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 모든 것은 로봇들이 서로 경쟁해서 일어났다는 거야?
다급한 상황에 갑자기 일어난 분쟁이 더해져, 카레니나와 지휘관은 비행체에 오른 채, 브리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카레니나는 예술 협회가 컨스텔레이션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듣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단말기에 이미지 한 장을 열었다.
그건 어떤 로봇 장치를 보호하기 위해 건설된 금속 벽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이전의 모습이었다.
카레니나가 다른 그룹이 찍은 이미지를 열어보자, 금속 벽은 이미 여러 로봇의 조각상이 돼, 아침 햇살 속에 우뚝 서 있었다.
옆에 앉아있던 카레니나는 계속 단말기를 이리저리 돌렸다. 카레니나는 로봇의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시선으로 보려는 것 같았다.
팔레트 전쟁이라... 이 조각된 것은 다 뭐야...
전에 말한 대로, 이것들을 장난의 결과가 아니란 거지?
아무래도 각성 로봇들은 진심이니까.
난...
우리 대장이 예술을 아는 것처럼 보여? 아니면 "파멸 및 일회용 예술 파벌"을 만들어 로봇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은 건가?
와우. 벽이 하루아침에 이런 모양으로 변했네. 그들이 머리가 모자란다고 해야 할까나, 아니면 행동력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나?
……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내가 방해한 거야?
지휘관이랑 같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왜 네가 갑자기 통신에 끼어드는 건데!
지원 인원이니까?
물자 목록에 테디베어를 적은 기억은 없는데.
그런 말을 하기엔 아직 일러. 예술 협회에서 네가 신청한 그 물자들을 내게 봐달라고 부탁했거든.
일회용품으로 사용되면, 그들도 머리가 아플 거야.
테디베어는 자신이 한 말을 증명하기 위해, 카레니나에게 수많은 설명서를 전송했다.
내가 바본 줄 알아? 이것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카레니나는 수신을 거부했지만, 테디베어가 반복적으로 전송 버튼을 누르는 것은 도무지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러자 양측 모두 각자의 단말기를 들어, 스크린을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한번 봐봐. 그래야 나도 예술 협회에 보고하기 편하지. 그리고 지휘관도 상황을 알아야 하잖아.
같은 거에 두 번 다시 속지 않아. 네가 설명서에 이상한 것을 끼워 넣으려는 걸 모를 줄 알아?
쳇...
테디베어는 보기 힘든 실망한 표정을 지었고, 카레니나가 연결 차단 버튼에 손가락을 올려 위협하자, 어쩔 수 없이 보조 프로그램을 가동할 생각을 접었다.
그나저나, 예술 협회는 이번에 정말 많은 걸 쏟아부었어. 예전에는 몇 묶음만 빌려도 정말 오래 걸렸는데, 지금은 상자째로 컨스텔레이션에 운송하고 있거든.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든 나랑 상관없어. 그래도 이 물자들을 빌릴 수 있어서 많은 수고를 덜어주긴 했네.
……
네가 계획이 있다면 됐어. 너답진 않지만, 다들 아무 말도 안 했으니 나도 막진 않을게.
나를 막아? 말하는 게 마치... 잠깐...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나? 넌 도대체 거기서 무슨 말을 한 거야?
별건 아니고, 그냥 월리스 참모장님의 발언이 끝난 후, 가장 먼저 너의 방안에 반대했을 뿐이야.
테! 디! 베! 어!
그러자 카레니나가 말을 이어가기 전, 테디베어의 모습이 단말기의 스크린에서 사라졌고, "연결 종료"라는 말이 그녀의 모습을 대신했다.
2분 남았습니다.
통신기에서 조종사의 안내가 들려왔다.
창 너머엔 오랜만에 보는 풍차가 지휘관을 향해 손짓하는 것 같았다.
……
이것들은 구룡에 있는 인간의 예의범절 중 하나인 "특산물"인가요?
비행체가 착지한 후,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백발의 소녀가 문 옆에 나타날 때까지, 지휘관은 계속 카레니나와 같이 비행체 밖으로 상자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