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기억의 회랑 / 머나먼 각명의 길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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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하고 전진한다.

대형 침식체가 파괴된 후, 주둔지의 잔해는 제자리에 버려졌다.

손상된 텐트는 복원할 수 없었고, 납작하게 찌그러진 취사도구나 무기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다. 한때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책임졌지만, 지금은 모래밭에만 누워, 모래바람에 묻힐 날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날을 맞이하지 못한 채, 모래로 뒤덮었다.

한 소년이 땅에 쭈그리고 앉아, 모래를 퍼 올려, 내키는 대로 옆에 뿌리고는 다시 모래를 펐다. 그는 열심히 모래 아래서 무언가를 찾으려는 것 같았다.

워런.

와타나베가 뒤에서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음에도, 소년의 손에 들린 삽은 멈추지 않았다.

무슨 일이에요?

네게 사과하러 왔어.

방금 말을 너무 심하게 한 것 같아서.

네, 알겠어요.

소년은 한마디의 대답을 하고는 계속 모래를 파는 데 집중했고, 와타나베는 그의 뒤에 서서 오랫동안 기다렸다.

곧 소년은 침묵을 참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주둔지에 모였는데, 왜 제가 여기에 있는지 묻지 않을 건가요?

아니, 네게 너만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당신은 그 어른들과 다르게, 훨씬 솔직해요.

고마워.

그럼, 워런 너도 나한테 좀 솔직해지지 않을래?

왜요? 왜 그렇게 조심히 말하는 건데요?

저도 알아요. 그냥 그 무슨 풀을 더 많이 뜯어주길 바라는 거겠죠. 사막에서는 찾기 힘들다, 특정 환자에게 특효가 있다, 식이 요법에 가장 좋은 재료다 뭐 그런 거겠죠. 주둔지에 의사 선생님들이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아니, 너의 아버지에 대해 말하려 해.

소년의 손에 들린 삽이 멈췄다.

네가 방금 내게 반박했을 때, "자신의 마음을 배신"하지 않을 줄 어떻게 아냐고 물었잖아.

어떤 어른이 너를 배신하고, 자신의 마음을 배신하는 걸 본 적이 있어?

당신이 뭔데 그렇게 말하는 거예요?

저를 잘 아는 것처럼 말하는데, 분명히, 분명히 당신은...

분명히 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누구에게도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한 과거나 비밀이 있어. 내가 틀렸다면, 다시 네게 사과할게.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매일 밤 혼자서, 그 비밀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아, 아니에요.

아니거든요.

아빠, 아빠, 밖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무서워요... 너무 무서워요...

아버지의 목소리

괜찮아, 괜찮아 워런... 아빠 여기 있어.

아빠가 널 지켜줄게...

자, 아빠가 옆에 있을게. 무서울 때는 아빠를 안고 자면 돼.

……

당신은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어요. 공중 정원의 공지를 내린 날부터, 계속 혼자 술을 마셨잖아요. 이대로 가면 몸이 온전하지 못할 거예요.

선택된 거죠? 그렇죠?

이렇게 오랜 세월을 같이 있는데, 제가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괜찮아요. 가요.

아들은... 걱정 안 해도 돼요.

정말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지구에 남은 과학 연구원들에게도 수용소를 마련해 줘서, 우리도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있어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

아빠, 어디 가려고요?

아버지의 목소리

……

자, 워런아, 아빠 옷자락을 잡아당기지 마. 아빠는 한동안 떠날 거야.

아빠는 우리랑 같이 안 가요?

아니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언젠가 꼭 만날 거야.

……

바람이 모래를 휘날리며, 와타나베와 워런을 지나갔고, 모래가 소년의 얼굴과 눈을 아프게 했다.

넌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

아버지가 떠난 것에 대해, 네 마음속은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 찼겠지만, 동시에 기대도 하고 있을 테지.

그 기대를 품었기에, 너와 어머니가 지금까지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었던 거야.

