이 도시를 떠날 거야. 내일 쿠로노로 가봐. 만약 운이 나쁘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운이 나쁘면요?

——

그렇게 카무는 다음 날 아침 쿠로노의 회사에 도착했다. 그를 제외하고 현장에는 그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소년들이 모여있었다.

오늘 여기에 모인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여러분들 중 일부는 저희가 외부에서 채용한 사람들이고 일부는 회사 직원의 추천을 받아 선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출신도 다르죠. 하지만 저희는 여러분들의 출신이 다르다고 하여 차별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니까요.

왜인지 그 말을 듣던 카무는 한기를 느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안내원이 말을 하는 가운데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 중 일부는 기본적인 측정기를 밀고 들어왔고 어떤 사람들은 손에 수술기구들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더 눈에 띄는 건 쿠로노의 로고가 찍힌 금속 케이스였다.

비록 몇 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카무를 비롯한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저것이 바로 혈청임을 알고 있었다.

도시의 여과구역 밖에서 돌아다닐 수 있으면서도 퍼니싱에 감염되지 않는 "신의 약"이었다.

쿠로노의 병사로 되는 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우리의 혈청을 맞고 하룻밤 동안 실내에서 경과를 관찰하면 되죠.

시민 A

그러면 끝인가요? 다른 테스트는 필요없나요?

육체적인 능력이라면 여러분들이 대문으로 들어올 때 기기를 통해 이미 측정이 끝났습니다. 불합격된 사람들은 저 문을 넘을 자격조차 없죠.

안내원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의 말은 현장에 모인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다. 모두들 자신이 선택받은 자라는 생각에 기뻐했다.

하지만 카무만은 이상하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왜 밤새 관찰해야 하는 거죠? 그 혈청은 퍼니싱에 저항하기 위한 물건 아닙니까?

카무는 혈청을 테스트하려면 실내에 있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야 하지 않냐고 말하고 싶었다.

이런 종류의 혈청은 특별한 공정을 거쳤습니다. 저희도 여러분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혈청에 적응하고 자신의 몸에 응용할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안전 보장일 뿐이니까요.

비록 의문점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지만 카무는 묻지 않았다. 그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별로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쿠로노에 들어오면 전사하지 않는 이상 그 외의 생활은 적어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이기도 했다.

질문시간이 끝난 뒤 설명자는 신중하게 방을 나갔다. 그리고 카무를 비롯한 사람들은 혈청을 맞고 경과를 지켜보기 위해 밀폐된 공간으로 옮겨졌다.

그 공간에는 그 어떤 기구도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심지어 조명도 없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카무는 어렴풋이 머리 위에 감시 장치가 있음을 느꼈다.

밤새 관찰 받아야 하는 건가... 지금 몇 시지?

무료한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 카무의 예상과 달리 주사 맞은 팔에 이상한 느낌이 몰려왔다.

뭔가 그의 근육과 혈관을 타고 온몸에 퍼졌다. 신경을 타고 느껴지는 고통에 카무는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다른 방에서 비명과 벽을 가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민 A

나가게 해줘!

시민 B

아파, 너무 아파!

시민 C

이게 뭐죠? 알레르기 반응인가요? 의사, 의사선생님 계신가요?

처음에는 몇 사람뿐이었으나 시간이 지나고 모든 사람들이 밖을 향해 구조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대답을 듣지 못했다. 고통을 느끼던 카무의 귀에는 어지러운 소음을 제외하고 감시 장치 렌즈가 확대되고 축소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무는 이 규칙적인 기계음으로 심리적 평화를 얻으려고 애썼다.

카무

윽... 젠장. 스승님, 이게 도대체...

하지만 그도 끝까지 버티지 못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던 카무도 곧 정신을 잃고 말았다.

——

몇 시간이 지났을까? 강렬한 빛과 알 수 없는 충격으로 인해 카무는 다시 깨어났다.

모니터 인원 A

카무, 상태 양호, 생존.

모니터 인원 B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는 이 자식이 마지막이지? 너무 적잖아.

눈앞의 사람이 누구인지,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그 무엇도 알 수 없었다.

그가 다시 정신을 잃기 전 단어 하나가 들려왔다.

모니터 인원 A

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