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13-1 대부
>저 **자식들… 먹을 수 있는 건 다 쓸어 가고, 남은 것마저 이렇게 망쳐 놓다니. 미친놈들이 우리더러 굶어 죽으라는 거지?
부서져 주워 담을 수조차 없는 압축 비스킷 가루가 땅바닥에 박혀 있었다. 비둘기조차 쪼아 먹을 데가 없을 정도였다.
갈라진 손으로 가루를 몇 번이고 긁어모으려던 노인은 욕설을 내뱉었다.
그깟 멀쩡한 두 다리 있는 것만 믿고 설치는 거지… 두고 봐라, 멍청한 놈들. 다리 절뚝이는 날이 곧 올 테니!
옆의 낡은 소파는 솜이 터져 나와 있었고, 주위엔 금 간 도자기 접시가 흩어져 있었다. 발효된 과일 껍질 냄새와 탄내가 공기 속에 뒤섞였지만, 뼛속까지 스며드는 찬 바람이 불자 금세 흩어졌다.
하… 또 눈이 오네.
아픈 다리를 감싸 쥐고 고개를 든 노인은 이를 악물고 있는 힘을 다해 일어섰다.
허기와 오래 쭈그려 앉아 있던 탓에 순간 어지럼증이 몰려왔고, 그는 숨을 헐떡이며 겨우 균형을 잡았다.
… 꼬마야, 거긴 어때?
영감탱이! 내가 꼬마라고 부르지 말라니까요!
잡동사니 더미 속에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먼지투성이의 한 그림자가, 부서져 찌그러진 나무판 틈새를 비집고 기어 나왔다.
허, 그래서 네 이름이 뭔데? 또 비밀이라고 하면서 알려주지 않을 거잖아.
흥! 어쨌든 꼬마라고 부르지 마세요.
퉤. 먼지만 먹었네.
오늘은 별로 운이 안 좋네요. 멀리까지 뒤졌는데도, 낡은 집 밑에서 찌그러진 남은 통조림 하나 건진 게 전부예요.
그래도 최소한 먹어서 배탈 날 일은 없겠네요! 이따가 나눠 먹어요.
낡은 집? 예전엔 제법 큰 마을이었는데… 결국 주민들마저 강제로 내쫓긴 건가.
쓸모가 없어진 순간, 가차 없이 버려지는군… 흥.
또 그… 뭐더라, 싱클레인가 뭔가 때문이겠죠. 얼굴이랑 이름이 온 사방에 붙어 있으니 모르는 사람도 없잖아요.
사막 변두리의 자그마한 도시를 구한 자비로운 대기업가의 이야기... 개들도 이제는 지겹다고 할 걸요?
프레드·싱클레어야.
뭐, 어쨌든 저희한테는 나쁘지 않잖아요? 저 빛나는 문 몇 개만 지키고 있으면 버려지는 음식이랑 옷가지들이 쏟아지니까요.
어리석은 녀석… 그런 문이 늘어날수록 우리 같은 사람도 더 많아지는 거야!
로프라도스 카지노, 끝없는 축제! 모든 근심을 잊고, 천국으로 들어오라!
강도든 무뢰한이든 노래하고 춤춰라! 휘황찬란한 우리에서 죽을 때까지 춤추는 거야!
컥… 켁, 켁켁!
진정 좀 하세요, 영감님.
괜히 고집부리지 말고, 진작에 체면 내려놓고 낙성 보조금을 신청했더라면, 그 절름발이 다리로 이렇게 떠돌아다닐 일도 없었을 거예요.
그게 무슨 보조금인지 알기나 해?
거짓말이야! 겉으론 점잖은 척하지만, 속은 썩은 고기만 뜯어 먹는 더러운 하이에나들이라고! 꼬맹이가 뭘 안다고 큰소리를 쳐!
노인은 아픈 곳을 찔린 듯 얼굴 근육이 떨렸다. 욕이라도 퍼붓고 싶었지만,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얼굴만 벌겋게 달아오른 채 웅얼거릴 뿐이었다.
…자존심을 버리라고? 그럼, 너도 부모한테 데려가 달라고 하지, 왜? 쓰레기 주우면서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더니, 하루 종일 먼지투성이에, 이게 무슨 꼴이야!
네 자존심은 지나가는 개가 물어갔냐?!
그들의 말싸움은 점점 격해졌다. 처음엔 밀고 당기기만 하던 것이, 곧 몸싸움으로 번질 기세였다.
무슨 상관이에요! 저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러세요?
