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달빛 아래의 예복 / Story
삐, 삐, 삐, 삐삐삐!!!
바로 이 근처일 텐데, 전술 수업에서 배운 지형 내용에 따라 분석해 봤을 때, 구조 목표가 성인 남성이라면 체적 비율에 따라 좀 더 완만한 길로 갔을 것 같은데...
포복 자세 유지...
윽... 아...
진정하세요. 의료병입니다.
어딜 다치셨죠? 고통 지수는 얼마죠?
의료병? 전부 철수한 거 아니었나요?
제 질문에 대답하세요.
좌, 좌측 갈비뼈를...
윽... 아... 후.
전부 처리했습니다.
소용 없어요, 의료병. 지상 부대는 전부 철수했어요. 침식체가 이 구역에 진입한다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난 건 제 영광이에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도망쳐요. 당신이 살아야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어요...
……
30초 동안 상처를 압박하세요.
리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묵묵히 포복 자세로 다음 부상자에게로 이동했다.
(이 여자아이는...)
이런...
이 세상은 참 잔인해...
………………
시간이 좀 더 지난 뒤... 구조체 부대가 전장에 도착했다.
계속 전진한다!
잠깐, 이 진지는 포기한 것 아니었나? 생명 신호가 왜 이렇게 많이 잡히지?
지휘부에 보고드립니다. 이곳에서...
중상을 입은 의료병과... 구조를 받은 35명의 부상병을 발견했습니다...
……
전부... 이 의료병이 한 거라고?
어서 움직여... 무슨 일이 있어도 살려야 해.
………………………………
………………………………
……
생명 징후는 안정적입니다. 임시 의식 용기도 활성화되었습니다. 깨우시죠.
리브, 제 말이 들리나요?
……
당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당신을 구조체로 개조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의견이 필요해요. 당신의 심리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도대체 왜... 저를 구해주신 거죠?
……
(이 아이... 역시...)
이유는 아주 간단해요.
실험 요원은 리브가 듣지 못할까 봐 걱정되는지 목소리를 더 높였다.
인류가... 당신을 필요로 하니까요.
그런가요...?
네, 당신은 살아남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거든요. 간단하죠? 다른 질문 있으신가요?
아니요... 동의합니다.
좋습니다.
구조체 번호: BPN-08, 의식: 리브, 개조를 시작합니다.
똑똑똑...(노크 소리)
병사... 잖아?
사모님, 안녕하세요. 혹시 여기가 리브 양의 집인가요?
... 네, 맞는데요... 여보, 잠깐 와보세요...
무슨 일이야?
아무래도 리브가...
……
전투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병사가 찾아오다니...
설마... 사망 통지...
아닙니다. 사모님. 리브 양이 전투에서 중상을 입고 사망할 뻔한 건 사실이지만... 현재는 회복 중입니다.
사망할 뻔했다...
남자는 이마를 쓸어내리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이 전투에서 리브는 홀로 수십 명의 생명을 구해냈습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등 군공을 받았고 지금은 중위로 승진했습니다. 의료 센터 지도자의 차기다운 활약이었습니다.
이건 따님께서 보내신 상장과 직접 쓰신 편지입니다.
아빠, 1등 군공이 뭐예요?
최고의... 명예군요.
저도 리브처럼 1등 군공을 받을 수 있을까요?
입대를 해야 가능하단다...
……
남자는 편지 봉투를 열었고 그 속에는 편지와 사진 한 장이 담겨있었다.
사진 속 리브는 군복을 입고 있었고, 가슴에는 "생명의 별" 훈장을 달고 있어서 늠름한 모습이 돋보였다.
……
참 이쁘네...
내가 줬던 옷을 아직도 아끼고 있다니... 이제 내가 리브를 부러워해야 할 차례네...
문 앞에서 일어난 소란에 행인들이 몰려들었다.
축하드립니다!
아이가 참 훌륭하네요!
……
남자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를 어떻게 이렇게 훌륭하게 키우셨어요?
우리는...
그만...
……
다들 들어가세요.
…………
가족들은 리브가 직접 쓴 편지를 함께 뜯었다. 리브의 오빠가 편지를 읽었다.
편지의 내용을 듣던 리브의 계모는 아이들에게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 입을 꾹 막았다.
……
아빠, 엄마, 제가 가문을 위해 명예를 얻었어요. 이제 모두 절 자랑스럽게 생각하시겠죠?
언니, 그때 줬던 옷 정말 고마워요. 군대에서는 입을 기회가 별로 없긴 하지만...
기념으로 옷장에 항상 걸어 둘 거예요.
오빠, 의료 부대에서 저는 의료 센터의 기술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어요.
첨단 기술은 저희 의료병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어요. 아빠는 위대한 일을 하고 계신 거니 많이 배우시길 바래요.
저에게 새로운 집이 생겼어요. 다시 원래의 집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전 앞으로도 전장에서 가족들, 그리고 인류를 지킬 겁니다.
구조체 리브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