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히든 스토리 / 16 영야태동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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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혈청

후……

롤랑은 무너진 콘크리트 덩어리로 꽉 막힌 구멍 옆에 서서 방금 스트레칭을 마친 것처럼 두 손을 두드렸다.

왜 그들을 보내준 거죠?

저들은 ‘모체’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유일한 변수야. 봐서 알겠지만 ‘모체’가 처음으로 두려움에 가까운 감정을 드러냈어.

두려움이 뭔지 알아야 진화의 정확한 방향을 알 수 있어.

……

저들은 아직 ‘모체’의 감각 범위를 벗어나지 못했어. 지금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변수가 어떤 자극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저렇게 귀중한 샘플이 지금 죽으면 너무 아깝잖아.

그리고…… 재미로라도 저 인간들이 얼마나 더 갈 수 있는지 보고 싶거든. 이건 탑 안에 있는 연극보다 훨씬 재밌을 거 같은데. 안 그래?

하이디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건 계획 밖의 상황이에요.

먼저 본·네거트님께 보고하고 그분의 결정을 따르는 게 좋겠어요.

롤랑은 말없이 어깨만 으쓱였다.

그러시든가.

통신이 연결되자 본·네거트의 홀로그램이 단말기에 나타났다.

상황은 어떤가요?

롤랑은 팔짱을 낀 채 몸을 한쪽에 기울이며 하이디가 본·네거트에게 보고하는 상황을 여유롭게 지켜보았다.

…… 제 부주의로 어머니에게 양분을 공급하는 원심 분리기 배열이 탑 안의 인간들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지속적인 퍼니싱 공급을 잃은 어머니는 이전보다 많이 약해진 상태입니다.

그 인간들이 방해하지 않았다면 어머니는 이미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료했을 것입니다.

그런가요?

본·네거트는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도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흥분한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여과탑이 저출력으로 퍼니싱을 다시 공급할 수 있도록 원심 분리기 배열을 수리했습니다.

부화가 지연될 수 있고, 게다가……

불완전한 조건에서 어머니 체내의 ‘그것’에서 예측할 수 없는 결함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괜찮아요. 아주 잘했어요.

당신과 당신의 어머니는 순조롭게 임무를 완료했어요.

그리고 롤랑, 수고 많았어요. 약속대로 당신이 원하는 다른 것을 줄게요.

고맙습니다.

공중 정원이 모체의 위치를 알아냈어요. 그들이 보낸 구조체 부대가 접근하고 있으니 서둘러 모든 연구 자료를 가지고 철수하도록 하죠.

하지만……

이번에 그레이 레이븐 소대도 작전에 참여할 것 같은데, 그들을 힘들이지 않고 이길 자신이 있나요?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저는……

알겠습니다. 본·네거트님.

서두르죠.

어머니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이제는 때가 되었으니.

‘모체’의 부화가 늦어지고 있으니 곧 도착할 공중 정원의 군대를 ‘그’의 마지막 손님으로 맞이하도록 하죠.

곧 마지막 장면이니 제 뒤에서 함께 지켜보시죠.

통신 종료.

롤랑에게 고개를 끄덕여 작별 인사를 한 뒤 하이디는 본·네거트의 명령에 따라 즉시 지하 온실로 돌아갔다.

탑을 감시하는 스크린이 하이디의 속삭임과 함께 꺼졌고, 하이디는 단말기에 꽂혀 있던 메모리를 뽑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위쪽에 매달려 있는 모체를 한번 쳐다보고는 돌아서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괴물의 비명이 아주 가깝게 느껴졌다.

청소부의 의식은 맑음과 혼돈 속에서 반복적으로 떠다녔다. 창백하고 위험한 낯선 소녀, 정체불명의 거짓말쟁이, 멀리서 들려오는 울부짖음, 계속 움직여대는 빨간 숫자들, 그리고 검은 점과 빨간 점이 눈앞에서 끊임없이 번쩍였다.