너나 나나 다 똑같은 쓰레기야. 하늘이 "정리"해 주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
누가 쓰레기래요?! 제 부모님도 저한테 그런 말은 안 했어요!
쾅—! 황소처럼 달려든 소년이, 노인을 낡은 책과 신문 더미로 밀쳐버리자, 종이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이 망할 놈이!
으아앙..
고양이?
노인과 소년의 움직임이 동시에 멈췄다.
소년은 여전히 머리로 노인을 밀어붙인 채, 한 손을 뻗어 앞을 가로막은 물건들을 하나씩 치웠다.
새끼 고양이 같은 울음소리가 점점 커지자, 둘은 소리 나는 방향을 살피며 눈빛을 교환했다.
아니야. 버려진 아기인 것 같은데?
그곳엔 보자기에 싸인 아기가, 두 사람을 향해 목청껏 울고 있었다.
**! 이런 날씨에 애를 이런 데 버려?! 그냥 죽으라고 내던진 거잖아! 이렇게 무책임한 인간이 어딨어!
으아아앙...
두 사람의 시선은, 힘겹게 작은 주먹을 흔드는 아기에게로 쏠렸다.
차가운 공기 탓에 아기의 피부는 동상에 걸린 듯 붉고 푸르스름하게 변해 있었고, 울음소리도 점점 약해져 갔다.
노인은 낡은 외투에 손을 몇 번이고 문질러 녹이며, 겁먹은 얼굴로 보자기를 안아 들려고 했지만, 선뜻 손을 뻗지 못했다.
조... 조용히 좀 하렴. 그렇게 울면 금세 기운이 다 빠져…
소년은 망설이는 노인을 밀쳐내고 긴 소매 안에 두 손을 숨긴 채 아기에게 다가갔다.
평씨, 좀 비켜봐요.
그래, 착하지. 울지 마.
...꽤 능숙해 보이네?
동생이 있었어요. 부모님이 일하러 나가시면 제가 돌봤거든요. 그러다 갑자기 병을 얻고 세상을 떠났어요.
그... 그 이후로...
소년은 숨을 몰아쉬며 하얀 입김을 토해내더니,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랬구나.
평씨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는, 먼저 꺼내지 않는 한 서로의 과거를 캐묻지 않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다.
아기는 울다 지쳤는지, 아니면 잠깐이라도 느낀 온기에 안도했는지, 드디어 울음을 멈췄다.
도울 수 있는 게 없었던 평씨는 그저 제자리에서 서성일 뿐이었다. 주변에는 아기의 신분을 알 수 있는 물건이나 단서가 전혀 없었다.
이름표나 떨어진 액세서리도 없었고, 아기 엄마의 흔적도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먼지투성이인 보자기는 마치 어디선가 급하게 주워 온 듯했다.
우리 같은 처지가 아기를 어떻게 키운다고, 쓰레기나 뒤지고 다리 밑에서 자게 할 거야?
게다가 이런 추운 날씨에 애한테 먹일 우유는 어디서 구해?
소년은 여전히 입술을 깨물고 말이 없었다. 보다 못한 평씨가 할 수 없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건 고양이나 강아지를 주워서 키우는 정도가 아니야. 우리처럼 유통기한 지난 통조림으로 버텨가며 살게 할 수는 없잖아.
알아요!
알고 있다고요…
이 아이의 부모는 분명 나쁜 사람들일 거예요!
그들도 사정이 있었을 거야… 어쩔 수 없었겠지…
아니요. 제 부모님처럼 무책임한 거예요! 단 한마디만 남기고 저를 그 뻔뻔한 친척들에게 버린 것처럼요! 전 뉴 넬리스에 가서 직접 물어볼 거예요!
뭐? 네 부모가 뉴 넬리스 공군기지 사람들이었어?
거긴 겨울에 통행이 금지되잖아.
소매를 계속 걷어 올리던 소년은 깨끗한 안감을 찾아 아기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평씨도 허둥지둥 물통에서 물을 따라 천을 적셔 주었다.
친척들은 제 강아지도 내쫓았어요. 때려서 울게 만들고, 가치 없는 짐이라며 절대 다시는 떠안지 않겠다면서요…
가치? 그들에게 제 가치는 통장에 계속 들어오는 양육비였을까요?!
강아지는 제 마지막 가족이었어요. 엄마가 떠나기 전에, 저보고 강아지 이름은 짓지 말라고 했어요. 이름을 지으면 정이 들어서, 헤어질 때 더 아플 거라면서요.
엄마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걸까요? 처음부터 저를 버릴 생각이었을까요?
