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히든 스토리 / 16 영야태동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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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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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폐 밸브를 4명이 힘을 합쳐 꽉 잠갔고, 청소부들은 여과탑 가장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헐떡였다.

벌떼처럼 몰려온 이합 생물들이 문 바깥쪽에서 멈춰섰고, 들은 이제서야 안전한 곳에 있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합 생물이 침식을 멈춘 것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밖에서는 지옥의 북소리처럼 끊임없이 문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고, 문틈을 통해 작은 넝쿨이 끊임없이 변형하며 닫힌 문을 비틀어 열려고 했다.

……젠장…… 저런 것들도 의식이 있는 거야?

이 탑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퍼니싱 식물이야! 저것들이…… 이 탑을 삼키고 있어……

우리가 길에서 만났던 식물은 아마도 진짜 식물이 아니라 퍼니싱 변이로 만들어진 것들일 거야. 적조의 그것들처럼……

내가 더 일찍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콜록……

문밖에서 격렬한 진동이 전해져왔고 오랫동안 수리하지 않은 난간이 삐거덕거리자 이합 식물은 새로운 공격을 시작했다.

발밑을 조심해——!

‘수염’은 발밑의 철판이 헐거워져 떨어지려는 코데스를 재빨리 붙잡아 튼튼한 바닥 쪽으로 끌어당겼다.

고, 고마워……

코데스는 넋을 잃고 주저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옆에 서 있던 롤모는 ‘수염’의 발 옆에 무언가 떨어진 것을 눈치채고 주워서 ‘수염’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떨어뜨렸어요.

‘수염’은 롤모가 준 주머니를 받아 한번 열어보고는 코데스의 품으로 던졌다.

자, 이거 네 건포도잖아.

이건 건포도가 아니라 수국화 씨앗이라니까……

코데스는 주머니를 다시 단단히 묶었고, 비슷한 대화가 수없이 반복된 것처럼 힘없이 대꾸했다.

수국화?

……우리가 개발한 신품종인데 줄기의 경도가 높아 일반적인 파란색 수국화처럼 휘어지지 않고 해충에 대한 저항력도 강해.

…… 왜 그걸 가지고 다니는 거예요?

딸에게 가장 예쁜 파란색 수국화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거든——겹겹이 쌓인 다양한 파란색의 꽃 말이야. 미래에 새로운 우리 집의 작은 정원은 이런 꽃들로 가득할 거야.

씨앗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그 씨앗을 통해 아름다운 추억을 보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은 그의 눈에서 순식간에 사라졌고, 다시 깊은 슬픔으로 바뀌었다.

이건 내가 연구소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연구 성과야.

하…… 당장 지금 안전한 곳도 찾기 힘든데 저 녀석은 딸한테 꽃을 심어줄 생각을 하고 있네.

딸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 우리가 보급을 찾으러 나갔을 때 도시가 침식체의 공격을 받았고 내 딸은…… 그렇게 실종됐어.

내가 그곳으로 돌아갔을 땐 폐허와 시체뿐이었어. 내 딸과 정성을 다해 심은 꽃의 모종도 전부 훼손됐지.

모든 곳을 다 찾아봤지만 딸은 보이지 않았어.

그 후 내 딸이 지상 방위군에 의해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런데 그 군대는 사상자가 많아서 몇 명이 살아남았는지 몰라…… 그리고 난 다른 방어군의 위치도 알 길이 없었어.

군대가 나타났다는 것은 그곳이 전쟁터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야. 우리가 매번 위험을 무릅쓰고 접근할 수는 없어.

오랜 시간이 지나서 내가 포기하려고 할 때, 적조에서 헤어진 가족을 볼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가려고 했지만, 결국 내 딸을 찾지 못했어. 게다가...

지나간 일이야.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살아있다는 거야.

적조에서 딸을 만나지 못한 건 반가운 소식이에요. 어쨌든 적조는 좋은 곳은 아니니까요.

……

보육 구역에 가면 딸에 대해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 너무 서운해하지 마.

…… 그리고 보육 구역에는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들었어. 우리가 안전한 곳으로 가면 그때 딸의 소원도 들어줄 수 있을 거야.

자크도 코데스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없이 격려 해주었다.

코데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씨앗이 든 주머니를 품에 넣었다.

그전에 우리가 이곳을 무사히 탈출해야 할 텐데.

가자. 우리가 못 할 게 뭐가 있어.

‘롤모’는 잠시 머뭇거리면서 말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것 같았다.

만약……

갑작스러운 굉음이 롤모의 말을 끊었다. 머리 위의 철골이 무언가에 의해 강하게 밀리는 소리가 들렸고, 식물들이 빠르게 자라면서 탑 전체가 격렬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마치 탑 안의 시간만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상식을 초월한 식물의 성장 속도는 바닥까지 갈라 놓을 정도였다. 닫혀 있던 철문은 식물들에 의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괴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조심해!

자크는 재빨리 총을 들어 롤모 쪽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알려주었다.

롤모가 허겁지겁 고개를 돌리자 굳게 닫혀 있던 승강기 문이 작고 붉은 넝쿨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벽에 펼쳐져 있는 신경 혈관 같았다.

이어서 승강기가 소리 없이 열렸고, 그 사이로 여러 개의 붉은 가지가 뻗어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다리를 빠르게 감았다.

으악…!!!

모든 것은 찰나의 순간에 일어났다. 자크는 끊임없이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겨냥하면서 욕설을 퍼부었지만, 행여나 실수할까 봐 총은 쏘지 못했다.

계속 몸부림치던 난민은 승강기 가장자리로 끌려가다가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은 승강기 문을 필사적으로 잡았다. 그 뒤에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승강기 구멍이 있었고, 끝없이 펼쳐진 어둠은 마치 거대한 짐승의 목구멍과 같았다.

위로 올라가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넝쿨에 의해 끌려내려갔다.

젠장!

우리 이제 어떡하지?!

그가 말한 거 못 들었어? 위로 뛰어!

이것은 마치 실력 차가 큰 상대와의 경주 같았다. 안내인을 잃은 청소부들은 스스로 계속 전진해야 했다.

그들에게 이곳은 더 이상 희망을 주는 여과탑이 아니라, 사악한 짐승의 동굴이자 모든 두려움과 재난이 시작된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