맞다. 그는 괴물들이 여과탑에 침입하지 못하도록 여과탑 에너지 시스템을 끄려고 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여과탑 에너지 시스템을 껐다고 하더라도, 그 괴물들의 성장을 막을 수는 없었다.

탑 꼭대기에 매달린 모체는 퍼니싱 공급의 대부분을 잃어서 잠시 혼란에 빠진 듯 붉은 탯줄을 공중에서 마구 흔들어댔다. 일부 탯줄은 그대로 시들었고 또 다른 탯줄은 몸부림치다가 힘이 빠져버렸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는 것은 양분을 잃고 말라가는 이합 식물 외에, 자크의 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것들의 부패 정도는 이미 자크가 일어설 수 없을 정도였다.

그가 손을 들자 곪은 상처의 고름이 손에 감긴 헝겊을 적셨다.

청소부는 손가락 사이로 멀리 있는 알 껍질을 보았다.

검은 껍질 사이로 붉은 내부가 점차 뚜렷한 모습을 드러냈다.

청소부의 마음속에 이상한 느낌이 솟아올랐다. 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무언가가 그림자처럼 달라붙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시선은 점차 빨간색으로 물들었다. 조금만 더 보면 알 껍질 아래에서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앞이 캄캄해졌고, 피로 물든 세상이 짙은 검은 그림자로 뒤덮인 것 같아 보였다.

롤랑

여기 있었네.

누군가 청소부 앞에 서 있었다. 청소부는 충혈된 두 눈을 크게 떴지만 바이러스에 침식된 시신경으로 인해 눈앞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롤랑

처참하네……

그의 목소리에는 이러한 비참함에 익숙하다는 듯한 엷은 미소가 흘렀다.

롤랑

아쉬워. 네가 구조체였다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자크

넌…… 롤모……

롤랑

의외네. 나를 알아볼 수 있을 줄이야.

너의 동료들은 이미 탈출했어.

자크

그런가……

청소부는 가방 깊숙한 곳까지 손을 뻗어 잠시 더듬거리다가 혈청을 꺼냈다.

자크

그들을 만나게 되면…… 이 물건 좀…… 건네줘. 부탁할게.

콜록…… 그들이 갖고 있는 보급이…… 얼마 남지 않았을 거야.

롤랑

내 기억에 너희들 사이의 규칙상 의료 물자는 코데스가 보관하고 있지 않나.

자크

하…… 사실 우리 세 명 다 똑같이 숨겨놨어. 단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래서…… 우리가 뜻하지 않게 떨어졌다고 해도, 난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난 이미 글렀어. 그들은 내 시체에서 이것들을 가져가야만 했어.

롤랑

난 이미 너희를 한 번 속였던 악당인데, 아직도 나를 믿을 수 있겠어?

자크

…… 네 목적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그들을 구해준 것을 봤어.

난 이미 가망이 없어…… 이 혈청이 나랑 같이 썩어가는 것보다 네 손에 있는 게 나아.

게다가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기회도 없었어.

롤랑은 무표정으로 자크를 바라보았다.

전에 동료를 ‘모집’할 때, 많은 구조체들이 퍼니싱에 잠식되기 전 그에게 손을 내밀어 구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배우로서 롤랑은 수없이 비극적인 시나리오를 봐왔고, 승격자 롤랑은 수없이 비참한 현실을 겪어왔다.

이번에도 그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삶에 대한 강한 의욕을 갖고 있었지만, 반대로 그의 부탁은 타인을 위한 구원이었다.

이건 동정을 구하기 위한 연극일까? 아니면 사람이 죽기 전 마지못해 하는 선한 말일까?

자크

…… 난 그냥 모두가 살아남았으면 좋겠어.

가능한 많은 보급을 확보해 정착할 곳을 찾을 때까지 버틴 다음, 코데스가 심은 파란 수국화가 싹이 트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걸 지켜보는 거야.