와타나베가 풀잎을 한 움큼 꺼낼 때까지, 워런은 이를 악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네가 방금 말한 무슨 풀이야. 윤지초라고 해.

복로사 여사는 사개(沙芥) 알레르기가 있지만, 우리는 지금 사막에 있지. 그리고 이 풀은 열량을 얻을 수 있는 보기 드문 수단이고.

너는 어쩌면 아버지의 식물학 지식을 물려받아, 이 알레르기 반응을 윤지초로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아.

너는 탐색대를 따라다니면서 신발이 이렇게 많이 닳았는데, 먼 곳으로 가서 이 식물을 수집하기 위했던 거야?

……

전...

전 그것까지는 몰라요. 그냥 엄마가 이런 풀을 먹고 나면 그렇게 힘들지 않아 하고, 엄마가 악몽을 꾸는 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요. 전에 다른 주둔지에선 잘 시간이 없어서, 가끔 잔다고 해도 제대로 자지도 못했어요.

알레르기로 인한 미세 순환 장애에 휴식마저 부족했군.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 어떤 성인도 버틸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네 어머니는 버텼어.

너는 어머니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게 해준 이유야. 약초를 찾고, 건강을 걱정하며, 심지어 어머니의 안전을 위해, 그룹의 리더와 충돌할 용기를 냈지.

방식이 좀 적나라하긴 했지만, 엄청 용감하게 잘했어. 워런.

전...

어린아이가 자기 눈을 가렸다.

숙인 머리는 마치 자신을 보지 못하게 해, 아무한테도 그의 표정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햇빛이 너무 강해서, 쉽게 수분 손실이 일어나.

와타나베는 갑자기 코트를 벗어 펼친 후, 워런의 머리에 덮어줬다. 이에 워런이 허둥지둥 코트를 치우려 했지만, 와타나베는 워런의 머리를 눌러 그를 가만히 있게 했다.

주둔지는 사막에 있어서 햇빛이 매우 뜨겁고 눈이 부시지. 너는 햇빛에 드러날까 봐 많은 감정들을 마음속에 눌러 담은 것 같네.

지금은 너를 덮어주는 것이 있으니, 그 안에서 네 마음속에 있는 감정들을 마음껏 표출해도 돼.

코트에서 작은 울음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몇 년 동안 쌓인 모든 눈물을 조용히 털어놓은 것 같았다.

와타나베는 말 한마디 없이, 그를 오랫동안 기다렸다. 위로도 약속도 하지 않았다. 그저 코트에 덮인 작은 머리 위에, 가만히 손을 얹고, 울음소리가 점점 잦아드는 것을 기다렸다.

몇 분 후 울음소리가 그치자, 와타나베는 그제야 코트를 벗겼다. 다시 햇빛을 본 워런의 눈가는 더 이상 반짝이지 않았고, 눈물의 흔적만 조금 남아 있었다.

이제 햇빛을 충분히 피한 것 같네.

네.

그럼, 이따가 어머니께 네가 생각하는 일을 다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제가 어떻게....

이건 내 제안이 아니라, 자크리라는 동료의 제안이야.

어이, 이리 와.

아, 흐흐... 네, 가요.

멋쩍은 웃음소리가 몇 번 난 후, 방탄차의 그림자에 숨어 있던 병사가 슬며시 나왔다.

그 뭐야, 우리 동생, 오늘 날씨가 참 좋네. 흐흐...

아이 앞인데, 허리 굽히지 말고 모범을 보여!

아, 네... 알겠어요.

와타나베에 호통을 들은 자크리는, 얼굴을 비빈 후 마음을 가다듬었고, 그제야 멋쩍은 웃음을 거두었다.

모범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냥, 어, 내가 해주는 충고를 한번 들어볼래?

방금 너도 들었잖아. 내가 바로 그 더 많은 물자를 받으려는 사람이야. 우리 형님이 혼수상태가 되고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겠어.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 더 이상 할 기회가 없네.

