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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붉은 머리의 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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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그쪽은 어떻게 됐어?

겨우 임무를 완수하긴 했지만 회수하지 못한 물건들이 많아...

살아남은 것만 해도 다행이지 뭐...

이곳은 구조체들이 모여 이동을 대기하는 후방 전장이었다. 금방 전투를 치른 구조체와 전장으로 나가야 하는 구조체 모두 이곳에 모인다.

모두의 얼굴에는 긴장의 기색을 제외하고는 다른 표정을 느낄 수 없었다. 모두 끊이지 않는 전투의 압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혼자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붉은 머리의 여성은 유난히 더 눈에 띄었다.

……

저 사람이 사신 맞지?

붉은 머리의 사신... 그렇게 불리는 게 맞지?

난 사신이 아니야. 방금 전에 한 말 취소해.

사람들 앞에서 누군가의 별명을 대놓고 부르는 건 분명 실례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마주했을 때 못들은 척 지나치곤 하지만, 저 앞에 서 있는 붉은 머리 여성-베라는 바로 반박했다.

하? 난 사실을 말했을 뿐이야.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네 전적을 알고 있어. 매번 너만 살아서 돌아오는 거 이상하지 않아?

사신이라는 별명을 내뱉은 구조체 또한 베라의 강력한 대응에 물러서지 않고 바로 왜 베라가 사신으로 불리우는지 그 이유를 내세웠다.

비록 베라는 구조체로서 일한 경험이 별로 많지는 않았으나 5개의 팀에 참여했었다. 하지만 이 5개 팀은 모두 침식체로 인해 파괴되었고 매번 살아남은 건 베라 한 명뿐이었다.

보조형이자 전장의 의사라면서 사실 복구에 사용되는 나노 머신을 스스로에게만 남겨둔 거지. 그게 아니면 어떻게...

이 자식이!

침식체와의 전투를 하던 인원들은 순식간에 뭐에 씌이기라도 한 듯 이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구조체는 베라를 비겁한 사람으로 치부했고 베라는 자신의 분노를 주먹에 고스란히 담았다.

감히 날 때려? 내 말이 맞았던 거지?

이봐, 그만해!

피곤함 때문에 충돌을 무시하던 사람들도 이 상황을 보고 점점 과격해지는 싸움을 말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격투에 다른 사람들도 말려들고 말았다.

다행히 두 사람 모두 일말의 이성을 유지하고 있어 무기, 장비는 사용하지 않았으나 구조체는 주먹만으로도 거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난 사신이 아니야. 이게 다 너희들... 너희들 탓이라고!

나도 노력했어. 나도 최선을 다했다고... 그런데 다들 죽어버렸어. 그런데 나더러 어쩌라고!

음... 분명 보조형인데 왜 이렇게 공격력이 강한 거야!

상대의 몸에 상처가 하나둘씩 늘어났고 베라는 고통을 꾹 참으며 얼굴로 날아오는 공격을 꿋꿋이 받아낸 뒤 주먹을 꽉 쥐고 상대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 했다.

사신을 그렇게 만나고 싶은 거면 지금 이 자리에서 바로 보여줄게...

그만해!

윽... 중위님?!

너희들이 길바닥 건달이야? 우리의 적이 누구인지 몇 번을 더 말해야하지? 이봐, 두 사람 모두 구금실에 가둬!

고함 한번으로 싸움을 멈춘 장교는 과감하게 사고를 친 당사자들에 대한 처벌을 결정했다. 그 결정에 베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으나 상대방 구조체는 꽤 당황한 듯한 모습이었다.

잠깐만요. 전 아직 임무가 있어요. 그리고 분명 사신이 먼저 때린 거라고요!

그러니까 난 사신이 아니라고!

뭐?!

베라는 구조체의 빈틈을 발견하고는 바로 구조체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꽂았다. 공격을 받은 구조체는 근처의 잔해로 날아가고 말았다.

내가 멈추라고 했잖아. 도대체 언제까지 명령을 위반할 셈이지. 어서 제압해!

베라는 곧 현장에 있던 다른 구조체들에게 붙잡혀 제압을 당했고 구금실에 갇히고 말았다.

문이 세게 닫히고 베라는 고개를 들어 칠흑같은 어두운 공간을 둘러보더니 결국 실망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너무 어두워... 그리고 너무 아프다.

왜... 왜 이렇게 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