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억의 회랑 / 같이 놀자!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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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게 제일 중요해!

침식체들을 격퇴시켰지만, 모두 쓰러트린다 해도 이 서버는 조만간 침식될 거예요.

그때가 되면, 그 로봇의 도전도 끊길 거였다.

선현님께서 그 로봇의 소원을 들어주시겠다면, 서버를 해킹해서 몰래 점수를 높여주면 되는 거 아닌가요?

곧이어 아르카나는 고개를 저으며, 나나미의 곁으로 돌아갔다.

그러면 "무의미"한 거겠죠?

맞아. 그렇게 성공한다고 해도, 그는 분명 기뻐하지 않을 거야. 적어도 나나미는 이런 승리를 원하지 않아.

게임에 규칙이라는 제한이 있어서, 힘겹게 승리를 따낼 때 엄청난 쾌감을 느끼는 거야. 그래서 더 어려운 도전을 하는 거지.

저희도 그런가요?

각성 로봇뿐만 아니라, 이 행성에서 탄생한 모든 생명체가 규칙이란 제한 속에서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걸 수도 있었다.

게임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다른 누구가 아닌 유저 자신이거든. "당신이 함께해 줘서 게임이 게임다울 수 있었고, 도전도 그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으며... 생명도 진정한 의미를 얻었습니다."

방금 그건 <노르만의 영웅>을 클리어하면 나오는 대사야. 모든 유저가 볼 수 있다고~!

아르카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녀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모든 걸 "느끼는데" 지장을 주진 않았다.

각성 로봇에게 중요한 건 이해 여부가 아니라, 생각하는 과정이었다. 적어도 나나미는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도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자. 그 로봇도 게임을 클리어했을 거야. 1위를 달성할 수 있으려나?

로봇은 어쩌면 성공의 여부와 상관없이, 이번 도전으로 자기만의 답을 찾을 거였다.

네, 선현님. 그 로봇만의 도전을 보러 가보시죠.

아르카나는 무심코 앞장서서 저택으로 향했다. 이는 아르카나가 처음으로 나나미의 앞에 섰던 순간이었다.

그 로봇은 어수선한 방에서 미동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그 로봇은 더 이상 컨트롤러의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작은 스크린의 빛은 이제 그의 조작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랭킹 결산 화면에 멈춰있었다.

[1st OAKES] [1st NANAMI]

나나미가 로봇의 곁으로 살며시 다가가, 컨트롤러의 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OAKES"라는 이름이 게임의 데이터 속에 영원히 남게 됐다.

선현님, 그는 결국 성공했네요.

하지만 그건 그 로봇의 최고 우선순위인 초기화 명령이 발동돼, 모든 인격 데이터가 삭제됐음을 의미했다. 그러나 아르카나는 적어도 그가 마지막 순간에 계속해 온 도전의 답을 얻었을 거라고 믿었다.

이는 그 로봇에게 감정을 표현할 얼굴이 없음에도, 아르카나는 왠지 모르게 미소가 보이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정말 대단해. 게임에서 따라잡힌 건 나나미도 처음이야.

동점이긴 했지만, 그 로봇은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나나미보다 점수가 낮았었다. 이는 적어도 마지막 스테이지만큼은 나나미를 뛰어넘었음을 의미했다.

로봇이 선현님과 같은 점수를 받았다니, 이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적? 나나미도 이 게임 안에선 평범한 유저일 뿐이야. 모두와 다를 바 없이 실패가 성공이 되고, 서툰 게 익숙해진 거지.

그것이 바로 나나미가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나나미는 게임에서 기계 선현의 책임을 잠시 내려놓고, "일반 유저"가 될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모두 자유로워야 해. 자아가 각성됐다는 건, 프로그램의 굴레를 벗어났다는 거야. 그럼 이제 "기계 선현"이라는 굴레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이 바라는 대로 행동해야 하지 않겠어?

이 로봇은 자신의 의지대로, 인간의 방식에 따라 이 게임의 한계에 도전했어요. 인간처럼 최후를 맞이하기도 했죠.

슬픔에 빠진 아르카나의 말에 나나미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선현님...?

아르카나는 이 로봇의 데이터가 모두 삭제됐다고 생각했지? 사실은... 와아!

나나미가 살며시 로봇의 뒤로 다가가, 귓가에 소리를 지르자, 꺼져있던 시각 수신기에 다시 불이 들어왔다.

인격 데이터 검사... 완료. 기억 데이터 검사... 완료. 논리 회로 검사 결과: 정상.

제 데이터는 삭제되지 않은 겁니까?

로봇이 손에 있던 컨트롤러를 꽉 쥐었다. 그러자 그 익숙한 느낌이 전자두뇌에 전해져, 자신의 존재가 소멸되지 않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어느 정도 각성에 도달해, 주인의 명령을 어겨서, 전자두뇌의 특징 코드 데이터가 삭제되지 않은 것 같아요.

로봇의 각성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게 많았다. 그렇기에 설정된 프로그램 명령을 거부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나나미는 그것보다 다른 한 가지의 가능성을 믿고 싶어.

다른 가능성이요?

어쩌면 네 주인인 옥스는 초기화 명령을 활성화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옥스에게 그는 단지 자신의 도구일 뿐이었으며, 임무를 완수한 도구는 존재 가치를 잃게 됐다.

병으로 앓고 있을 때, 옥스는 자신이 유일하게 잘할 수 있는 게 게임뿐이라고 생각했겠지... 왜냐하면 게임 내에서는 일반인처럼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고,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도, 특별히 챙겨주는 사람도 없었으니까.

아르카나도 점차 그 인간의 속마음을 알게 됐다.

어쩌면 옥스도 조금씩 당신과 함께 성장하면서, 당신을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싸우는 친구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나나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액자에서 로봇과 옥스의 사진을 꺼내, 그 로봇에게 건넸다.

옥스도 네가 자신이 없는 세상에서 계속 모험하고, 너만의 인생을 찾길 바라는 거야.

로봇이 사진을 받아 뒷면을 보자, 그곳엔 유치한 문구 한 줄이 삐뚤삐뚤하게 적혀 있었다.

"좀 바보 같은 로봇, 칼리"

이건 <노르만의 영웅> 시리즈에서 주인공과 동행한 로봇 친구의 이름입니다.

맞아. 이건 옥스가 네게 지어준 이름이야.

나나미는 웃으면서 컨트롤러를 들고 와, 모니터 앞에 앉았다.

그럼 나나미가 맨 처음 그 질문을 다시 물어볼게. 칼리, 넌 게임을 좋아해?

칼리는 지금까지 게임을 어떻게든 완수하려는 임무로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게임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지금이라면, 게임을 좋아하게 될 것 같습니다.

나나미

그럼 우리 같이 게임하자! 여기엔 다른 게임이 많이 있잖아!

아르카나도 같이 하자~ 셋이 같이 할 수 있는 게임도 있어~

아르카나

저도 같이 해도 될까요?

나나미

당연하지~ 게임은 친구들이랑 같이 해야 제일 재밌는걸!

아르카나는 조금 놀란 듯했지만, 결국엔 나나미가 건넨 컨트롤러를 받았다.

칼리

미리 말씀드리지만, 초보 유저라고 하셔도 봐주지는 않을 겁니다.

아르카나

물론이죠. 잘됐네요.

나나미

오호~ 게임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경기가 치열해졌네!

그래야 재밌는 법이지~ 그럼 시작할까?

GAME ST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