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입니다, 당신이 저를 쓰러뜨려 줘서 정말 다행입니다.
분신이 쓰러지면 본체도 힘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 모든 것이 드디어 끝나게 되는 건가요?
그러니까 우리 쪽이 승리한 것도 형이 도와줬기 때문이라는 건가요...
잠시 멈춘 화서는 무언가 작별 인사를 하듯 표정이 더 부드러워졌다.
크롬, 게슈탈트와 근원이 같은 저의 본체는 진짜 구룡에 있어요.
강을 따라가세요.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벽이 무너졌다. 결국 아무도 방향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면서 먼 곳에 희미하면서도 익숙한 모습이 나타났다.
크롬은 뒤로 살짝 물러나면서 고개를 돌려 점점 사라져가는 화서의 분신을 바라봤다.
정말 좋네요. 인간이란 건.
아침이 밝았다. 그레이 레이븐은 이미 갑판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제어 시스템을 잃은 배는 휘청거리며 위아래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우, 그래도 임무를 완수했네요... 전 이제 이번 임무 보고를 정리해야 하니 통신은 여기까지 합시다.
정말 리와 인사하지 않아도 돼?
공중 정원으로 돌아온 후, 다시 이야기하면 되죠. 지금 중요한 건 정보를 정리하는 거니 전 이만 가볼게요.
……
그 머레이라는 자는 말하지 않았지만, 난 하마터면 거기에 갇힐 뻔했다. 그가 위험한 순간 날 구해냈어.
어째서, 어째서 너흰 그 꿈에 갇히지 않았지?
너희가 공중 정원의 구조체이기 때문인가? 그 기술 덕분에 너흰...
틀렸어요. 조풍. 공중 정원에 그런 특별한 기술은 없어요.
그럼 어째서지?
그 꿈이 아름답지 않기 때문입니다.
크롬은 조풍의 어깨를 툭툭 친 후 손을 흔들며 그레이 레이븐이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카무이는 뒤따라가다가 또 금방 돌아왔다.
이 훈장을 줄게. 이건 우리 차징 팔콘의 훈장이야.
내게 주는 건가?
이후에 구룡파를 관둔다면 우리 쪽으로 와. 넌 우리 소대에 꽤 어울릴 것 같거든.
여러분!
카무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보지도 않고 크롬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그레이 레이븐과 떠들었다.
조풍은 차징 팔콘의 휘장을 꽉 쥔 채 그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점점 눈 부서지는 햇볕 아래에서...
그는 가면 아래에서 눈을 가늘게 떴다.
카무이는 크롬의 등을 손으로 퍽퍽 쳤다.
하지만 결국 그레이 레이븐에게 도움받았네요... 고마워요.
괜찮아요. 모두 해야 할 일은 같으니까요.
다 끝났네요. 이제 이 배도 진짜 돌아갈 곳으로 돌아갈 수 있겠어요.
그래요. "구룡 상회"의 진짜 보루는 이 배가 마지막으로 정박한 곳 근처에 있을 겁니다.
"진짜"라니요?
이곳의 "구룡"은 어리석은 자들의 꿈일 뿐입니다. 기껏해야 거짓된 항로를 밤낮으로 따라다니는 우로보로스입니다.
이제 가짜 항로가 지워졌으니 끝없는 야항선도 돌아갈 곳으로 돌아가겠죠.
아! 저것 봐!
하늘의 빛이 어두운 구름을 꿰뚫고 뱃머리를 비췄다. 우뚝 솟은 기형의 탑이 지평선을 반으로 갈랐다.
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