그래서, 그러니까... 봐, 난 예전에 항상 형님이 날 돌봐준다고 생각했어. 어떤 생각이 들어도 부끄러워서 말도 못 했지. 하지만 지금은 형님이 그렇게 됐고, 형님을 돌봐주는 이 몇 년 동안 형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엄청 많이 모아뒀는데, 형님... 형님에게 들려줄 수 없어.

주둔지에 새로 온 수마 씨가 방금 내게 가르쳐 줬지. 어떤 말은 살아있을 때 해야 해... 그렇지?

앗,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형님이 아직 살아있는데, 살아있을 때 말하라는 게 아니라... 어...

함께 있을 때, 기회가 있을 때 말해야 해.

모래바람에 파묻힐 듯한 자크리의 머뭇거리는 목소리에, 와타나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그거 알아? 자크리가 나한테 이 말을 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야. 자크리는 형님이 깨어나면, 자랑스럽게 형님에게 자기는 더 이상 짐이 아니라고, 이제 자기와 형님이 서로를 의지해도 된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하지. 이 말을 내게 할 때는 방금 그것처럼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지 않고, 조금 자랑스럽다는 웃음소리를 내지.

나는 모든 사람이 그런 미소를 짓는 걸 보고 싶어. 이 주둔지에 있는 모두가 모여,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야만, 이 주둔지가 살아남을 수 있어.

너도 마찬가지야. 넌 어머니의 기술 덕분에 이 주둔지에 머물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네가 가진 야생 식물에 대한 이해와 연구는 얻기 힘든 재능이며, 그것들이 어떻게 생겨났든 간에 모두 유용한 재능이야.

너는 이런 재능을 가졌으니, 자랑스럽게 이 감정을 어머니에게 말해도 돼. 너는 이제 다 컸으니, 더 이상 어머니의 짐이 되지 않을 거라고 말이야.

사람은 언제든지 이별을 맞이할 수 있어. 이 엉망인 세계가 아니더라도, 서로가 살아있어도, 언제든지 서로 멀리 떨어져 만나기 힘들게 될 수도 있어.

어머니가 어느 날 연락이 끊겨 너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네 심정을 알 수 없는 어머니는, 네 존재를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후회와 아픔 속에서 고통받겠지.

그러니까 같이 있을 때 할 말을 모두 전해줘. 언제나 상대방이 네가 마음속에 갖고 있는 마음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해.

아, 네, 리더님 말씀이 맞아요.

네... 알겠어요.

워런은 아리송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크리 씨 어디 갔어요? 빨리 도와주세요.

자크리는 먼 곳에서 들리는 전우의 외침에 몸을 흠칫 떨었다.

앗,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요. 주둔지로 돌아가야겠어요.

자크리는 급하게 도망쳤다. 워런은 머리에 덮인 옷을 와타나베에게 돌려준 뒤,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작은 걸음으로 주둔지로 달려갔다.

그들은 각자 찾으려는 사람이 있었다.

후...

주위에 사람이 없어지자, 와타나베는 긴장을 풀었고 어깨를 움직였다.

오후의 뜨거운 태양이 저물자, 모래바람이 다시 일어났다. 바람은 와타나베를 맞이하며, 옷자락을 스쳐 지나갔다.

와타나베는 발걸음을 내디디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와타나베

음식... 기술... 군사... 오늘 드디어 미래의 언젠가는 해결될 일들에 첫발을 내디뎠군.

음식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상당히 소중한 자원이 있는 셈이지. 계속 발전하려면, 다음 협력 동료를 찾아야 하고, 기술을 유지해 원래 있어야 할 환경도 복원해야 해.

그래,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우리는 이렇게 계속 나아갈 거고, 언젠간 이 황폐한 지구에서 살 수 있을 거야. 그때 우리는 기억할 거야, 함께 걸어온 모두를!

참. 그때가 되면 이 단체의 이름도 지어야 할 텐데. 각인된 자... 뭔가 이상해.

와타나베의 걸음걸이가 점점 느려졌다.

와타나베

이름을 뭐라고 지어야 할까? 음...

그 후, 걸음을 멈췄다.

와타나베

아,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