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호 도시, 생명의 별 임시 병원, AM 11:50
하산 의장님. 저희가 발견했을 때 그녀는 피웅덩이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신체 대부분의 감각 모듈이 절단되어 몸의 심각한 손상도 자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혹은...자각이 있어도 신경 쓰지않았거나.
흠. 지금 그녀의 상태는?
기체의 긴급 수리는 완료했고 지금은 의식도 돌아왔습니다.
다행이군.
그런데...기체 교환을 했으면 합니다. 이대로라면 인격에 대한 영향이 심각해질 겁니다.
...알겠네. 그녀를 만나러 가지.
네. 따라오시죠.
하산은 의사와 함께 여러 인증을 거친 뒤 중환자 병실 앞에 도착했다. 하산은 문을 가볍게 3회 노크하고 문을 열어 병실에 들어갔다.
자네가 쓰러진 후부터 나흘이 지났네. 의식이 돌아온 것을 보니 기쁘군.
저에게는...당신이 기뻐할 만한 가치가 없습니다...어쩌면 그곳에서 죽는 편이 나았을 거예요...
...자네에게 일어난 모든 일에 유감을 표하네만...결코 그 모든 게 무의미했던 것은 아닐세. 이렇게 자신을 부정할 필요는 없네.
……
자기소개가 늦었군. 나는 인류 전선의 리더, 하산이라 하네.
우선 모든 인류를 대표해서 다이달로스를 무너뜨린 자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지.
저는 아무 것도 한 게 없습니다. 그저 죽였을 뿐...
아니야. 자네는 쿠로노의 반역자——웬을 처리하는 데 성공했네.
자네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도 웬의 행방을 잡지 못했을 것이고 다이달로스의 어둠의 네트워크도 뿌리 뽑지 못했을 거네.
자네 덕분에 웅크리고 있던 독사가 마땅한 벌을 받게 된 거야.
자네의 선택은 틀린 적이 없었다네. 설원이나 교회, 웬 아래에 있었을 때 모두...자네의 행동은 많은 사람들을 구했어. 단지, 자네의 순수한 신앙이 악한 자에게 이용당했을 뿐이야.
……
하산은 병상 옆에 있는 스크린을 당겨서 몇 번 두드렸다. 그러자 여러 도시와 숫자가 떠올랐다.
이건 자네가 방문했던 도시일세. 만약 자네가 제때 침식체를 처리하지 않았다면 이 도시들의 사람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결국에는 멸망했겠지.
하산의 말과 동시에 스크린에 비친 도시의 모습이 점점 바뀌더니 결국에는 무너졌다.
그게 정말인가요...?
그래. 자네가 그들을 구한 거야.
……
때로는 자네같 은 사람이 필요하다네. 사람들로부터 오해와 비난을 받아도 차가운 어둠 속에서 소리 없는 화살을 계속해서 쏘는 자.
그런 사람 덕분에 태양이 다시 떠오르고 세상이 평화로울 수 있다네.
……
여기가 어딘지 알겠나?
하산은 다시 스크린을 터치했고 평평한 공간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이건!
그래. 다이달로스의 빌딩이 있던 자리야. 지금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람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지.
사람들을 향한 숨겨진 위협은 완전히 제거되었고 그들은 평소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네.
당신들이 한 건가요?
그래. 정확히 말하면 우리 인류 전선의 정화 부대가 한 거지.
이번 건에서 자네와 정화 부대는 직접 협력하지만 않았을 뿐, 그 동기와 목적은 완전히 일치했네.
자네들이 함께 다이달로스를 처리한걸세.
……
비앙카, 나는 인류 전선의 대표로서 자네를 공중 정원으로 초대하고 싶네. 그리고 자네만 싫지 않다면 정화 부대에 합류하는 것이 어떤가? 자네에게는 충분한 자격이 있어.
난...
대답은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네.
……
나도 자네 정도의 나이였을 때는 여러가지로 먼 길로 돌아서 가곤 했어. 하지만 언제까지나 과거에 붙잡혀 있어서는 안 되는 거야.
일단 푹 쉬게.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