어쩌면 그 보육 구역에서 딸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더 이상 바이러스와 터무니없는 싸움으로 떠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겠지……

‘수염’도 더는…… 억지로 웃을 필요도 없고……

청소부는 눈물을 흘리며 극심한 고통으로 떨고 있었다.

롤랑

……

청소부의 목소리는 탑에서 나오는 굉음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롤랑

네가 말했던 그 영화.

결말이 뭔지 알고 싶어?

용감한 기사가 탑 꼭대기에 도착한 뒤 보물이 있어야 할 곳이 텅 빈 것을 발견하고 절망에 빠져 죽는 게 결말이야. 하지만 영화의 주연 배우는 이 결말을 인정하지 않았어.

그때 그는 사람이 노력하면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순진한 사람이었지.

그는 현실도 이미 충분히 괴로운데, 왜 이렇게 가슴 아픈 비극을 연출해야 하냐고 말했어.

결국 그는 감독을 설득해서 결말을 수정했지.

기사가 절망에 빠져갈 때, 탑에 잠들어 있던 신이 깨어났어. 신은 기사의 희망, 몸부림, 절망을 지켜보며 나약한 인간의 마음속에 강력한 힘이 깃들어 있음을 알아챘지.

롤랑의 목소리는 이 스토리가 익숙한 듯 낮으면서도 평온했다.

롤랑

그래서 신은 인간에게 희망의 불씨를 주면서 재난은 언젠가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어.

자크

참…… 좋은 결말이네……

롤랑

웃기지 않아? 자신의 운명도 어떻게 못하는 그가 가상 인물들의 운명을 바꾸려고 하잖아.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자크

의미……

물론 나도 그게 거짓이라는 건 알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그 정신은 확실히 날 감동시켰어.

그런 게…… 영화의 의미가 아닐지?

누군가의 연기를, 누군가가 진심으로 감상한다면…… 그 역할이 관객의 마음속에서는 진짜로 살아날 수도 있지.

그 순간의 감정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게 진실이든 거짓이든 무슨 상관이 있겠어?

롤랑

……

바이러스의 침식으로 몸 전체가 곪고 있었지만 청소부의 입가에는 전에 본 적 없는 미소가 보였다.

생을 마감하려는 순간, 그는 여행 중에 일어난 일을 회상했다. 낡은 포스터 앞에서 잡담을 늘어놓으며, 가방에 몰래 숨겨둔 영화 CD를 꺼내 가족과 함께 영화를 봤던 아득한 오후를 다시 떠올렸다.

자크

…… 내가 한 모든 일은…… 절대…… 의미 없는 짓이 아니야……

청소부의 목소리는 탑에서 나오는 굉음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롤랑

아쉽네. 너와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롤랑은 몸을 웅크려 청소부가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받았다.

롤랑

내가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약속할 수는 없지만, 이 혈청은 네가 말한 역할을 잘 수행할 거야.

난 원래 약속 같은 건 하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나를 믿어도 좋아.

자크

…… 고마워.

그래. 누군가 내 말을 믿어준다니, 새로운 경험인데? 보통 내 거짓말은 믿어도 진심을 믿으려는 사람은 없었거든.

자크의 귀에서 피가 천천히 흘러나왔고, 그의 신체 기관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아무 소리도 들지 못하게 되었다.

……

이건 ‘나’를 아직 기억하는 ‘관객’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해.

롤랑이 마지막으로 속삭였지만, 청소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결국 그는 손을 내민 채로 숨을 거두었다.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악몽처럼 뒤틀리고 기괴한 울음소리가 탑 곳곳에서 들려왔다. 롤랑은 고개를 들어 탑 꼭대기에 매달려 있는 알 껍질을 바라보았다.

…… 아직도 보고 있는 거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어두운 망토가 사르르 내려와 청소부의 몸을 덮었고, 아쉬움이 가득한 그의 얼굴도 가렸다.

롤랑

……Este no es nuestro final. (여기는 우리의 끝이 아니다.)

편히 쉬라고, 내 친구여.

계속해서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갔다.