그럼, 왜 저에게는 펠릭스, 동생에게는 루시우스라는 이름을 지어준 걸까요?
소년은 늘 품속에 간직하고 있던, 금속으로 된 개 인식표를 꺼냈다. 매일 닦아 반짝이는 인식표에는 아무 글자도 새겨져 있지 않았다.
평씨는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저는 이렇게 떠돌면서 제힘으로 살아남을 거예요. 절대로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요!
평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펠릭스의 고집스러운 눈빛만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엔 그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으러 나온 줄 알았다. 힘들어지면 결국 울면서 집으로 돌아갈 거라 생각했다.
적막 속, 잦아들던 펠릭스의 목소리가 다시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음식이든 아기용품이든, 제가 다 찾아올게요! 몸집이 작아서 어디든 기어들어 갈 수 있어요. 이 세상에, 아기가 살아갈 공간은 분명 있을 거예요!
이 고집불통 같은 녀석…
아기야, 너도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버려진 거니?
하지만 갓 태어난 아기는 아무 죄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존재일 뿐이다.
소년은 품에 안긴 아기를 내려다보며, 늘 잠들 때 손에 꼭 쥐고 자던 인식표를 함께 바라보았다.
가치... 가치라...
평씨는 흐려진 눈빛으로, 그동안 꾹 삼켜왔던 말을 내뱉었다.
아직도 그 "가치" 없는 인식표를 가지고 다니는 이유가 뭐야?
이건 제 보물이에요.
소년이 진지하게 답했다.
어디서 어떻게 죽든, 이걸 지니고 있으면 누군가는 저를 알아봐 주지 않을까요. 제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이 인식표는 저만의 증표니까요.
어두운 과거가 가슴속에서 점점 무겁게 부풀어 오르자, 평씨는 이유 모를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건 전장의 명패야! 이 고집불통 녀석아, 네가 무슨 대단한 존재라도 되는 줄 알아? 봐, 여긴 전장이 아니라 악취 나는 쓰레기장이라고!
내일은 먹을 게 없을지도 모르고, 모레엔 폭설이 닥칠 거야. 그럼, 우리 둘 다 여기서 죽게 될 텐데, 누가 네 죽음을 기억이나 해 준다고!
평씨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소년에게 소리쳤다. 왠지 그건 자신에게 한 말처럼 들렸다.
아무도 우리의 죽음 따윈 신경 쓰지 않아.
제가 신경 쓰고 있잖아요! 게다가 이 아기의 생사도 신경 써야 하잖아요!
소년은 평씨와 아기를 번갈아 보며 깊게 숨을 들이켜고는, 바람에 실려 사라질 듯한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평씨, 우린 이 아이를 그냥 여기 두고 갈 순 없어요.
…알아. 나도 알아!
과거의 기억이 덮쳐 오자, 평씨의 목소리에 절망과 분노가 뒤섞였다.
나도 젊었을 땐 아이와 가족이 있었어!
사막 끝 초소에서 근무하는 건 너무 고되고 외로운 일이었어. 어느 날, 바람에 굴러가는 잡초만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아무런 의욕도 나지 않더라. 그저 아이 얼굴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
소년의 품에 안겨 반쯤 눈을 감은 아기는, 깊은 잠에 든 듯 평온해 보였다. 평씨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흐려지는 눈가를 연신 비벼댔다.
그래서 일부러 다리를 다쳐서 가치를 버리고 고향으로 도망친 거야. 따뜻한 밥 한 끼, 익숙한 얼굴이 날 기다리고 있을 거라 믿었으니까.
하지만 돌아가 보니… 없었어. 이미 모든 것이 사라지고 없었어.
집은 허물어져 있었고, 거리엔 잔해뿐이었어.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어. 아마 저 멀리 금빛 궁전 같은 데로 가 버렸겠지.
평생 고생했는데… 대체 얻은 게 뭐였을까? 행복한 가정? 편안한 노후? 아니면 남들이 가지고 있는 호화로운 집과 스포츠카?
현실은 늘 그렇지. 가난한 사람은 집을 잃고, 부자는 점점 더 부유해지고...
하지만 그래도! 태어날 때부터 땡전 한 푼 없이, 집조차 없는 이 아이보단 낫지 않았을까?
집 없는 건 여기 두 명 더 있잖아요. 우리 모두 같은 처지예요.
소년은 가녀린 가슴을 쭉 펴고,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말은 쓰레기 더미 속, 세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만들어낸 것 같았다.
불쌍한 아가야… 그래도 태어나줘서 고마워. 그리고 우리 곁에 와줘서… 고마워.
