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히든 스토리 / 15 절해성화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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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또 다른 여정

분명 바닷속이었지만 몸은 계속 아래로 가라앉았다.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라미아는 알고 있었다.그녀는 그것이 그 붉은 머리의 구조체가 낸 상처가 아파서인지, 아니면 마음이 아파서인지 알 수 없었다.

왜 잊고 있었던 걸까? 언제부터 모든 걸 포기했던 거지? 왜 결국 이 모양 이 꼴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라미아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육지에 도착한 후 한참을 배회했다. 아인형 구조체 기술 떄문에 그녀의 의식의 바다는 계속 불안정 상태를 유지했다. 역원 장치가 없었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퍼니싱에 침식되고 말았다…… 그리고 어떻게 승격자 라미아가 되었는지는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았다.

왠지 아직 이루지 못한 "숙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이 섬을 밟는 순간, 모든 것들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네가 해야 할 일은 바깥 세상의 정보를 수집하는 거야. 퍼니싱 재난이 끝나거나 세계가 평화로워진다면—— 비록 그건 불가능하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돌아와서 우리한테 알려줘.

그것은 부탁이자 저주였다.

그녀가 도시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해 아틀란티스의 중추 시스템에 접속한 순간 시스템이 그녀의 생물 인식 코드를 식별해 자동으로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비록 기대는 하지 않지만 0.001%의 확률일지라도 걸어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이 메시지를 남기기로 했다.

이 영상은 오직 너만 볼 수 있어. 네가 이 영상을 확인했다는 건 기나긴 여정을 마쳤다는 거겠지. 라미아.

돌아왔네? 잘했어. 네 사명을 마쳤으니 넌 쓸모가 있는 아이야.

집으로 돌아온 걸 환영해.

그리고 넌 이제 자유야.

그 순간 라미아는 또다시 모든 희망을 잃고 말았다.

이론적으로 보면 그녀가 이 도시를 사랑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냉혹하고 매정했으며 그녀에게 진짜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 적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기억들이 떠오른 순간, 그녀의 마음은 천천히 무너지기 시작했고 라스트리스가 그녀에게 남긴 마지막 말을 들은 순간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오늘부로 그녀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렇게 라미아는 잠행 명령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모든 걸 바닷속에 묻는 게 나을지도.

이곳이 영원히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는 한,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는 한, 아틀란티스는 그녀의 영원한 이상이자 숙원으로 남을 테고 라미아는 그들이 아직도 이 도시에 살아있을 거라고 끝내지 못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적막한 바다여, 슬픔이 가득찬 죽음의 바다여.

그러나 물에 빠져 바닷속에 가라앉는 아틀란티스를 보았을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그녀를 잠식했다. 3000m 이하의 수압보다 더 강력한 압박감에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뭔가가 눈앞에서 사라져 간다. 라미아는 알고 있었다. 여기서 자신을 멈추지 않으면 뭔가, 정말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거라는 것을.

그들이 존재했던 증거들, 그들이 싸웠던 흔적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무덤들.

그녀는 도시의 깊은 곳으로 돌아가서 잠행 명령을 해제했다.

아틀란티스는 한때 분명 존재했었고 그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눈물이 왈칵 터져나와 짜고 비린 바닷물과 하나로 어우러졌다.

도시가 다시 떠오르고 라미아는 절망의 바다를 떠났다.

그녀의 슬픔과 회한은 세월이라는 기나긴 강물을 따라 사라질 것이었다.

마치 지금 이 순간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처럼 말이다.

그렇게 천천히 바다 건너로 흐르는 선착장으로 흘러갔다……

이윽고 영원한 평온함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