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중:
이중합 코어는 기지 아래에 설치되었다.
루나님은 그에 대해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승격 네트워크의 위대한 대행자에게 있아, 그런 힘은 언급할 가치가 없었다.
롤랑도 처음에는 무관심했다.
롤랑 같은 개체가 왜 지금까지 지금까지 승격 네트워크의 보살핌을 받는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어쩌면 그건 루나님과 같은 인간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조립된 기계인 나와 다르다.
그래서 승격 네트워크의 진정한 위대함을 이해하지 못했다.
난 우주 정거장에서 수거한 물체 중 일부를 꺼내자고 제안했지만, 롤랑은 반대했다.
'꽃의 발악을 보는 것이' 이중합 코어 조각을 꺼내는 것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고.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저 불량품 구조체의 겉모습이 꽃과 같을 리가 없어.
나는 그의 행동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쉽게 사냥감을 잡을 수 있는 데 일부러 오랜 시간을 들여 덫을 만들었다.
때로는 과장된 대사까지 덧붙여 적과 불필요한 소통으로 시간을 허비하기도 했다.
그 지극히 효율적이지 못한 방식에 회의적이지만, 그가 승격 네트워크의 사명을 다한다면 내가 참견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내게 닥친 더 큰 문제는 인간의 악몽이 곧 현실이 되려고 하는데
우리를 이끌어야 하는 대행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의 의식 회로에서 '불만'과 비슷한 감정적 변화가 감지되었다.
지금은 이 세계를 뒤흔드는 힘을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이 힘이야말로 승격 네트워크가 나에게 가져다 준 복음이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나야말로 이 힘을 능숙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를랑은 가브리엘이 이합 생물을 기르는 것을 여러 번 지켜보았다
그는 그 점액투성이의 알에서 태어난 생물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처음 그것들의 모습은 구역질이 날 정도로 뒤틀려 있었다.
뒤틀린 이합 생물은 고개를 들어 눈앞에 있는 칠흑 같은 ‘천사’를 바라보았다.
가브리엘은 지팡이를 들어 이합 생물을 가리켰다.
이합생물의 등이 부풀어 갈라지고 안에서 투명한 날개가 나타났다. 마치 곤충의 날개처럼 천천히 펼쳐졌다.
방어 능력——2급, 전투 능력——2급, 적에 대한 대항 능력——2급.
불합격.
가브리엘은 왼팔을 뻗어 끊임없이 비틀리는 이합 생물을 잡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다음은 327번째 실험.
하암——
뭐 하고 있는 거야?
나른한 자세로 구석에 몸을 기대고 있던 롤랑은 무관심한 어조로 가볍게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의 두 눈은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브리엘은 평소 롤랑의 산만한 태도에 익숙한 듯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저에게 도움이 되는 강한 종자가 필요해서 여러 가지 테스트 중입니다.
승격자인 우리가 그들보다 높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면, 그들을 쉽게 통제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전부터 묻고 싶었는데 저것들은 감정이나 생각이 없나? 참 미련해 보이네.
저것들은 그런 것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경험이 많은 야수는 자신의 먹이밖에 안중에 없습니다. 표적, 공격. 그것뿐이죠.
저것들은 그냥 승격 네트워크의 숙원을 이루기 위한 도구일 뿐, 감정이나 생각은 통제하는데 방해만 됩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적조를 바라보는 칠흑 같은 기계의 눈이 광신자처럼 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가브리엘이 원하는 모든 것이 저 깊은 늪에 있다. 적조는 그가 준비한 '양분'을 삼키며 그가 추구하는 '최강'의 모습을 모색하고 있다.
이상하네…… 너 예전에는 안 이랬던 것 같은데.
저를 비웃을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당신 임무나 수행하는 게 좋을 겁니다.
걱정 마. 준비 거의 다 했으니까. 저들이 눈치채지 못했어.
네 애완동물들이 나중에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한데?
……저도 기다리는 중입니다.
전 이러한 생물학적 힘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변수를 탐색했습니다. 이제 그들이 가장 강력한 형태로 진화하는 것을 기다리기만 하면 됩니다.
‘전부’……
그럼 좋은 소식 기다릴게.
가브리엘이 연못에서 그가 생각하는 가장 강력한 생물을 찾고 있었다면, 지금 롤랑의 눈앞에 있는 것이 그 힘의 최종 답일지도 모른다.
기계와 생물 구조가 융합된 거대한 알 껍질이 지하 깊은 곳에 매달려 있었고 수많은 카테터가 사방에서 연결된 채 그 사이로 붉은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설마 이런 게 인간의 생명줄인 여과탑 아래 숨겨져 있었다니.. 등잔 밑이 어둡다고, 공중 정원은 절대 생각하지 못했을 거에요. 정말 과감한 결정입니다.
저는 ‘모체’의 위치를 결정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마침 ‘씨앗’이 이곳에 떨어져 성공적으로 싹이 트고 성장했을 뿐.
본·네거트는 머리를 들고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모체를 올려다보며 흐뭇한 눈빛을 보냈다.
이건 ‘실험품’보다 더 완벽한 작품이죠.
인간이 퍼니싱 농도를 줄이기 위해 사용한 여과탑은 ‘모체’가 존재하면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온상으로 변했습니다.
적조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곳은 ‘온실’보다 모체가 성장하기에 더 적합합니다. 안타깝게도 가브리엘은 진리에 도달하기도 전에 쓰러져 버렸지만.
어쩌면 그는 목표의 코앞까지 도달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하이디가 회수한 가브리엘의 기억 데이터에서 그가 간과한 부분이야말로 목표 달성의 열쇠였던 것을 알아냈습니다.