그래. 태어날 땐 모두 발가벗은 채로, 아무것도 없이 시작하지.
거지도, 황제도… 모두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일 뿐이다.
평씨는 무의식중에 절름거리던 다리를 펴고, 구름 너머로 비치는 작은 빛을 바라보았다.
겹겹이 쌓인 회색 구름이 갈라지더니, 가느다란 햇살이 실처럼 새어 나와 멀리 산맥 위에 따스한 금빛을 드리웠다.
펠릭스, 우리 이 아이를 보내주자.
소년은 울음을 꾹 참으며, 간절한 눈빛으로 평씨가 마음을 바꾸길 바라듯 쳐다보았다.
로프라도스로 보내려고요? 거기라면 아기를 돌봐줄 기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같은 "쓰레기"는 지금 로프라도스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시내 보육원은 너무 멀고, 내가 괜찮은 곳 한 군데를 알아.
남쪽으로 조금 더 가면 공방 하나가 있는데, 거기에 몇몇 재봉사들이 살고 있어. 그곳 주인장은 성당에도 헌금한다는데, 아내와는 사별했고 자식도 없는 모양이야.
...
이 아이에게 좋은 게 뭔지, 잘 생각해 봐.
너도 동생이 있어봐서 잘 알잖아. 아기가 병이라도 생기면, 우린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펠릭스가 자세를 못 잡고 비틀거리자, 품에 있던 아기가 작은 손을 뻗어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아파! 야, 너 이 자식!
그래, 그 시무룩한 얼굴 좀 펴.
평씨가 등을 다독이자, 펠릭스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에 잠시 안도감이 스쳤다.
이거, 이거 줄래요.
그건 네가 제일 아끼는 거잖아…
그래도 이 아기한테 주고 싶어요.
소년은 개 인식표를 조심스레 보자기 속 아기의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이제, 이 아이도 빈손은 아니게 됐네요… 이런 시대에서 무사히 자랄 수 있기를, 제발…
네놈도 참…
평씨는 아기를 받아 들고 보자기를 단단히 싸맨 후, 작별 인사를 하듯 가볍게 등을 토닥였다. 아기도 이별을 직감했는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살아남아.
우리처럼 떠돌이 신세가 되면 안 돼.
평씨, 괜히 쓸데없는 말 하지 마요!
얼른 가요! 사람 나오겠어요!
안녕.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아이야.
소년은 마지막으로 아기를 길게 바라본 뒤, 평씨와 함께 눈 속으로 사라졌다.
풍화된 참나무 외벽에는 새 눈이 소복이 내려앉았다. 납빛 창 너머로 펼쳐진 세상은 고요한 은빛 융단 같았다.
늙은 재봉사는 천을 하나씩 정리하며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떠들던 제자들이 문을 나서자 공방 안에는 다시 고요가 내려앉았다.
이건, 바늘땀이 너무 넓고 삐뚤어졌어. 이 녀석, 이렇게 대충 하면 안 되는데, 다시 시켜야겠네.
이건 괜찮네. 새로 온 여자 실습생인가? 이름이... 아, 맞다.
재봉사는 하던 일을 마친 뒤, 잠시 쉬기 위해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였다.
눈 덮인 풍경 속에서, 작은 금속 조각이 햇빛을 반사하며 잠깐 빛났고, 그 빛이 곧장 재봉사의 두꺼운 안경에 스쳤다.
저건...?
재봉사는 문을 밀치고 허겁지겁 뛰쳐나가, 걸리적거리는 앞치마를 풀어 눈밭에 내던지고, 막 녹기 시작한 눈 위에 무릎을 꿇었다.
보자기는 이미 눈에 젖었고, 그 안에도 제법 눈이 쌓여 있었다. 아기는 여전히 작은 금속 조각을 꼭 쥔 채, 희미하게 숨을 쉬는 중이었다.
...이건, 하늘이 내린 기적이야.
눈밭 위의 쪽지에는 "잘 키워주세요."라는 몇 글자가 희미하게 쓰여져 있었다.
재봉사의 시선이 무심결에 자기 앞치마 주머니에 머물렀고, 거기에 삐죽 나온 건 생전 아내가 짜주었던 손수건이었다. 바늘땀은 정갈했고, 모서리에는 작은 파란 꽃이 곱게 수놓아져 있었다. 숨결이 가빠지고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성모 마리아 님께서 보내주신 건가. 성모 마리아님, 감사합니다! 이런 추운 날에…
그는 아기를 품에 꼭 껴안았다. 삐뚤어진 안경 너머 깊은 주름 사이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아이는… 내 보물이야.
