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로봇 침식체의 제복은 아직 남아있어 어렴풋이 성직자들이 입는 의상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의 목에는 피로 물든 익숙한 십자가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그럴 리가 없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스노우, 스노우 신부님...?
신부님이 로봇일 리가...
아니...아니야. 비앙카. 난...난 이미 먹었어.
내가...아버지의 입장에서 말할 자격이 있을지 모르겠구나...
...이런 망할 로봇 괴물들 같으니! 요즘 시대에 신앙 같은 건 사라진 지 오래야!
여기 갇혀서 뭘 할 수 있는데? 누가 우릴 구하러 와 준대?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죄인이란다. 날...포함해서 말이야. 아니...난 괜찮아.
비앙카, 가까이 오지 마.
난...여기 남아야 해. 난 반드시 남아서 혼자...이 교회를 지켜야 해...
비...
수녀를 공격하려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손에 든 건 뭐야?
침식체 로봇의 마른 손에 누군가의 팔이 들려 있었다. 인체에서 뜯길 때 의상의 금속 고리에 걸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끊어진 팔에 달린 손에는 여전히 쿠르카족 군용칼이 들려 있었다.
저건...브루스의 군용 칼이야.
비...
신이시여——만약 지금 제 부름이 들리신다면.
저는 죄가 많은 인간입니다.
넌 항상 친절하고 강하고 용감한 아이였단다. 좋은 아이지.
모든 걸 받아들이겠습니다.
그전에...
또 한번의 죄를 저질러야 합니다——
네 마음의 선택을 따르렴, 내 아이야...
심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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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계속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