본·네거트는 아쉬운 말투로 주머니 속에서 낡은 메모리를 꺼냈다.
가브리엘은 감정이 아무런 쓸모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어떤 계기가 그를 승격자로 만들었는지를 간과했습니다.
강렬한 증오, 고통, 집념…… 이건 모든 승격자에게 익숙한 느낌이지만 이합 생물에게는 완전히 낯선 개념입니다.
퍼니싱 모체 앞에 선 본·네거트는 두 손을 벌리고 자신의 이론과 추측에 대해 숨김없이 말했다.
가브리엘이 만들어낸 이합생물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죠. 아니, 오히려 그것은 퍼니싱에게 지혜로운 생물을 탄생시키도록 영감을 주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새로 태어난 이합 생물은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지 못했고, 이는 '선별'을 통과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우린 사슬에 묶인 괴물을 원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세계에서 우리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걸을 수 있는 동료가 필요합니다.
저를 여기로 부른 게 새 애완동물을 자랑하려고 부른 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죠.
약속대로 당신이 원하는 또 다른 것을 드리겠습니다.
본·네거트는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서 모체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우리의 거래이자, 우리가 다음에 해야 할 일입니다.
인간은 본능에 이끌려 감정이 변화되고, 고통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나오는.. 약간의 실험입니다.
롤랑, 당신이라면 이 공연에 관심이 있을 거예요.
본·네거트…… 정말 특이해. 난 아직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
통제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걸 탄생시키는 게 그의 목적이란 말인가? 분명 가브리엘의 전례를 봤을 텐데.
이것은 던진 주사위가 멈춰야 승패를 알 수 있는 도박이다. 자신감과 자만심의 차이점은 주사위를 던진 자의 능력이지만 지금의 본·네거트의 여유는 결코 자만심 과잉으로 보이지 않았다.
롤랑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 이 ‘실험’이 본·네거트의 이론을 서서히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이미 14개 그룹의 청소부들이 이 '실험'에 참여했습니다.
여과탑으로 유도되어 모체와 접촉한 인간은 모체에게 확실한 자극을 주었다. 모체의 체내에 있는 ‘생물체’에게 또 다른 변화를 주었다.
롤랑은 그 이상한 광경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이합 식물과 이합 생물에 공통된 변이가 일어나고 있었다. 무언가가 그들의 경계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이다.
동시에 모체 내 활동도 활발해졌다. 껍질 속의 알 수 없는 ‘생물체’은 혼돈 속에서 기억을 배우기 시작했다. 외부 자극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무의식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자궁 내 태아의 무의식적인 태동처럼… 그것은 가브리엘이 깊은 늪에 있던 이형보다 훨씬 더 놀라웠다.
그 ‘실험’에 대해서는……
저는 그들에게 선택지를 줬을 뿐입니다. 그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여과탑에 가기로 결정했죠.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저울에 놓여 있다면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고 기회를 선택합니다.
모체의 부화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모체가 더 성숙해지면 탑 안에 있는 기이한 형태들은 곧 주변으로 퍼질 겁니다.
모체 안에 있는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 때까지 저는 기다릴 수 있지만, 조만간 모체의 위치가 공중 정원에게 들킬 겁니다.
따라서 적절한 시기에 방관자인 당신이 개입하여 모체가 순조롭게 부화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합니다.
때마침 울린 통신음이 롤랑의 생각을 끊었다.
‘엄마는 준비됐어요.’
드디어 내가 나설 차례인가.
친애하는 관객 여러분,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데 박수 좀 쳐주실 수 있나요?
롤랑은 체인검을 던지고 두 팔을 벌려 과장된 무대 인사를 했다.
삐익 삐익——눈앞의 침식체는 의식이 없는 듯 그냥 지나치기만 했고 고목 위에 앉아있던 까마귀는 체인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에 놀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좋아. 나중에 내가 직접 기계 꽃다발이라도 보내도록 할게.
롤랑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손에 든 산탄총 부품을 조립하기 시작했다.
이런 재미없는 촌극이 14번이나 계속됐어. 매번 다른 결말이 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하나같이 모두 서로를 죽이거나 아니면 좌절해 자살하는 거였어. 그나마 나은 건 여과탑을 탈출해 숲 속을 헤매는 거였는데…… 이럴 바엔 차라리 여과탑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게 더 낫겠어.
미지의 어두운 감옥, 막다른 골목에 몰린 맹수들, 허황된 목표 하나——지금까지의 모든 것은 반복 재생되는 B급 영화처럼 무엇 하나 패턴이 변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들로 롤랑은 한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하…… 뭐, 그것도 정상이지. 자기조차 지키기 힘든 마당에 어떻게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겠어.
정말 ‘모체’가 이런 참극을 목격하면 과연 ‘감정’이 생길까?
‘그것’의 진화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그때가 되면 ‘그것’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루나님은 이 모든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맴돌던 의문들을 곰곰이 생각하듯이, 롤랑은 잠시 산탄총을 조립하던 손을 멈췄다.
……
‘철컥’——기계 스프링 소리가 울렸고 롤랑은 고개를 저으며 조립한 무기를 허리에 찼다.
일하러 가야지.
방금 청소한 구역인데 또 벌레들로 가득하잖아? 이러면 ‘배우’들을 부를 수 없는데.
옛날 같으면…… 손가락만 딱 튕기면 저런 것들을 내보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직접 처리해야 되네. 남 밑에서 일하는 건 참 서러운 일이야.
심지어 ‘고르는 것’ 조차 가장 번거롭고 멍청한 방법으로 해야 하니……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재앙이라고.
근데 뭐 언제까지나 이런 건 아니니깐,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