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10:19
공중 정원 육지 주둔 인류 전선, 제28 공군 기지, 작전 대기실
대충...그런 일이 있었어.
……
미안해. 내가 좀만 더 일찍 도착했다면 구할 수 있었을 텐데.
……
퍼니싱이 폭발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난 에레이 섬을 떠났지.
그거 알아? 에레이 섬의 석탄으로 만든 위스키가 진짜 위스키인 거 그 맛이 참 그립군...
내 아내는 다리가 불편해 매일 정원을 정리하는 게 전부였지.
부인은...?
대부분 사람들처럼 이 재난 속에서 소리없이 죽었지.
……
"에레이 섬의 독수리"! 얼마나 대단한 이름이야! 고급 장교! 얼마나 멋있어! 하지만 사실 난 가족을 지킬 힘조차 없었지!
난 진작 알았지만 내 아들은 이해하지 못했어...! 난 아들이 입대할 수 없도록 모든 정규 루트를 막아버렸지. 그런데 몰래 용병이 되다니...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온 지 3개월! 3개월이나 지났는데...변변한 부고 공지마저...
쿨럭, 쿨럭 쿨럭!
너무 흥분 하시네요.
키릴은 손을 저으며 와타나베가 건넨 물컵을 거절했다. 그는 한 손으로 책상을 짚고 한참 동안 가쁜 숨을 몰아 쉬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들어 와타나베를 바라보았다.
그 뒤로...넌? 구조체 개조 수술도 보통 일이 아니라던데——공중 정원의 보수가 높아서인가?
……
솔직히 말씀드리면 처음엔 고액의 연봉 때문에 용병이 된 건 맞습니다.
명예를 위해서든, 이익을 위해서든, 아니면 젊은 패기에 충동적으로 한 선택이든 군대는 너희들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쉬운 곳이 아니야.
대위님, 외람된 말씀이지만 브루스는 절대 충동적으로 입대한 게 아닙니다. 브루스는 신념 때문에...
브루스와 조금 더 함께 지낼 수 있었다면 브루스가 자랑스러우셨을 겁니다.
그거 아세요? 그때 전 브루스가 왜 굳이 그곳에 남아 계속 수색을 하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난 수많은 비극을 목격했고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잃었어.
전 시체가 널린 설원을 10km쯤 걸었어요. 온통 시체였고 찢겨진 팔다리들이 나무에 걸려있었죠.
요즘 같은 시기에 사람 목숨도 파리 목숨처럼 연약하지.
……
하지만 이제 브루스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알 것 같아요.
구조체가 된 건...침식체를 하나라도 더 죽이고 한 사람이라도 더 지키기 위해서였어요. 전 삶에 목표라곤 없는 사람이었지만 구조체가 된 순간, 오히려 살아갈 신념이 생겼죠.
이건 전부 브루스가 가르쳐준 거예요.
브루스는 좋은 친구였어요.
키릴은 침묵하며 눈빛을 피하고 책상 위의 프로필을 집어 들었다.
너 이번 보급함이 뭘 운송하는지 알고 있나?
설비 점검과 보급이요?
대외적으로는 공중 정원에게 물자를 보급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중요한 인물"들과 그들의 개인 재산을 전쟁이 없는 하늘로 옮기는 일이야.
……
키릴은 파일을 와타나베에게 던졌다.
스스로 확인해. 탑승 인원과 물자 리스트야.
지구 정부 행정대신, 금융부 부장, 제50구역부터 72구역까지의 관리자들...
도시 박물관 1급 소장품 272점, 2급 소장품 360점, 개인 갤러리 소장품...소유인...지구 정부 이민부 주관 대신?
인간은 곧 멸망 직전인데 공중 정원은 아직 이렇게나 여유롭다니. 참 대단하지?
……
공중 정원의 입장은 굉장히 애매한 상태야. 음모를 가진 사람들이 몰래 움직이고 있지.
이런 기밀을 어떻게 알아내신 겁니까?
잊지 마. 난 자네 복역 기간의 3배에 달하는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으니까.
젊은이, 이 자식들의 진짜 얼굴을 이제 알겠나?
네가 목숨을 바쳐 충성하는 정부가 구세주인지, 아니면 도망칠 줄밖에 모르는 겁쟁이들인지...제대로 생각해. 너한테 유리할 거야.
충고 감사합니다. 키릴 대위님.
하지만 지금 우리는 아직 인류 전선의 군인입니다.
군인의 천적인 명령에 복종하는 것,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임무를 무사히 완수하는 것 뿐입니다.
……
하하, 네 말이 맞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