코데스와 ‘수염’은 서로를 부축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숲 속으로 걸어갔다.

뒤에 있는 여과탑은 붉은 식물에 의해 완전히 잠식되어 하늘로 뻗은 거대한 나무로 변했다. 그들을 안내했던 백색 표지는 완전히 덮여졌고, 여과탑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가 여과탑 안에서 조용히 잉태되며 출산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때 청소부들의 생존을 위한 희망의 여과탑은 이미 청소부들의 마음속 영원한 악몽이 되었다.

한때 인간이 생존하는데 의존했던 희망의 여과탑은 이제 인간의 재난을 부화하는 온상이 되었다.

숲 속에서 인간형 괴물들의 기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에서 자크의 목소리를 알아차렸다.

하지만 자크는 영원히 탑에 남았고, 그 기이하고 뒤틀린 괴물들은 희생된 동료의 목소리로 알 수 없는 비명을 지르며 그들을 공격해왔다.

그들은 자크의 기대를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온 힘을 다해도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수염’과 코데스는 서로의 눈을 한번 마주 본 뒤, 마지막 남은 파편 수류탄을 꺼냈다.

???

그럴 필요 없어.

무언가가 어둠을 가르며 날라오더니 정확히 ‘수염’의 품 속에 떨어졌다.

그건 맑은 혈청이었다.

???

너희들이 아직까지 살아있을 줄이야. 정말 생각지도 못했네.

다가오던 괴물들은 산탄총에서 발사된 총알을 맞아 산산이 부서졌고, 체인검에 휩쓸려 숲 속 깊은 곳으로 날아갔다.

그래도 다행이네. 모처럼 약속했는데 어길 수는 없지.

너였구나……

지금은 다툴 때가 아니라고 보는데. amigo.

아무리 그래도 난 너희들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이제 어디로 갈 생각이지?

과연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코데스는 피가 멈추지 않는 왼손을 지혈했다. 자신이 항상 가지고 다니던 가방은 도망치던 중에 잃어버렸다.

물론이지. 네가 원한다면.

롤랑은 웃으면서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굉음과 함께 까마득한 밤에 수많은 별들이 반짝였다.

아니…… 그것은 수많은 별이 아니라 숲으로 점차 다가오는 수송기였다.

마치 불청객이 온 것을 알아차린 듯, 뒤에 있는 거대한 나무에서 이상한 굉음이 들려왔다. 이합 생물들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뒤틀리고 날카로운 소리는 마치 거대한 야수가 이빨을 드러낼 때 경고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러나 그 별들은 망설임 없이 삼림 공원의 방향으로 날아왔다.

마치 성화처럼.

저건……

공중 정원의 수송기?

맞아.

자, 그럼 이제 구조를 요청해야겠지?

여행자가 황폐한 전장을 걷고 있다.

앞에는 그을린 땅이 있었고, 부서진 잔해와 부러진 무기들로 가득했다. 포화 소리와 고통스러운 비명은 모두 사라졌고 침묵만이 흘렀다.

재난의 근원은 이 구역을 떠났고, 다 타버린 고목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구덩이에 고인 붉은 액체가 튀어나왔다.

그을린 땅을 적시는 그 액체가 이합 생물의 체액인지, 구조체의 순환액인지 아니면 인간의 피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여행자는 원래의 모습조차 알아볼 수 없는 잔해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 근처에는 얼룩진 혈청 한 병이 놓여있었고, 그는 몸을 굽혀 이를 주워들었다.

밤하늘은 연기로 뒤덮였고, 달조차도 흩어지지 않은 먹구름에 가려져 희미한 빛만이 보였다.

환각에 가까운 그 후광을 바라보니 갑자기 희미한 소리가 롤랑의 의식의 바다에서 들렸왔다.

그것은 멀고도 쓸쓸한 목소리였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너희가 보고 싶은 건 어떤 세상이지?

롤랑은 자신이 지나온 그을린 땅을 다시 돌아보았다.

Video: 칠석 추석 버전 히든 결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